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혜 Jul 23. 2022

2. D-30 이스타 비자 사기를 당하다.

킹받은 이유

괌에서 2달을 계획하고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이스타 비자를 받는 것이다. 이스타 비자라면 코로나 전에 아이들만 데리고 미국 여행을 갈 때 받아봐서 '그까짓 거~'하는 마음으로 쉽게 생각했었다.


 일찍 일어난 어느 새벽. 조용히 컴퓨터를 켜고 검색창에 '이스타 비자'라고 검색을 하고 사이트에 들어갔다. 모두 잠들어있는 새벽이라 방해하는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고 딱 좋았다. 나는 오랜만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보았다. 사이트에서 하라는 대로 한 자 한 자 신중하게 정보를 작성해 넣었다. 혹시 잘못 적었을 까 봐 몇 번을 검토했는지 모른다. 모든 정보를 내 손으로 집어넣은 뒤 결제하기 버튼을 눌렀다. '오케이! 한 명 완료~ ' 한 명 한 명 끝날 때마다 내 마음도 후련해진다. 식구들이 깨기 전에 마무리 지으려고 속도를 내었다. '띠링~' 마지막 결제까지 끝났다.


 결제를 마치고 핸드폰을 들어 결제 내역을 보니 후련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상한 점은 하나도 없어 보였다. 단지 신청비용이 예전에 비해 좀 비싸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이것도 올랐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느낌이 커졌다. '아무리 올랐어도 그렇지 그렇게 비싸다고?' 내가 결제한 금액은 1인당 120달러였다. 나와 우리 아이들을 다 결제했으니 480달러... 이스타 비자 발급 비용치고 터무니없이 비싼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스타 비자 발급 비용을 검색해 보았다. 21달러!!!!!!!! 역시....... 왜 진적 의심하지 않았지? 왜 내가 들어갔던 사이트가 공식 사이트일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을까? 새벽에 일어나 사기 사이트에 들어가 신중하게 한 자 한 자 넣으며 고심하던 모습이 떠올라 짜증과 자괘감이 몰려왔다. 이럴 때가 아니다. 환불을 받기 위해 그 사이트로 다시 들어갔다. 역시나 사기 사이트는 공식 사이트 못지않게 공식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보이스 피싱에 넘어가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랑 뭐가 다른가 싶어 영감님 탄식 소리가 나도 모르게 허허 나왔다. 사이트에서 안내하는 이메일 주소로 항의 메일을 보냈다. 72시간 이내에 답변을 주겠다는 답을 받았다. 허허허 허 72시간?


 사기로운 사람들에게 당한 뒤 깨달았다. '사기는 어리숙한 사람만 당하는 거지. 얼마나 정신 똑띠 못 챙겼으면 당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였다. 진짜처럼 만들어놓고 속이는 놈들이 잘못한 것이지 당한 사람을 손가락질하면 안 되는 것이다.

 

 사기 사이트에서 모른 척 무시했으면 더 열받았을 텐데 조금만 열받으라고 4명 중 2명만 환불해줬다. 다시 항의 메일을 몇 차례 보냈지만 대꾸도 없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글쓰기 소재를 얻었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인가.

 

 다른 분들은 당하지 마시라고 알려드려야겠다. 이스타 비자의 공식 사이트는 Official ESTA Application Website,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dhs.gov)로 들어가시길 바란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유의 여신상이 노려보고 있으니 이점도 꼭 잊지 마시고 사기당하지 마시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1. D-120 떠나기로 마음먹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