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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과장 Dec 23. 2022

친절한 12월

우수부서의 자리에 대한 짧은 출근길 단상

금요일이다. 체감온도 영하 22도 라는데 볼이 얼얼하다. 외투주머니에 손을 푹 찌르고서도 열심히 발을 움직여 문이 닫히려는 지하철에 간신히 올랐다.


어느 회사나 그렇겠지만, 12월은 1년간 혹은 하반기에 추진했던 일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달이기도 하다. 공공영역에서는 그 평가의 종류가 특히나 많다.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회사 전체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평가받기도 하고, 중요성이 큰 국정과제부문에 대한 평가를 따로 받기도 한다. 회사 내 전체부서들을 대상으로 부서별 성과를 평가하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의 평가들에 맞추어 자료를 만들어 고치고 보고하는 과정이 여러 경로로 동시에 진행된다. 부서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과장으로서 부서가 했던 일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꽤나 중요하다. 직원들의 사기와도 관련되어 있고, 부서장의 역량에 대한 위아래로부터의 간접적 평가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만든 보고서를 바탕으로 '구체적' 성과와 의미들이 잘 드러나도록 정리과정이 필요하다. 특히나 성과보고서에서는 정성적 성과와 정량 성과가 잘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일하는 방식개선을 적극 지원'에서 그치지 않고, '총 00건의 데이터분석 지원을 통해 법령개정절차 개선 등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적극 지원'이라고 하는 것이 더 피부로 와닿는 것은 당연하다.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일이다.


회사 내 부서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평가의 경우 평가를 앞두고 성과 보고서를 잘 작성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사실 그것 보다 휠씬 더 중요한 것은 평소 일해온 과정 하나하나일 수 있다.


평가의 주체는 상급자이다. 국장평가를 거쳐 실장평가단계로 넘어가고, 실장평가를 거쳐 최종적으로 차관 장관의 평가를 받게 된다. 그래서 성과평가는 연말 성과보고서를 통해서가 아니라 평상시 보고과정 등을 통해 이미 90퍼센트 이상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어쨌거나, 어제 공람이 걸려온 공문을 통해 우리 과가 우수부서로 선정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체 200여 개 부서 중 우수부서 17개 부서 안에 함됐다.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컸다.

우리 과는 만들어진 지 1년이 갓 넘은 신생부서이다. 데이터 분석이 강조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데이터분석과 활용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12월에 설치됐다. 사가 오래된 부서의 안정적이고 다소 보수적인 부서운영 방식보다는 도전적인 부서운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금도 역시 그렇고, 앞으로 얼마간은 그럴 것이다.


1년생 부서에서 연말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생 전체에 대한 평가에 해당한다.  신생부서를 궤도에 올리고 조직안팎에 그 존재감을 알리는 것은 과장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다.  '미션을 어느 정도나 달성하고 있는 걸까?'는 매일의 고민이고 질문이었다. 조직의 기대감은 컸고, 질문에 대한 답은 잘 들려오지 않았다.


어제 확인한 우수부서 선정은 매일 매일고민과 질문에 대한 누군가의 아주 작은 대답으로 들린다. 그래서 '기쁨'보다는  '다행'이다. 친절한 12월이다.


오송엔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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