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등록한 요가학원에서는 명상 타임이 30분씩 있고 원하면 들어도된다.
'명상'이라는 말은 '생각을 잠재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곧 불이 꺼졌고 선생님은 흘려보내라는 말을 했다.
나랑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선생님이라 그런지, 신뢰가 사실 가지 않았다.
당신이 뭘 안다고. 무얼 위해, 무엇을 흘려보내라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조명이 어두워지고 음악이 흘렀다.
'바로 직전 요가 수업에는 사람이 참 많았는데, 아주 소규모의 인원만 남았다.'라는 생각이 첫번째로 들었다.
그리고 반가부좌도 틀었다가(반가부좌를 못하게 된것도 애석하다. 다시 노력해봐야지), 뒤에 손을 받쳐보기도 하다가, 나비자세처럼 골반을 열었다가, 그냥 아빠다리를 하다가 자세를 많이 바꿨다.
여러 이미지가 떠올랐고 공상도 해봤다.
인도 초원에서 요가 지도자와 수련생들이 함께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
붉은 흙 위 뿌리깊은 커다란 나무 하나.
앙코르와트 뒤로 뜨는 태양도 잠깐 떠올리다가.
그러다 어린시절 골목길도 나타났다. 할머니집에서 우리집까지 걸어가던 골목, 오른쪽으로 꺾으면 피아노 학원이 있었는데. 이층집에 세들어 살았었는데, 엄마아빠는 힘들었겠구나. 외할머니가 쑥떡을 기름에 구워줬었는데, 외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그때 그 맛을 낼 수 있으려나. 자주가던 거북이 슈퍼는 잘 있나, 슈퍼 아저씨 얼굴이 왜 잘 기억이 안날까.
첫 명상을 끝내놓고 소회가 있다면..
명상을 할 때 두 가지가 신기했는데, 한가지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 또 금방 눈을 감았던 것 같은데 30분이 금방 지나가있었던 것이다.
주말에는 집 인테리어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계속해서 고심했고
오늘 아침에 눈뜨자마자, 반드시 끝내야 하는 업무를 적어놓고 X자 표시해가며 전투모드로 없애갔었는데..
평상시의 생각들이 멈춰진 것이 신기하다.
끝나고 나와 오늘하루 특별히 더 힘들었던 친구 두 명에게 위로의 전화를 걸었다(이번년도에 처음으로 그 둘에게 긴 전화를 걸었다).
명상 탓인가?
과대 망상인가.
한번 더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