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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과장 Dec 13. 2022

판교 별곡

판교로 간다. 오늘은 어제보다 몸이 가볍다. 지난주 중앙아시아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A형 독감에 걸렸었다. 코로나보다 더한 몸살을 겪었다. 주말 동안 쉬었지만 어젠 종일 기운이 없었다. 과장으로서 몸이 아프다는 건 입체적인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부서 직원들, 위로는 실국장, 그리고 내 안의 나.


오늘 오후엔 10월부터 진행된 공모전 최종 발표회와 시상식이 있다. 행사는 1시부터 시작되지만, 행사장 준비상황을 챙기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공모전 주제가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만큼, 행사장도 의미 있는 곳을 고르려 했고, 결국 판교로 낙점했다.


오늘 행사다른 상황으로 장관과 차관이 참석하지 못하고 실장께서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장차관 없는 행사는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행사 준비와 진행에 드는 수고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이점도 있다. 발표를 하고 상을 받는 주인공들에게 더 무게를 두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이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행사가 6시가 다되어 끝이 났다.  순위권 내에 있는 12개 팀이 발표를 통해 순위 경쟁을 했다. 현장평가에 더해서  온라인 평가단 100명의 평가점수까지 반영했다.

5시부터 결과 발표와 함께 소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시상식이 열렸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잘 끝이 났다. 젠틀하고 소탈한 실장님 덕분에 큰 부담 없이 행사를 준비하고 마칠 수 있었다. 장차관급으로 행사 주재자가 정해지는 순간부터 일의 양과 심리적 부담은 몇 곱절 커지는 것이 이 바닥의 섭리다. 의전에서부터 하나하나 챙겨야 할 서류까지 아이 다루듯 세세하고 섬세해야 한다.


연차와 직위가 올라가면서 행사장에서 내가 직접 챙겨야 할 일은 줄어든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행사장에선 발에 땀이 나게 뛰어다녔었다. 이젠 챙겨야 할 것들을 발대신 입으로만 챙기게 된다. 무르익기보단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행사를 마치고 직원들과 차만 한잔 후 내일을 기약했다. 행사 준비에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다. 6년 동안 같은 패턴으로 해오던 행사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우리끼리의 행사였지만, 데이터를 갖고 있는 유수의 민간기업들과 협업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행사의 의미와 내용은 분명 좋아졌지만 덕분에 일이 몇 배로 늘어났던 것을 잘 알고 있다.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유치원 친구 집에 맡겨진 아이를 찾으러 다. 세차게 내리던 눈이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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