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침, 결혼식에 가는 길에 어머니와 통화를 했습니다. “오늘 결혼식 갔다가 저녁에는 친구들이랑 밴드 모임하고 저녁 먹어요.” 가볍게 일정을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는 평소처럼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운동은 다시 시작했는지 이것저것 물으셨습니다. 저는 “요즘은 퇴근하고 나면 운동 좀 하고, 집에 와서 책도 조금 봐요. 술은 잘 안 마셔요. 운동한 게 아까워서요”라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어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니가 제일 사람답게 사네.” 별말 아닌 듯 들렸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요즘 저는 특별한 일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출근하고, 퇴근하면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분기에 한 번쯤 밴드 모임도 하고, 가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지요. 겉보기엔 눈에 띌 만한 삶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규칙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좀 재미없는 삶’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런 일상이 고맙게 느껴지더라고요. 몸을 돌보고, 감정을 절제하고, 시간을 소중히 쓰는 삶. 그런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스스로를 조금씩 아껴가는 느낌이 듭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사람답게 사는 것’이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요즘은 어디를 봐도 ‘성과’, ‘성공’, ‘자기계발’이라는 단어들이 쏟아지듯 흘러나옵니다. 물론 그 안에 담긴 노력과 의미도 소중하지만, 그런 키워드에만 몰두하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을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마음이 공허하면 그 삶을 온전히 누리기 어려우니까요. 오히려 소소한 루틴을 지키고, 하루를 단정하게 정돈하며 살아가는 삶이 진짜 단단한 삶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그날 어머니의 한마디가 그런 생각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봐 주신 분의 말이라 그런지, 더 깊숙이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누가 “잘 지내?”라고 물으면, 예전 같았으면 무심히 “그냥 그래” 하고 넘겼을 말을 이제는 조금 달리 전하게 됩니다. “네, 사람답게 살고 있어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끊임없이 당신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은 가장 위대한 성취다"
- 랄프 왈도 에머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