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파악했습니까?

(1) 발언자의 순서 확인하기

by 김 과장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듯이 업무와 관련된 글을 쓸 때도 상황과 분위기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 글이 쓰이는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그 분위기에 맞는 내용을 글 속에 녹여 넣을 수 있고, 그래야 말을 듣고 글을 읽는 사람의 공감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직접 행사에 참석하여 발언하기 위한 용도의 말씀자료에서는 행사의 구성, 발언의 순서, 행사 참석자가 누구인지 등의 내용 파악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상황과 분위기가 고려되지 않은 '생뚱맞은 말'은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를 곤혹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현장 행사에 직접 참석한 상태에서 말하는 상황은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주최기관의 입장에서 발언을 하게 되는 경우니다. 소속된 부처, 자치단체 등에서 추진하는 정책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만큼 글의 재료로 쓸만한 콘텐츠가 풍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다른 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대한 축사나 환영사 등을 하는 경우니다. 순서상으로 주최기관이 먼저 개회사나 기념사 등의 발언을 하고 뒤에 축사 등을 하게됩니다. 내용면에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주최기관의 입장에서 발언하는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행사의 중심이 되는 정책의 의의 등은 발언 순서가 앞서는 주최기관장이 강조를 할 것이므로, 뒤이어 축사 등을 하는 외빈은 같은 내용과 표현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고 중복을 피하기 위해 '축하한다'는 말만 달랑하고 내려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같은 행사에서 같은 주제를 대상으로 발언을 하게 되므로 말씀자료들이 상당 부분 비슷한 내용으로 작성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앞선 발언자가 행사와 관련된 중요한 의미 등을 이미 말했는데 뒤이어 발표하는 사람들도 같은 내용을 말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같은 내용인 줄 알면서도 원고를 보며 말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의 입장도 민망하고, 객석에서 같은 내용을 들어야 하는 청중으로서도 따분한 일입니다.


이처럼 말씀자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주최 측이 아닌 상황에서 축사나 환영사를 하는 경우에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내용이 전혀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어렵다고 해도, 내용을 구체화하거나 표현을 달리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최대한 차별성 있는 말씀자료가 되도록 많은 공을 들여야 니다.


아래는 2021년에 있었던 국가경찰위원회 출범 30주년 기념식의 실제 진행계획 중 일부입니다. 계획서상 순서를 살펴보면, 행사를 주최하는 국가경찰위원장의 기념사에 이어 총리, 장관, 국회 상임위원장 등의 순서로 축사가 이어진다. 장관은 세 번째로 축사를 하게 됩니다.

오프닝 공연 11:30∼11:35 개회
국민의례 11:35∼11:40
내빈소개 11:40∼11:45
기 념 사 11:45∼11:50 / 국가경찰위원장
축 사 11:50∼12:05 / 총리 영상축사, 장관, 국회 상임위원장, 경찰청장

행사 취지와 의미는 누구에게나 알려진 것이고, 관련된 정책의 추진 경과와 향후 추진 방향 역시 이미 정해진 내용일 가능성이 큽니다. 국가경찰위원장은 물론 먼저 축사를 하는 두 사람의 메시지 내용과 표현이 겹칠 수밖에 없습니다.


말씀자료 준비 당시, 주최 측을 통해 순서상 앞쪽에 있는 국가경찰위원장의 기념사와 총리의 영상축사를 미리 받아보았습니다. 부서에서 올라온 초안과 비교해 보니 예상했던 것처럼 말씀자료의 내용뿐만 아니라 표현도 유사한 부분이 매우 많았습니다.


국가경찰위원회의 30년간 성과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적 노력,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한 제언 중심으로 큰 틀을 구성했습니다. 그간의 성과와 추진 중인 주요 정책들을 앞선 발언자들과 겹치지 않도록 여러 개의 다른 사례를 활용하고 표현의 경우도 뜻은 같지만 다른 단어를 찾아서 사용했습니다.


애드리브도 내용을 알아야 그에 맞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행사의 내용 등을 충분히 파악하고, 내용과 표현을 차별화시킬 방법을 고민하면서 말씀자료 글을 작성해야 합니다.


# 다음 편에서도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살아있는 글쓰기를 위한 방법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