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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과장 Jul 24. 2023

도블(Dobble)

아이가 좋아하는 보드게임 중에 도블(Dobble)이라 불리는 게임이 있다. 동그란 모양의 카드 한쪽면에 8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55장의 카드를 이용하는 게임이다. 아무 카드나 2장을 뽑으면 반드시 같은 그림이 하나 들어있다. 한 사람이 두장의 카드를 보여주면 상대방은 각 카드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그림을 빠르게 찾아내야 한다.

아이들의 순발력과 관찰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부모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큰 게임이다. 아이 덕분에 나 역시 그 게임에 강제동원되곤 한다. 두장의 카드에는 언제든 같은 그림이 하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아 결국 아이의 눈을 빌릴 때가 적지 않다. 핑계를 대자면 카드에 그려진 같은 그림들은 크기가 서로 다르다. 여간 집중하지 않으면 다른 그림으로 인식하고 헤매게 된다. 같아도 같은 것을 찾아내지 못하는. 게임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자주 맘이 뜨끔하고 저릿해짐을 느낀다. 두장의 동그란 카드 위를 오가며 시선이 어지럽게 흔들릴 때, 같은 그림이 반드시 있다는 게임의 룰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아마 같은 그림은 없다고 결론지었을 게다.

살아온 동안 내 생활 속에서도 내 일에서도 틀에 박힌 시각과 한정된 인지능력으로 쉽게 상황을 단정한 것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 가운데 무언갈 결정지었던 것들은 또 얼마나 허점이 많았을까. 부끄럽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가 보는 것이, 그래서 내가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손에 쥐고 살아갈 수밖에.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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