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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세아 Jan 07. 2020

한 달 살기와 두 달 살기는 어떻게 다른 느낌일까

시간의 속도에 무뎌진다는 건, 마음의 평온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첫 1주일 동안은  탐색기였다.


 숙소만 예약하고 온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직접 눈으로 보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선호하는 타입의 사람이라 서다.

방학시즌에 왔었다면 선예약을 다시 한번 생각했겠지만 우리는 11월 초, 우기가 막 시작하는 무렵에 왔기 때문에 유치원이든 어디든 자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다행히 예상은 맞았다.

주변을 돌아보고 3개월간의 일정을 생각하며 예약하는 데는 약 1주일이 걸렸다. 조호바루 유치원은 하루치의 비용을 내고 트라이얼 수업을 보낼 수가 있어서, 여러 개의 유치원을 직접 다녀보고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유치원과 어학원을 등록하는 것 외에도 몇 개의 큰 마트에서 장을 보고, 정수필터를 사다가 설치하고, 결국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수영튜션을 알아보고, 주변에 갈만한 식당과 카페에 가보고, 반딧불 투어와 싱가폴 여행도 찾아보고, 마지막으로 조호바루 시내 지도를 대략적으로 파악해서 앞으로 일정을 재구상해보는 것으로 첫 일주일이 지난 듯하다.

여행이라면 일주일 동안 한 숙소에 머무는 것이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인데, 한 달 살기가 처음인 우리 가족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물론 첫 숙소에 감동을 받아 수영장을 매일 간 것도 한몫 했을 것 같다.





그다음, 2주간이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다.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어느 정도 끝내고 주변 지리가 눈에 익기 시작하면 크게 어려움 없이 일과가 흘러가고 쉽게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기 때문에, 첫 주에 스트레스라 느끼지도 못했던 막막함이 없어진다.

대신 그 자리에, 새로운 것들에 대한 즐거움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항상 가던 쇼핑몰 입구에서 아이들을 위한 생소한 이벤트를 할 때에도, 상가에서 새로 연 미술학원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할 때도, 그저 신기하고 재밌다. 자주 가던 첸돌(말레이시아 팥빙수) 집이 있었는데, 우연히 들른 다른 식당에서 첸돌을 먹어보고는 또 다른 맛집을 찾았다며 호들갑을 떤다.

또 여가시간이 늘어나, 아이와 함께 레고랜드 연간회원권을 끊어서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이의 만족도는 크게 늘었다. 항상 생각하건대 아이는 적응속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4주를 지나며 그 후 한 달간은 이 곳이 익숙해진다.


 약 삼 주째가 지나고 한 달이 가까워 오니, 생활이 루즈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느낀 것은 한 달을 사는 것은 새로움으로 꾸준한 자극을 느낄 수 있지만, 약 3주 정도면 적응이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그 이후엔 시간이 빨리 흐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새로움이 익숙함으로 바뀌면서 신비로움이 한 꺼풀 사라지자, 내가 머무는 도시가 좀 더 객관적으로 보인다.

추천이 되어있는 식당만 다니다 지겨워지면, 정보가 없는 새로운 식당도 가보기 마련인데 그럴수록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가끔은 식사를 제대로 때우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한국식당을 찾거나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즈음이 이때쯤이었다.

여행이 생활로 넘어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들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서 배달로 받기도 하고 야시장에서 장을 보기도 한다.  

한 달이 지나면서는 아이의 영어에 대한 성과도 생각해보게 되어 보육 수준의 놀이식 유치원에서 조금이라도 파닉스를 배우는 학습식 유치원으로 옮기고, 집에서 조금씩 가르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두 달이 지나면 현지의 삶을 상상해보게 된다.


 적응이 완벽하게 끝난 건 아니겠지만, 이사를 온 것처럼 이제는 머무는 집이 내 집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편안하다. 이곳에서 국제학교를 보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아이를 여기에서 이삼 년간 국제학교에 보낸다면, 아니면 이민을 온다면 이란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삶이 일상이 되다 보니 장점도 생긴다.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먹고, 좋아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보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저녁 공기를 맡으며 산책하는 시간들이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서점이나 북카페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보낼 때면, 한 달 살기에서는 시간이 아까워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조호바루에서 꽉 채운 두 달이 지나고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한 달 살기가 처음인 우리 가족은 한 달 살기를 하기 전 새로운 도시에 머무는 기간을 정하며 첫 한 달을 보낸 후 느끼는 감정과 두 달 이상이 지난 후 느끼는 감정이 어떻게 다를지  고민을 했지만, 직접 와서 느낀 것은 또 달랐다.


 그리고 이 곳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 년간의 일정 동안 어디서, 얼마나 머물지 결정하기 위해서 과연 우리는 새로운 도시에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적응을 하는지, 시간이 지나면 생활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켜보며 아이와 우리 부부의 성향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이렇게 두 달을 지나며 느낀 점은, 더불어 고작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가지에 욕심을 내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한 달 살기는 조금 긴 여행에 가까운 것이지, 문구 그대로 살아보는 것과는 괴리감이 있다. 그와 동시에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지는 데에 한 달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서 새로움을 만끽하고, 일 년 동안 가장 새로운 방식으로 리부팅을 하며 살아가고 싶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맞는 패턴의 한 달 살기를 계획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남은 열달동안 아마영국에서만 두 달을 보내고, 나머지 도시는 한 달씩 머무르지 않을까 한다.




조호바루 추천 방문지

Le Petit Prince : 에코네스트 지역 북카페

Me Books Nooks : 썬웨이 시트린 지역 어린이 서점



 조호바루 신도시 이스칸다르 누사자야 지역에서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줄 수 있는 장소를 두 군데 추천한다.

에코네스트 주변 상가 밀집지역에는 북카페가 있다. 주로 어른용 책들은 중국어로 되어 있으나, 2층으로 올라가 보면 아이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어 동화책들이 많이 있어서 무겁게 책을 들고 오지 않아도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줄 수 있다. 또한, 썬웨이에 어린이 서점이 있는데 샘플북들이 적당히 있기 때문에 이곳도 아이들을 데려오기 좋다. 두 곳 모두 한 달 이상 넉넉하게 머무르는 분들께 추천할 만하다.  






처음 보는 아이와도 금방 친해지는 활달한 성격의 일곱 살 아이, 로숲이는 세계 일년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스케줄 매니저로, 아빠는 짐꾼과 보디가드로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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