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공연, 내가 노래방 사장님?

by 루키트

2021년, 힘든 취업 시기를 버텨 직장을 구하고 자취방을 마련한 순간이었습니다. 새롭게 입주한 신축 오피스텔에서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앞으로 펼쳐질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보내기로 결심했던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이사를 하고, 짐을 정리하며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챙기다 보니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더군요.


기분 좋게 저녁을 챙겨 먹고, 다음 날 출근을 준비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하려던 그 순간, 갑자기 창밖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기억해 줘~~!!!!!!". 창문을 닫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들려오는 소리는 점점 길어졌습니다. 금방 조용해지겠지 싶어 눈을 감았지만, 노랫소리는 20분이 넘도록 이어지더군요. 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저도 결국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소리의 발생지를 확인하기 위해 창문을 열고 소리를 들어보니, 위층에서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정확한 위치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옷을 챙겨 입고 계단을 올라가 복도를 돌아다니다 보니 쉽게 소리의 근원을 찾을 수 있었죠. 벨을 눌러 확인해보니, 문이 열리는 순간 강한 술 냄새가 퍼져왔습니다. 40대로 보이는 남성 두 분이 술에 취해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죠.


"선생님,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이러십니까?" 화가 난 목소리를 낮추며 차분히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한 남성이 "죄송합니다. 이번 곡까지만 하고 나갈게요...!"라고 답하더군요. 내일 출근을 앞둔 밤이었기에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고 다시 요청한 후,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려 했지만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번 곡까지만 하고 나갈게요...?' 순간적으로 제가 노래방 사장님이 된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사람들이 함께 지내는 공간에서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더 갖춰지길 바라며. 제가 겪었던 순간이 불편했던 만큼, 저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도록 배려하며 생활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주말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길 바라며!

다들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남을 방해하지 않는 삶이

진짜 품격이다"

- 안톤 체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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