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글을 찾습니다.

by 김 과장

브런치 첫 번째 글에서 밝힌 것처럼 장관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500여 편 이상의 말씀자료(글)들이 제 손을 거쳤습니다. 처음부터 직접 글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실무 부서에서 올라온 초안을 바탕으로 다듬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초안을 받아보면 분명히 긍정적인 내용이고 좋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고 구름을 움켜쥔 듯 공허한 느낌을 주는 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보기에 그럴싸한 요리이지만, 밍밍해서 미각을 자극하지 못하고 입안에서 겉도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펄떡펄떡 살아있는 글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입니다.

살아있는 글은 글의 맛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읽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툭툭 건드리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입니다. ‘어떤 말을 하고 있구나’, ‘그래 그 말이 맞지’라고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하는 글입니다. 반대로 살아있지 않은 글은 이해와 공감에서 벗어나 읽는 이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합니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살아 있는 글은 대개 다음의 몇 가지 요건을 포함합니다. 우선 글이 쉽습니다. 쉽게 읽혀야 이해의 속도도 빠릅니다. 쉽게 잘 읽히기 위해서는 쉬운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기본니다. 특정 업계 또는 해당 업무담당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실무 전문용어를 말씀자료 글에 그대로 사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어렵고 일반에 낯선 단어 등은 그 뜻을 풀어서 설명해 주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구체적 맥락이 생략된 글도 쉬운 이해를 방해합니다. 내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담당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입니다. 가령, 어떤 정책이 A, B, C라는 과정을 거쳐 진행됐음에도 중간에 해당하는 B 과정을 글에서 생략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담당자나 관계자는 B라는 연결 내용이 빠져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을 처음 접하는 대중들은 빠져있는 연결 맥락 덕분에 제대로 내용을 이해할 수 없 되고, 그만큼 공감을 기대하기도 힘듭니다.


글의 구조와 흐름도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실무에서 작성한 초안을 받아보면 주장에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할 논거나 예시가 빠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정부는 국민 중심의 정부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주장을 하고 거기서 그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잔뜩 기대하고 글을 읽는 사람을 맥 빠지고 공허하게 만듭니다.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면, 뒤에서는 반드시 '국민중심의 정부혁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치고 있는지' 그 구체적인 사례가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아, 저렇게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국민을 위한 더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고 국민의 삶도 나아지겠구나'라는 공감과 기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내용이 풍성해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부터 구체적 사례와 함께 설명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처럼 '쉽고 논리적 완결성을 갖춘 글'을 기본으로, 다음 편부터 이어지게 될 여러 요소들이 더해진다면 더 생동감있는 '말씀'이 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