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한 내용을 바탕으로 초안이 작성되었다면, 글의 구조나 형태에 문제는 없는지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말씀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눈여겨 보아야할 몇가지 포인트를 살펴보겠습니다.
소리내어 읽어보기
현장에서 직접 말씀을 하는 경우나 영상을 통해 말씀을 하는 경우라면 앞서 강조했듯이 반드시 소리내어 읽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영상말씀과 관련한 경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영상말씀의 경우 준비된 말씀자료를 프롬프터에 띄워놓고 녹화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눈 높이에 놓인 화면상의 글을 보면서 말하기 때문에 실제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제가 비서실에 있는 동안에는 영상촬영장비 설치가 끝나면, 장관님을 촬영장에 모시기 전에 제가 먼저 프롬프터에 띄워진 말씀자료를 보면서 소리내어 말하는 일종의 리허설 과정을 거쳤습니다. 실제로 말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소리내어 읽어보며 말씀자료를 작성했지만 더욱 실제같은 리허설 과정에서는 보완이 필요한 문제가 추가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예컨대, 특정 단어의 발음이 어렵거나 혹은 단어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앞뒤의 단어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이른바 '말이 꼬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문제가 되는 단어를 비슷한 뜻의 다른 단어로 서둘러 교체했습니다. 문장이 너무 길어서 호흡이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때에는 문장을 둘로 나누거나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과감하게 삭제하여 가볍고 읽기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말씀자료를 사용하게될 고객의 입장이 되어 진지하게 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c) science.org문장이 너무 길지 않은지
열심히 글을 쓰다보면 문장이 길어지는 것은 흔한일입니다. 문장이 길어지다보면 글과 말을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핵심내용이 긴 글뒤에 숨어버리기 쉽습니다. 하나의 주어로 시작했지만 문장안에 여러 내용이 포함되다 보면 다른 주어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중언부언하는 모양세가 됩니다. 현장말씀에서 너무 긴 문장은 말하는 사람의 호흡에도 지장을 줍니다. 안정적으로 내용을 읽고 설명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문장은 가급적 짧게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토과정에서 문장의 길이가 길다고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2개 이상의 문장으로 끊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단어나 표현이 겹치지 않는지
서면으로 전달되는 말씀자료에서도 그렇지만, 현장에서 이루어 지는 축사나 기념사, 브리핑문 등의 경우에는 단어나 표현이 겹치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이나, 추진할 정책의 방향에 대해 소개하는 경우 표현이 겹치는 일이 잦습니다. 같은 단어나 표현이 반복되면 글의 무게감이나 진정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단어나 표현의 중복은 소리내어 읽어보는 과정을 통해 잘 찾을 수 있습니다.
아래 예시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문단에서는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하고 다음 문단에서는 응급의료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개별 문단들을 놓고 보면 '지속적 개선'이라는 표현 자체에 문제는 없습니다. 두 문단을 함께 보더라도 글의 내용상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은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더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기 위해 수정안에서는 두개의 문단에서 중복적으로 사용된 '지속적으로 개선'을 '계속해서 보완'으로 바꾸어 사용했습니다.
(원안)
정부는 앞으로도
위중증의 안전한 관리를 비롯한
의료 여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이와함께 정부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체계 또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수정안)
정부는 앞으로도
위중증의 안전한 관리를 비롯한
의료 여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이와함께 정부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체계 또한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위의 사례에서처럼 같은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있습니다. 대체할 용어나 표현이 도저히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로 바꾸어 보려는 작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아래는 같은 뜻이지만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예시들입니다.
노력하겠습니다. / 힘쓰겠습니다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지원범위를 넓혀나가겠습니다.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시행해 나가겠습니다. /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정비해 나가겠습니다. / 관리해 나가겠습니다.
글이 평면적으로 보이지 않는지
말씀자료에서는 현재 추진하는 정책을 소개하거나 앞으로 진행하게될 계획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관련 내용들을 주욱 나열하는 형태로 구성하는 경우가 적지않습니다. 강약없이 내용이 평면적으로 구성되어 말하는 사람도 듣는사람도 밋밋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때, 적절한 접속어를 사용하게되면 평면적인 글이 입체적으로 변합니다. 중요부분을 강조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 첫번째 예시는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중인 지원사항과 함께 앞으로 추진할 계획을 언급하고 있는 말씀자료 글입니다. 지원사항과 추진계획이 병렬적으로 나열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검토안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지원사항과 앞으로 추진계획사이에 '한발 더 나아가'라는 접속어를 집어넣었습니다. 덕분에 기존 외국인 주민 맞춤형 서비스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맞춤형' 서비스를 준비중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원안)
정부는 지난해 정부24 시스템에 외국인 전용 서비스를 개시하여
외국인 주민의 체류와 고용지원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는 다문화가족 맞춤형 원스톱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검토안)
정부는 지난해 정부24 시스템에 외국인 전용 서비스를 개시하여
외국인 주민의 체류와 고용지원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는 한발더 나아가 다문화가족 맞춤형 원스톱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비슷한 예시를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이어 앞으로 시행할 정책의 방향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A정책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민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라는 표현 덕분에 추진 의지가 더 강하게 전달됩니다.
(원안)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A정책은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들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행해 나가겠습니다.
(검토안)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A정책은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민들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적절한지
예시 문장을 먼저 보겠습니다.
장애인이 기회와 존중받을 때,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장애인이 주어인 조건문입니다. 앞단에 해당하는 '장애인이 기회와 존중을 받을때' 부분이 어색해 보입니다. 해당부분을 주어인 '장애인'을 중심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장애인이 기회를 받을때', '장애인이 존중받을때'로 나누어 보니, 뒷부분인 '장애인이 존중받을때' 부분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앞부분 '장애인이 기회를 받을때' 라는 표현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문장 전단의 술어에 해당하는 '받을때'라는 말에 '기회'와 '존중'이 한꺼번에 이어지다보다 발생한 문제입니다. 기회를 받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은 아닙니다. 기회는 '주어진다' 또는 '얻는다' 라는 술어와 더 잘 어울립니다.
원문을 아래와 같이 수정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이 보다 많은 기회를 얻고 존중받을때,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장애인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그들이 존중받을때,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자신이 쓴 초안을 냉정한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자칫 그냥 보아넘길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글을 쓴 본인은 주어와 서술어간의 관계가 이상하더라도 그 뜻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그냥 보아넘기기 쉽습니다. 자신의 초안을 다른 사람과 함께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