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엄마가 아닌 여자들>

2024년 스물다섯 번째 완독책 ★★★★★

by ssoo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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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산 예정일 D-21을 앞둔 지금, 무자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나와 어울릴까 싶었다. 부제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무자녀의 삶을 사는 여성들을 다룬다. 어렵게 아이를 가지며 ‘왜 아이를 가져야 할까?’, ‘만약 아이 없이 살아야 한다면?’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왔던 터라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2. 책을 읽으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이나 관점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때다. 이 책은 그런 순간을 자주 선사했다. 내가 가진 모성, 가족, 젠더에 대한 관점이 얼마나 협소했는지를 깨달으며 느낀 이 짜릿함은 꼭 즐거운 감정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고민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는 듯한 기분이었다.


#3. 짜릿함 첫 번째는 ‘선택’이라는 표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었다. 보통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것을 개인의 ‘선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이 단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주도성의 표현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단어가 자칫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것을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로 축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 (두둥!) 여성의 사회진출과 여권 향상이 이루어진 현대 사회에서 자녀 없는 삶이 여성이 자신의 욕심으로 선택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그 목적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여성의 선택은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지, 단순히 ‘엄마가 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님을 이 책은 강조한다.


#4. 짜릿함 두 번째는, 현대 여성들이 육아에 쓰는 절대적 시간이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핵가족이 주요 가족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육아에 대한 책임이 가정으로 집중되었다. 온 마을이 내 아이, 너의 아이 상관없이 함께 키우던 시절보다 말 그대로 개인의 ‘독박’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적 육아의 필요성을 다시 조명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5. 짜릿함 세 번째는 ‘문제는 자녀가 아니다. 문제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다’라는 문장이었다. 이 책은 6개의 챕터를 통해 역사 속에서 무자녀 여성들이 꾸준히 존재해왔으며, 그 이유와 맥락이 다양했음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무자녀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와 엄마가 된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결국, 이건 자녀 유무나 성별을 초월한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모두가 공감해야 할 주제다.


#6. 조금 번외의 이야기지만, 아이를 가진 후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는 ‘애국자’라는 표현이다. 출산을 국가주의 담론과 연결 짓는 것이 불편하다. 그렇다면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매국이라도 했단 말인가? 아이 양육이 개인의 책임, 그것도 여성에게 더 치우친 이 환경에서 ‘국가에 이바지’라는 말은 듣기 역겹다. 내가 나의 출산이 사회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려면 그만큼 국가나 사회도 나한테 잘하라고!!! (버럭엔딩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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