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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과장 Nov 28. 2022

거친 하루

# Scene0 / 07:30 오송역

평소보다 한 시간가량 일찍 출근을 한다.


# Scene1 / 아침 - 사무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주에 있을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강의에 활용할 자료를 서둘러 작성해 보냈다. 기다리고 있는 다른 일들을 챙겨야 하는 만큼, 남는 시간 동안 더 보완할 요령으로 일단은 초안 수준으로만 작성했다.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는 팀장님으로부터 직원 한분이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는 보고를 받는다. 지난주에 이미 한분이 확진 판정을 받았었는데, 그 영향인 듯하다.


내일모레 나가게 될 기고문과 관련 대변인실 수정안이 도착해있다. 마무리 단락에 손을 댔다. 데이터 기반 행정 문화가 자리 잡도록 조직의 리더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거시적인 방향성을 담았던  문단을 매우 미시적인 내용으로 치환해 놓았다. 부서 안팎의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었지만 이상하다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공통적이다.


 장관실 컨펌까지 받은 문안에 다시 손을 대는 것도 못마땅하지만, 수정된 내용과 문체는 더욱 못마땅다. 대변인실 담당자에 연락해 기존의 버전으로 수정 없이 가줄 것을 요청한다.


# Scene2 / 오전 - 사무실 테이블

지난주 국장님으로부터 지시받은 사항에 대해 담당팀에서 작성한 초안을 검토한다. 국내의 다른 과에서 보고서의 앞부분을 작성해야 하지만, 담당자가 서울 출장이다. 일단, 우리가 작성해야 할 파트에 대해서만 정리를 해서  그 다른 과에 보내 놓기로 한다. 내일 오전 중에는 국장님 초동 보고를 해야 한다.


그렇게 오전의 반을 보내고, 이번 주 중에 장관님 기고문과 함께 나갈 기획기사의 방향을 잡고 참고자료 작성에 들어간다.


# Scene3 / 오후 - 창밖엔 빗소리

점심 이후에는 기사가 실리게 될 신문사의 담당기자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마스크를 벗으니 더욱 동안의 기자다. 기획기사 관련 이야기를 나눈다. 해당 언론사는 내가 대학시절 대학생 기자로 일했던 곳이기도 하다. 애착이 가는 신문사이다.


기자를 보내고, 최근 데이터 분석 자격증을 따낸 직원의 자격증을 A3 사이즈로 확대해서 회의테이블 벽면에 잘 보이도록 붙인다. 그 직원은 민망해하지만, 자격증 취득 전부터 자격증을 따게 되면 대신 자랑을 하겠노라 공언했었다. 전산직이 아닌 일반행정직렬 직원이지만, 시간을 쪼개 자격증 공부를 해서 합격했다.


다시 참고자료 작성에 속도를 높인다. 대략적인 틀 안에서 필요한 파트별 자료를 직원들로부터 받고, 종합정리는 내가 맡았다. 부서의 일을 종합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전반적 구성을 담당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


# Scene4 / 어둑어둑 - 사무실 + 버스 장류장

6시가 다되어 얼추 정리가 끝났다. 직원들에게 자료를 공유하고 팩트체크와 수정을 요청한다. 얼마 전에 부서를 이동해 다른 곳에 가있는 직원에게까지 검토를 요청했다. 대략적인 수정사항을 확인하고, 최종 수정과 기자 송부를 직원들에게 부탁한다.


내일 오전에 있을 실장님 주재 회의자료를 챙겨서 사무실을 빠져나온다. 7시 반 열차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참만에 회사 앞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횡단보도를 건넌다.


# Scene5 / 19:30 오송역

열차 도착 4분을 남겨두고 버스에서 내린다.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열차가 예정시간 7분 넘겨 역에 들어온다. 오늘도 내 자리는 없다.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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