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주최로 매년 개최되는 다문화정책관련 시상식에 보낼 서면축사 초안을 받았을 때입니다. A4 한장에 담긴 글은 술술 읽히고 거의 손볼 것 없이 완벽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내용과 표현이 매우 낯이 익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지난해에 비서실 검토를 거쳐 내보냈던 서면 축사를 찾아보았습니다. 해가 바뀌어 행사의 회차와 수상 지자체 명단이 바뀐 것을 빼면 이전 서면 축사를 거의 그대로 복사해서 붙인 것이었습니다. 일종의 자기표절입니다.
자기표절의 유혹은 넘어야 할 벽입니다. (c) wordtune.com
부처나 기관을 대표해서 타 부처나 기관에 보내는 축하 메시지가 지난해와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축사는 행사 개최를 축하한다는 1차적인 의미 외에도 행사의 주제와 관련하여 자기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나 정책을 홍보하는 계기로서의 의미도 큽니다. 1년간 진행했던 부처의 업무나 사업내용이 과거와 똑같을 리 없습니다. 똑같다고 생각된다면 다른 것이 무엇인지 담당자는 찾아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에 대한 고민과 자료조사 없이 그대로 예전 버전을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장관이나 중요한 인물의 메시지는 어디엔가 그대로 기록되어 남기 마련입니다. 지난해와 똑같은 내용을 올해도 그대로 베껴 썼다는 것을 누군가 알았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일까요?
기존에 사용된 축사 내용을 참고로 새로운 축사의 구성에 활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일이 아니지만,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결코 안될 일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진행된 구체적인 사업 사례나 성과를 찾아보고 업무계획을 토대로 앞으로 1년간 진행할 정책을 정리하다 보면 기존과 다른 글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