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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과장 Nov 26. 2022

그의 어떤 금요일

#Scene1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서야 해가 났고, 창밖이 조금 보이기 시작다. 오늘처럼 안개가 짙은 날엔 오송역에 내리자마자 소똥 냄새가 묵직하게 스며든다. 마스크는 무용지물이다.

금요일이다. 지난주보단 덜하지만, 쉽지 않은 한 주였다. 호기롭게 시작한 세종으로의 통근은 매일매일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험장인 것만 같다.  점심을 먹고는 다시 서울 출장길에 올라야 한다.


창 밖이 제대로 보이질 않아서, 손가락으로 창문을 문지르고 나서야 내려야 할 때란 걸 알았다. 주섬주섬 가방과 외투를 챙겨 자리에서 튀어나왔다. 나오는 길에 그만 무릎을 의자 팔걸이에 세게 부딪치고 만다. 고통!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무릎을 문질러다.




#Scene 2

사무실에 들어자마자, 어제 퇴근 전에 보았던 내년도 업무계획 보고서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디션이 좋지 않아서인지 "직원들은 보고서를 왜 이렇게 쓸까"라는 건방진 생각도 한다. 담당 직원을  마주하고 앉아 다시 보고서를 고친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펜으로 주욱주욱 그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직원의 마음은 어떨까. 줄 사이 공간에 다시 써본다. 내 글씨는 왜 또 이 모양인가. 고서 4장 고치는 게, 고시 2차 답안 쓰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


# Scene 3

보고서 검토를 마치자마자 때맞춰 국장님의 호출이 온다. 최근 있었던 어떤 일의 후속대책에 대한 안타깝고 의욕적인 말씀. 속으론 "이걸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나는 직장인. "네 해보겠습니다."로 아름답게 마무리. 국장님 방을 빠져나와서는 다시 실무회의를 통해 일의 구체적인 방향을 잡는다. 월요일엔 초안 보고를 해야 할 것 같다.


잠시 후, 어제까지 보내주기로 했던 외부 강의 요청자료가 떠올랐다. 요청 기관에서도 독촉하기가 그랬던 모양이다. 날짜를 넘겼지만 아직까지 말이 없다.


#Scene4

장관님 기고문 보도일자가 다음 주 월요일로 정해졌다. 언론사 요청에 따라 당초 2000자에서 300자를 줄여 1700자로 맞췄다. 다시 장관실 컨펌을 받고 대변인실로 보냈다. 실장님께도 문자로 진행상황을 보고한다. 요즘은 간단한 사안은 문자보고가 일반적이다. 굳이 서면 보고서를 만들 필요도 없고, 보고의 요지만 간략히 문자로 보내는 것이 흔하다.


실장님 답장이 언제 올지 조바심이 난다. 실장님이 문자를 읽었다. 답장이 안 온다. 얼마 후,  "아주 잘 썼네요~~"라는 답장에 자신감과 안도감을 얻는다.


대변인실  협의과정에서 기고문에 더해 관련 업무내용을 기고문과 같은 면에 기획기사 형태로 담아보자는 얘길 나눴다. 손이 가는 일이긴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을 잘 소개해준다는데 마다할 리 없다. 데이터 분석 결과가 실제 정책에 반영된 실제 사례들 몇에, 우리 과에서 하는 여러 가지를 묶어보면 그림이 나올 듯하다. 대략 '와꾸'를 그리고 담당기자와 통화를 마쳤다.


#Scean5

점심을 먹고 역으로 간다. 따듯한 날씨다. 철쭉 꽃이 피어있다.  '구글사진'에서 4년전 오늘 사진이 뜬다. 영국유학에서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다. 그날엔 눈이왔었다.

붐비는 열차에 몸을 구겨넣었다.  입석으로 간다. 열차 도착시간이 늦어져 4시 약속이 빠듯하다. 열차를 한번 갈아타고 2호선 역삼역에 내렸다. 강남 냄새다. 같이 가기로 한 직원이 열차 연착으로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얼마 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그 직원이 들어온다. 과장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열심히 뛴 듯하다.


만나기로 한 업체 담당자에 연락을 하고, 만나서 사무실로 올라간다. 출입증을 배부하는 데스크 직원이 강남 사람처럼 생겼다. 안내를 받아 작은 회의실로 들어섰다. 이미 업체 측 사람들 셋이 나와 직원의 자릴 비워두고 앉아 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마치 그들에 애워쌓여 공격당할 것만 같다. 업체와 같이 진행하는 일과 관련, 많은 질문을 주고받는다. 한 시간 남짓 그런 시간을 보내고 미팅을 마쳤다.


#Scene6

건물 밖으로 나오니 노을이 대로 위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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