vol23.지역금융과 포용적인 노동환경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의 용어를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기존에는 의학적 관점에서 ‘장애’로 보았던 것을 ‘개인의 특성’으로 보고 뇌신경의 차이로 발생하는 생물적 다양성과 그로부터 비롯된 행동양식을 존중하며 공존의 방법을 찾자는 관점을 반영합니다. 채용 시장에서도 국내외로 신경다양성을 의식적으로 채용하려는 선도 기업들의 시도가 늘어가고 있는데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 자폐 발생률은 남자 어린이의 경우 42명 중 1명, 여자 어린이의 경우 189명 중 1명에 이릅니다. 전세계 100명 중 1명이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고, 미국 어린이의 8~9%가량이 ADHD이며, 미국인 10명 중 1명이 난독증을 경험하고 있죠. 미국의 평균 실업률이 4.2%인 데 반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의 85%가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있다니, 직장 내에서의 신경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신경다양한 인재 중 많은 사람들은 평균 이상의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일부 연구에 따르면 자폐와 난독증은 패턴 인식, 기억력, 수학적 능력 등 특정 영역에서 특별한 기술을 부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인재에 대한 정의를 확장하고, 채용, 선발, 경력 개발 정책을 조정해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JP모건 체이스 등 많은 유수 기업들이 신경다양한 인재 접근을 위해 HR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시범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재까지 기업의 신경다양성 인사 프로그램은 주로 자폐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은 운동장애(신경학적 기반의 신체 장애), 난독증, ADHD, 사회 불안 장애, 그 외 다양한 상태를 가진 사람들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습니다.
신경다양성을 포용할 때의 이점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다양성 즉 배경, 학문적 훈련, 성별, 문화 및 기타 개별 특성이 조직에 주는 이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신경다양한 사람들 또한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거나 인식하는 데 있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세계적인 IT회사 HPE는 30명 이상의 프로그램 참가자를 소프트웨어 테스터 역할로 배치했고, 초기 결과에 따르면, 신경다양한 테스터 팀은 다른 팀들보다 생산성이 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테스터들은 어떤 고객사의 프로젝트가 항상 출시 직전에 위기 상황에 빠지는 패턴을 관찰했고, 이로써 출시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호주 국방부는 현재 HPE와 협력하여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신경다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복잡한 데이터에서 침입 징후를 찾아내는 등, 탁월한 패턴 탐지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는데요. 항공 및 위성 이미지를 분석하는 한 특수 정보 부대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주 구성원이며,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패턴을 식별해내는 역량이 뛰어났다고 해요.
왜 신경다양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는가
신경다양한 인구 대부분은 아직 활용되지 않은 인재 풀입니다. 실업률이 80%에 달하며(이 수치는 신경다양성 프로그램에 적합하지 않은 중증 장애인도 포함됨), 취업을 하더라도 종종 자신의 역량에 못 미치는 직업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기업에서는 HR 프로세스를 조직 전체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반면, 많은 신경다양한 사람들의 행동은 일반적으로 ‘좋은 직원’이라 여겨지는 기준과 상충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탄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팀워크, 감성 지능, 설득력, 외향적인 성격, 네트워킹 능력, 특별한 배려 없이도 표준적인 관행에 순응할 수 있는 능력 등의 기준은 체계적으로 신경다양한 사람들을 배제합니다.
이처럼 기존의 채용, 고용, 개발 관행은 신경다양한 인재를 놓치게 만드는 문제를 야기하는데요. 예를 들어, 보편적인 기존 방식인 ‘면접’이 신경다양한 인재에 불리합니다. 자폐인은 눈을 잘 맞추지 않거나, 대화에서 자주 벗어나거나, 자신의 약점을 지나치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의 면접 경험에서 오는 자신감 부족도 있습니다.대체로 신경전형적인 덜 유능한 후보자보다 면접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표준화된 규율이 이들에게 장벽이 될 수 있는데요. 개별적인 업무 환경을 조정하는 쪽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조명이 다른 조명으로 바뀌거나, 소음 차단 헤드폰을 제공하는 등 개별 직원의 업무 환경을 더 맞춤화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인재 관리 방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스티브 실버만의 저서 <뉴로트라이브>에서는 실리콘밸리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괴짜'와 '너드'들이 자폐 스펙트럼에 속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는데요. 몇몇 기업들에서는 '괴짜'들을 인정하고 수용해온 실리콘밸리식 인사 문화를 체계화하여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인사 프로그램은 주로 스페셜리스트 피플 재단(현 Specialisterne Foundation)에서 개발한 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 부족한 전문성을 위해 ‘사회적 파트너’와 협력하라
기업 내에는 자폐나 다른 신경다양성 범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기업들은 보통 직원의 사생활까지 개입하길 꺼리는데, 신경다양성 인재는 업무 외 시간에도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죠. 따라서 관련 재활센터, 복지관, 비영리단체 등 전문기관과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파트너는 관련 고용 규정을 안내하고, 구직 중인 신경다양성 인재를 추천하며, 사전 선발을 돕고, 공적 훈련 자금을 지원받는 데도 협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이 훈련을 주관하거나, 근무 외 시간에 필요한 멘토링과 지속적 지원을 제공하기도 하는데요.
