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휴가를 나왔던 어느 날, 딱히 갈 곳도, 만나기로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출근을 했고,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다가 마음이 가는 대로 천천히 동네를 걸어보기로 했죠. 따뜻한 햇볕, 살랑살랑 부는 바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동네 시장 골목에서 못 보던 간판을 발견했습니다.
[튀김 연구소] "떡볶이, 튀김, 순대 맛나요!"
정겨운 메뉴판을 보니 발걸음이 자연스레 가게로 향했습니다. 작은 테이블 네댓 개, 텔레비전에서는 드라마가 흘러나오고, 사장님께서는 따뜻한 미소로 “어서 와요” 하고 반겨주셨습니다.
"할머니, 떡볶이랑 튀김 하나씩이요!"
잠시 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볶이가 나왔고, 딱 한입 먹는 순간...
"어.. 이거 진짜 맛있다."
맵지도 않고, 너무 달지도 않은데다가 통으로 들어간 가래떡이 쫄깃했습니다. 적당히 바삭한 튀김, 그리고 옆에 단무지 한 조각까지, 완벽한 조합이었습니다.
"할머니.. 너무 맛있어요... 어디 계셨었어요..."
제 말을 들은 사장님께서 밝게 웃으며 답해주셨습니다.
"여기 10년 전부터 있었다 총각! 어디 있다 이제 온겨! 우리 딸내미랑 나이EH 비슷해 보이는데, 더 묵을랴?"
이미 많은 양을 주셨기에 충분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조금만 더 먹으라며 튀김을 건네주셨습니다.
"우리 딸내미도 떡볶이 좋아하는데 시집가고는 잘 안 보이네. 총각이 딸내미 것까지 먹고 가."
순간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날 단지 떡볶이를 먹은 게 아니라, 어느 한 사람의 시간을 함께 나눈 것 같았거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배는 든든했고 마음은 더 든든했습니다. '걷다가 우연히 찾은 맛집에서 할머니의 따뜻한 정으로 마음까지 채워진 하루.' 이런 날이야말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소소한 행복 아닐까요?
계획 없이 걷다 만나는 우연 속에도, 가끔은 인생의 맛이 숨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행복은 꼭 화려하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어쩌면, 다음 인생 떡볶이는 여러분 동네 그 조용한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
"좋은 하루는
계획보다, 우연히 피어나는
여유에서 시작된다"
- 루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