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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과장 Apr 28. 2024

직장생활과 신뢰자본에 관하여

디테일이 만드는 좋은 첫인상이 힘입니다.


첫인상의 중요성에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배우자를 얻는 과정과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은 첫인상이 위력을 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를 놓고 보자면, 첫인상의 영향력이 일자리를 얻는 딱 그 지점까지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한 사람이 조직에 소속되고 자기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첫인상은 꽤나 중요하다.


사람이란 한편으론 고상하고 복잡하고 섬세한 존재인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렇게 단순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불완전한 정보에도 쉽게 고정관념과 편견을 갖곤 한다.


주로 보고를 '받는' 위치에 서있는 나는 하루 동안에도 여러 차례의 보고를 받는다.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오타는 물론, 전혀 맥락에 맞지 않는 말들이 쓰인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상대적으로 그 빈도가 높은 직원이 있고, 훨씬 덜한 직원도 있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 보고를 받는 사람이 학습된다는 사실이다. 실수나 오류가 잦은 직원이 보고서를 가져오면 '이번에도 무언가가 있겠지'라고 지레 짐작 한다. 눈에 불을 켜고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토씨 하나까지 자세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서로 피곤함이 커진다. 실수나 오류의 빈도가 낮았던 직원의 경우에는 그 반대다. '잘해왔겠지' 하고, 큰 흐름과 맥락만 빠르게 훑어보게 된다. 보고도 심플하게 끝난다.


꽤 오래전 행정학을 공부할 때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조직 내 혹은 조직 간에 서로 신뢰하고 협력해서 일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윤활유 같은 존재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 한다. '신뢰자본'이라 불러도 의미상의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직장생활에서 첫인상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개인 혹은 부서의 신뢰자본을 만들고, 다시 그것이 업무의 진행 또는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입직원이 꼼꼼히 일처리를 하는 것, 아직 고정관념이 생기지 않은 새로운 상사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애쓰는 것. 모두 중요하다.


처음에 그 자본을 쌓아가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경험상 그리 긴 시간도 필요치 않다.) 신뢰자본이 적당히 축적되면 그것만큼 일 처리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없다. 믿음을 받고 일하는 것은 믿음에 부응하기 위한 책임감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일의 품질을 높인다.


간혹 "과장, 국장은 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라고 푸념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이 쌓아둔 신뢰자본이 얼마만큼이나 될지 체크해 볼 필요도 있다.(물론, 과장, 국장이 x라이 인경우도 있을 수 있다.)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후배들에게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버릇을 처음부터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한다. 일을 '빠르게'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언제나 그렇듯 승부는 '디테일'에 달려있다.


일을 '빠르게'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몸에 익는 것이지만 '꼼꼼히' 하는 것은 처음부터 노력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도 쉬이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첫인상이 결정되고, 신뢰자본의 수준도 결정된다. 일상이 피곤해질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또 자본을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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