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이 '진짜말씀'을 만듭니다.

by 김 과장

비서실에 있는 동안 뻔하지 않은 말씀자료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은 멍에와도 같았습니다. 늘 부담스럽고 그래서 한숨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습니다. ‘빙의’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영혼이 다른 누군가에 옮겨 붙었다는 말입니다. 말씀자료를 쓰는 동안에는 말을 하게 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글을 바라보고 쓰게 됩니다. ‘내가 장관이라면?’,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할까?’라는 고민 속에 글을 쓰게 됩니다.


말과 글의 대상이 될 많은 대중과, 많은 독자들을 염두에 둔다면 쉽게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청중의 귀에 더 다가가는 글이 되고 싶다는 욕심도 함께 글에 녹아듭니다. 읽고 듣는 이에게 공감되는 글을 위해서는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글이 되어야 합니다. 많은 경우에서 그렇듯 작은 차이가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역시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기념식이나 토론회 등과 관련하여 말씀을 하게 되는 경우 행사의 세부 내용과 구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시의적절’한 말씀과 연결됩니다. 예컨대, 행사 순서 중 시상을 하는 프로그램이 들어 있는 경우라면 수상자들의 이름과 세부 공적 내용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말씀자료 내용 중에 주요 수상자들의 이름과 상을 받는 구체적인 이유를 언급하는 것도 중요한 말씀 꼭지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상황으로 회의에 참석하여 모두 말씀과 마무리 말씀을 해야 하는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만약 모두 말씀 이후 행사의 세부 프로그램 중 참석자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마무리 말씀에서는 앞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나왔던 의미 있는 말들을 언급할 수 있도록 말씀자료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말씀을 하게 되는 분이 실제 간담회의 내용을 정리하여 애드리브로 말씀을 하게 될 부분이지만, 말씀자료는 이러한 역할을 유도하도록 준비되어야 합니다. “앞서 진행된 간담회를 통해 ㅇㅇㅇ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와 같이 간담회 내용과 연관 지어 말씀자료에 해당 내용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행사의 내용 등을 충분히 이해하면 행사와 말씀이 따로 놀지 않고 어우러지게 할 수 있습니다. 말씀자료의 내용은 풍부해지고 글의 현장감도 높일 수 있습니다. 아래 예로 들고 있는 「전국자원봉사센터 대회」와 「지방자치경영대전」의 주요 프로그램에는 유공자에 대한 시상식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각각의 사례에서는 수상자들에 대한 축하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오신 공을 인정받아
영예로운 상을 받으시는 스물 한 분의 수상자 여러분께도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1, 전국자원봉사센터대회 영상축사 중)


우선, 오늘 '제17회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광주시 광산구,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도 구리시를 비롯한 34개 자치단체와
관계자 여러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1, 지방자치경영대전 서면축사)


참석자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입니다. 주최 측 입장에서 현장 말씀을 하는 경우 대개 말씀의 첫머리 부분은 행사 참석자들을 언급하며 참석에 대한 감사를 표하게 됩니다. 행사장에 참석해 있는 주요 인사를 소개에서 누락하거나 생략하는 것은 큰 실례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당초 참석을 약속했지만 최종적으로 참석이 어렵게 된 참석자를 말씀자료에 그대로 반영해 두는 것도 문제입니다. 특별한 경우라 아니라면, 굳이 현장에 없는 사람을 소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참석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말씀자료에 반영하되, 행사 직전까지도 참석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개회에 임박해서 참석자가 급하게 바뀐 경우라면 쪽지 형태로라도 말씀하실 분께 그 내용을 전달하여 잘못된 소개를 하는 일이 없도록 바로잡아야 합니다.


참석자 중 행사내용이 되는 분야의 업무에 특별한 기여를 한 사람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말씀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행사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 수 있고, 말씀하시는 분에게 진정성을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아낌없는 지원과 성원을 보내주고 계시는
000 총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2021, 지방자치의날 기념사 중)
아울러, 한국 섬 진흥원 설립에 관한 내용을 담은
‘섬 발전 촉진법’ 개정을 앞장서서 추진해 주신
김원이 의원님과 서삼석 의원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1, 한국섬진흥원 개원식 기념사 중)


위에서 예로든 ‘지방자치의 날 기념사’에서는 주빈으로 참석한 총리를 언급하여 평소의 지원과 성원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한국섬진흥원 개원 기념사’에서는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을지라도 섬진흥원 설립의 근거가 되는 법 제정을 이끌었던 두명의 의원들을 언급하고 감사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외부 인사들에게까지 개방된 시상식, 퇴임식 등의 경우에는 그분들을 언급해 주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퇴임식에 가족분들이 동반되는 경우, 신임공무원 임명식에서 부모님들이 참석하시는 경우 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덟 분께서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퇴임을 맞을 수 있게 된 것은
힘든 시간을 마주할 때마다
등을 토닥여 주고, 가슴을 열어 보듬어 준
든든한 가족분들이 계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편의 자리, 아내의 자리
그리고 부모와 자식의 자리를
묵묵히 채워주신 소중한 가족분들께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2021 하반기 퇴임식 말씀 중)

꼼꼼하고 섬세한 고민은 글 속에 참석자에 대한 배려가 담길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더 격조 있는 말씀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