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지 못했지만,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by 루키트

취업 첫해, 저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사수의 퇴사와 프로젝트를 함께하던 선배의 전배로 인해 여러 프로젝트가 자연스럽게 제 몫이 되었죠. 처음엔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어차피 맡게 된 일이라면 해내야지”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년 차가 되었고, 기존 프로젝트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프로젝트까지 담당하게 되었지만, 그 속에서도 지치지 않으려 애쓰며 최선을 다했죠.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고, 회사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나름대로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게만 지내도 충분히 바빴는데, 함께하던 또 다른 선배마저 퇴사하면서 제 어깨는 더 무거워졌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쳤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이 경험이 언젠가 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인사평가 기간이 다가왔고, 팀장님께서 “정말 잘하고 있다”라고 칭찬해 주셔서 은근히 좋은 결과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고과가 발표되었을 때는 기대 이하의 결과였습니다. 아쉬움이 크게 남았고, 노력한 만큼 인정받지 못한 것 같은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 조심스럽게 팀장님께 속마음을 말씀드렸더니, 잠시 머뭇거리시다 “사실 너한테 고과 잘 줬어. 그런데 상무님 선에서 점수가 깎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힘이 쭉 빠져버렸습니다. 그동안 쏟아온 시간과 노력, 희생이 모두 무의미해진 듯 느껴졌기에.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그때의 아쉬움이 오히려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누가 봐도 깎을 수 없는 성과를 내자”는 생각으로 더 단단하게 마음을 다잡았고, 덕분에 지금은 업무에도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힘든 상황이 와도 비교적 차분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힘도 생겼죠. 그때의 경험은 제게 큰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언제나 즉각적으로, 그리고 온전히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지식은 고스란히 내 것이 되고, 결국에는 드러나게 된다는 것.


혹시 지금 노력에 비해 성과가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한 분이 계시다면, 조금만 더 버텨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점수를 깎을 수는 있어도, 내 안에 쌓이는 경험과 실력만큼은 누구도 빼앗지 못하니까요. 저 역시 그 믿음 하나로 버텨왔고, 앞으로도 그 힘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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