독일의 경우, 신경다양성 인재가 공공 지원을 받지 않고 세금을 내는 고용 상태로 전환되는 것이 긍정적 효과(정부가 얻는 이익이 1인당 연간 약 5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됨)로 간주되어, 이들의 고용 유지를 위한 공공 자금이 마련되기도 한다고 해요.
2. 인터뷰를 대체하는 평가 및 훈련 방식을 사용하라
-면접에 대한 세세한 사전 정보 제공
우선 면접 방식과 상황에 대해 사전에 최대한 자세히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면접 장소로 오는 길 안내부터 면접장에 대한 환경 묘사와 전체적인 진행 방식과 시간, 면접관의 수 등의 정보를 세세하게 제공하여 지원자가 불확실성으로 인한 긴장감을 겪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맞춤형 면접 환경 조성
신경다양한 지원자들은 소통과 인지적 정보 처리에 있어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여 면접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별도로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면접을 진행하여 압박감을 줄여줄 수 있고,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부여하거나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장난감을 허용하는 것, 질문을 텍스트로도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또한 조직 내 신경다양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원이 면접을 지원해 주거나 신경다양인 면접관이 참석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요.
-행아웃 형식의 면접
Specialisterne는 “행아웃(hangouts)”이라는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회사 관리자들과 신경다양성 인재들이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반나절 정도의 비공식 모임인데요. 여기서 가능성을 보인 일부 후보는 2~6주의 추가 평가와 훈련 과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이들은 로봇을 조립하고 프로그래밍하는 과제를 수행하며, 개인 과제부터 시작해 점차 협업 과제로 전환됩니다. 그리고 점점 실제 업무에 가까운 과제를 진행하게 됩니다.
3. 기존 직원과 관리자들을 훈련하라
교육 세션을 통해, 기존 직원들에게도 신경다양성 동료의 특성과 필요한 배려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해요. 정기적으로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DEI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데, 특히, 신경다양성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예를들어, ‘이건 정신력 문제야.’, ‘PTSD 올 것 같다.’ 등의 표현을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은 신경다양인들이 실질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폄하하는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4. 지원 생태계를 구축하라
기업에서 개인에게 필요한 것을 맞춤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신경다양인은 감각 처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은데, ‘소음 제거 헤드폰’을 지원할 수 있으며, 회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거나, 회의를 녹음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해요. 또한 오피스 공간의 소리, 온도, 냄새 자극 정도에 대한 정보가 담긴 *Sensory map을 제공하여, 신경다양인 본인에게 맞는 공간을 찾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Hasting museum&art gallery 홈페이지
업무 목표나 중요한 지침을 간결하게 작성하여 서면으로 공유하는 방식은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ADHD를 지원할 수 있으며, 이외에도 일하는 장소나 시간을 개별 맞춤으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조직 내에 지지 그룹을 형성하는 것도 좋은 지원이 될 수 있는데요. SAP라는 기업은 신경다양성 직원의 적응을 위해 ‘서포트 서클’을 운영합니다. 서클의 구성원은 팀 매니저, 팀 버디, 직업 및 생활 코치, 업무 멘토, HR 파트너로 구성되는데요, 여기서 ‘버디’는 같은 팀의 동료로 일상적인 업무 지원을 해줍니다. 코치와 멘토는 사회적 파트너 기관 소속인 경우가 많으며, 직원의 가족도 이 지원 시스템에 포함됩니다. 다른 기업에서는 신경다양성 인재를 약 15명 단위의 '팟(pod)'으로 구성하고, 그 안에 신경전형 동료들과 함께 약 4:1 비율로 배치합니다. 두 명의 매니저와 한 명의 컨설턴트가 팟을 관리하며, 신경다양성과 관련 문제를 다룬다고 해요.
추가로 *워크토피아(캐나다 연방 자금의 지원으로 운영되며 ecosystem model에 기반해 직장에서 신경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한 지식, 자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라는 사이트에서 직장에서의 신경다양성 포용을 위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참고자료]
(1) Neurodiversity as a Competitive Advantage.HBR. Robert D. Austin and Gary P. Pisano
https://hbr.org/2017/05/neurodiversity-as-a-competitive-advantage
(2)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포용을 시작할 때. 월간인재경영. 최한나 https://www.abouthr.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46
어떠셨어요?
뉴로다이버전트에 포용적인 인사 프로그램이 국내 기업들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사례를 찾기가 어려웠는데요. 좀 더 알아봐야겠어요... 그리고 해외 사례들도 주로 자폐 스펙트럼에 집중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ADHD나 난독증 등 좀 더 다양한 증상에 대한 포용 노력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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