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시절, 훈련 중에 우연히 만난 선배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말수가 적은 편이었지만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해내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그 선배를 무시하듯 대하는 교관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야, 군인이 이렇게 뚱뚱하냐”, “군인이라고 공부 안 해도 되나?” 같은 말들을 거리낌 없이 던지시곤 했죠. 동료들과 보기에도 특별히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운 모습이었기에, 그런 분위기가 더욱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 야간 훈련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그 교관님이 선배에게 다가가 “O 중위, 자네는 대학 어디 나왔나?” 하고 물으셨고, 선배는 “서울대학교 졸업했습니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이어서 “무슨 과 졸업했는가?”라는 질문에는 “기계공학과 졸업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순간 교관님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고, 짧은 침묵이 흘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 그 선배는 서울대 기계공학과 재학 중 군에 뜻이 생겨 ROTC를 지원했고, 심지어 들어가기 어렵다는 영어 고급반에 들어간, 말 그대로 ‘엘리트’였습니다.
그날 이후 교관님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이전처럼 험한 말이나 무시하는 태도는 사라졌고, 오히려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대하는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그 장면을 곱씹으며 마음에 남았던 건 단 한 가지였습니다. 사람은, 그가 가진 학벌이나 배경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것.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서열을 나누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쉽게 사람의 깊이를 놓치고 있는 걸까요.
정말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어떤 시간을 걸어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자리를 얼마나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지의 여부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은 말없이 버티고, 또 어떤 사람은 조용히 책임을 다합니다. 그런 삶의 태도야말로 화려한 스펙이나 겉모습보다 훨씬 깊은 존중의 이유가 되어줍니다.
사람을 함부로 판단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가 살아온 인생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귀한 존재이기에. 그 마음을 늘 잊지 않고 간직하고 싶습니다.
"존중은 모두의 몫이다.
'그럴듯한 사람'에게만 주는게 아니다"
- 작자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