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난임 판정을 받다.

by 개발협력 직업인

우리 개발협력계에서는 의료 인프라 부족, 양질의 의료 인력 부족 등의 환경 하에서 모자보건 사업을 많이 한다. 최빈국이나 절대 빈곤이 높은 국가에서는 기본적인 시설이나 기자재, 기초 역량강화 위주라면, 중위소득 국가에서는 숙련된 수술과 처치를 필요로 하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관련 사업을 한다.


이게 내가 알고 있던 고위험산모의 전부였는데(!)

한국에 돌아와보니 어느덧 삼십대 중반이 되었고, 내가 고위험 산모군에 속해 버리게 됐다(!)

내가 일하던 곳에서 고위험 산모는 수술여부나 패혈증, 임신당뇨 등에 걸리신 분들을 일컬었는데,

한국에서는 만 35세 이상 출산 케이스가 워낙 많아서인지 만 35세 부근의 여성들은 다 이 위험군에 속한다.

그리고 그게 나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인한 난임 판정도 공식 진단 받았다. 으악!


한국에 먼저 돌아왔던 이유도 사실 가족 계획의 이유가 꽤나 컸는데, 직접 산부인과를 다니면서 보다보니 내 몸이 더 가관이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다는 걸 20대 때는 알았었는데 이게 임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까지는 차마 이어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어리석지만.. 또 나름 스스로에게 변명을 해보자면 정말 꿈찾아 일하고 공부하다 보니 내 삶에 임신을 키워드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다행히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 계속해서 체크해가면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선생님 말로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원래 완전한 치료는 어렵고 그냥 디폴트로 받아들이고 배란을 잘 되게 하면 된다고 한다. 메트포르민염산염 (당뇨병, 유방암 치료제로 나왔으나 인슐린 조절에 도움이 된다), 이름도 어려운 이 약을 먹으니 배란 자체는 잘 되기 시작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3개월 만에 배란은 문제가 없어졌는데 또 착상이 안된다(으악)

배란이 되더라도, 착상될 확률은 10%라니.


어차피 임신을 할 거라면 좀 고생하더라도 오히려 시험관이 여러모로 좋을 수도 있다는 추천을 들었다.

여러모로 고민이다.

시험관을 시작하게 되면 ... 일단 주사기를 스스로 찌를 엄두가 잘 안나고, 살도 최소 3~7kg 정도 붓는다고 하고, 비용은 한 cycle 당 700만원 정도.


여자 몸이 정말 신기하고, 인간은 호르몬(?)이 전부다라는 생각도 든다.

배란 유도제를 먹을 때면 신기하게도 기분은 늘 더럽고 짜증이 많아지고(하하).


다만 요새 자꾸 임신을 목표로 삶이 돌아가다보니 (= 그 생각에 매몰되어있다보니)

그간의 내가 꿈꿔왔었던 것들이나 계획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게 된다. 내 일은 출장도 잦은 편인데, 그토록 꿈꿔왔던 이놈의 개발협력이 걸림돌로 여겨지기도 해서 자꾸만 이직 생각도 나게 된다.


이러다가, 임신이 안되면 어쩌나,

하나같이 성공하신 분들은 너무 이 생각에 매몰되지 말고,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아기가 생긴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가 않다. 일단 아침, 저녁 약도 맨날 먹고 있는 데다가, 월 3회 정도 산부인과도 가게 되고 모든 스케쥴이 약간 여기에 맞춰져있어서 그런가(?)

그리고 임신에 대해 아는게 많아질수록, 그래, 애기는 20대 때 낳았어야 하는게 맞다 라는 생각도 든다.

시험관을 한다고 해도 20대는 7~80%의 착상 성공률을 보이는데 40대는 5%다(난 정말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네)

분명 열심히 살아왔는데(!!!)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순간이 잦아져서(!!!) 스스로 어이가 없다(!!!)


나를 포함한 개발협력 하는 사람들..의 성공적인 임신을 정말 바래본다(ㅠㅠ)

우리 그래도 남 잘 살라고 일하는 사람이니, 만물이 어여삐 여겨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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