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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협력 직업인 Dec 08. 2021

요가에서조차 잘하려고 하면 정말이지 갈 곳이 없다.

체크리스트를 지워가며 주어진 시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삶이 관성이 되어버린 시대인 것 같다.

체크리스트를 지워가며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또다시 체크리스트를 지우고.


그 삶에서 잠시나마 틈을 내어 가는 요가 시간에도 그 관성은 유지되는 듯 하다.


나는 실눈을 뜨고 내 주변 사람들의 몸의 휘어짐과 단단함을 보고 속으로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몸의 컨트롤을 기준으로 저 사람은 나보다 잘하는 사람, 저 사람은 나보다 못하는 사람. 쉽게 속단한다.

남들이 못가는 거리를 갈 때 약간의 우월감도 느끼다가, 못할 땐 좌절감도 느끼다가. 못하던 자세를 하면 좋아하고.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일지도.


두번째 명상 시간, 선생님은 "요가에서조차 잘하려고 하지마세요. 그것은 집착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속으로 '왜? 그래도 잘하려고 노력해야 잘하게 되잖아' 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면 갈곳이 없습니다."라고 선생님은 얘기했다.


휴직을 하게되어, 회사에 안가도 되던 첫번째 날이 떠올랐다. 

휴직하기 직전까지 투입되었던 프로젝트는 그 당시에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처럼 여겨졌었고 잘 해내기 위해 참 많이 노력했었다.

회사에 안가도 되는 그 다음 날,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그 일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일이 절대적으로 의미 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일이 아니기에' 더이상 내가 움켜쥐려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는 일로 하루만에 변해있던 기억. 한달 정도 맘이 헛헛했던 기억.


요가가 그 일이 된다면 정말 9시부터 6시까지의 전쟁터에 가까운 회사를 피해 갈 곳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요가에서만큼은, 매트 위에서만큼은 그냥 숨을 정성스레 쉰다는 감각에 집중하자. 그거면 됐다. 그 공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들과 나를 비교하고 너무 잘하려고, 돋보이려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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