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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한 마디에 해결된 불편함

by 루키트

몇 해 전, 오랜만에 시간을 맞춰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던 날이 있었습니다. 각자 바쁜 삶을 살아내다 보니 얼굴을 보지 못한 지 꽤 되었지만, 세 명 모두 같은 학교와 학군단 출신이라 그런지 금세 예전처럼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학교 근처를 둘러본 뒤, 저녁식사와 함께 가볍게 술 한 잔을 나누기 위해 횟집으로 자리를 옮겼죠. "우리 이제 직장인인데, 오늘은 사치 좀 부려보자!" 하는 말과 함께 참치 회를 주문하고, 소주를 곁들이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병뚜껑 하나가 저희 회 위로 떨어졌습니다. 옆 테이블 손님이 숟가락으로 맥주병을 따다가 뚜껑을 제대로 누르지 못한 탓에 뚜껑이 튀어 저희 회로 올라왔더군요. 순간 저희도, 옆자리 손님들도, 주방장님까지 모두 얼어붙었죠. 저도 당황스러운 마음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친구 한 명이 갑자기 박수를 치며 "브라보~! 나이스 오픈!"이라고 외쳤습니다. 그 유쾌한 말 한마디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머쓱해진 옆자리 손님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셨습니다.


얼어붙은 공기는 금세 부드러워졌고, 분위기도 다시 따뜻해졌습니다. 잠시 뒤, 주방장님이 저희에게 다가와 소주 한 병을 내밀며 “친구분 대처가 진짜 멋졌어요. 예전에 비슷한 상황에서 손님들끼리 싸운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 유연하게 넘겨주셔서 제가 다 감사하네요. 이건 서비스입니다!” 하시며 회도 더 가져다주셨습니다. 그날 저녁은 친구 덕분에 더욱 맛있고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모든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태도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요. 친구의 한마디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상대방을 향한 배려와 순간을 부드럽게 넘기는 지혜가 담긴 말이었습니다. 어색하거나 불편한 순간에 누구든 유연함과 여유, 그리고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으로 대처할 수 있다면, 그 자리의 온도는 분명 달라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기억될 따뜻한 순간이 될지도 모르기에.


"유연함은 약한 것이 아니라,

진짜 강한 자의 태도다"

- 라오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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