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새로운 시작 앞에서

by 김 과장

12월 초 그가 장관으로 내정되기 며칠 전부터 그의 이름은 회사 안에서 여러 사람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고, 현역 3선 국회의원 신분으로 현 정부의 실세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실제 장관으로 내정된 이후부터는 '새로운 장관이 어떤 사람이더라'라는 이야기가 직원들 사이에선 꽤 자주 회자되는 이야깃거리였다.


당시 나는 2년 동안 대통령 소속 위원회에서의 파견근무를 마치고 본부로 진입을 앞둔 시점이었다. 파견을 나가 있던 사이 우리 회사는 광화문에서 세종으로 그 자리를 옮겼다. 서울살이를 마치고 세종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시절이기도 했다. 본부 복귀를 앞둔 12월 말, 남은 연가를 모두 쓸 요량으로 나는 휴가를 내고 부산에 내려가 지내고 있었다.


12월 22일 국회에서 장관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새로 꾸려질 비서실 인사에 대해서 관심들이 컸다. 청문회 준비를 맡았던 고참 과장이 비서실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며칠 전 가족사항 등 몇 가지 내 신변에 관한 것들을 묻는 인사과의 전화를 받고 나서 나도 비서관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을 대략은 눈치챈 터라 싱숭생숭한 상태였다. 청문회 다음날 저녁, 인사과로부터 다시 전화를 받았다.


"확정은 아니지만, 총괄 비서관으로 오실 것 같습니다. 장관님께서 직접 면접을 보실 수도 있으니 내일 아침에는 세종에서 대기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뭔가 짜릿함이 느껴졌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김해공항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크리스마스이브였던 다음날 이른 아침 열차를 타고 오송역으로 다시 세종시내로 들어갔다.


춥고 낯선 세종이었다. 추위와 바람을 피하고 싶었지만 이른 시간에 문을 연 카페는 없었다. 발을 동동거리면 청사 건물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 건물에 들어가 찬 바람을 피했다. 오전 내내 연락은 없었다. 오후에도 기다림은 계속되었지만 저녁이 다 되어서 까지 기다리고 기다렸다. 긴장감과 함께 피곤함도 밀려왔다. "인사가 틀어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결국 아무 일도 없이 그렇게 하루가 맥없이 흘렀고 나는 서울로 올라갔다. 마음의 추위가 더 컸다.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었다. 엊그제 인사과 연락을 받은 날 가족을 부산에 남겨 두고 서둘러 올라온 터라 집안은 내 부스럭 거리는 소리로만 가득했다.


특별할 것 없는 연휴가 아무런 소리 없이 흐르고 있던 일요일 밤, 전화벨이 울렸다.

내일부터 장관실로 출근하십시오.

그렇게 2020년 12월, 나의 비서실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