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른 채 캠프에 참여하느라 잔뜩 예민했던 첫날과 다르게 더 일찍 가서 더 놀겠다며 6시 반에 일어나서 7시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 괌 대학 캠프 시작은 8시다. 덩달아 나도 일찍 일어나서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괌 대학 캠프에서는 점심이 제공되지 않아서 도시락을 싸가야 한다. 그래서 새벽같이 도시락도 다 준비해놓아야 했다. 아이들 바람대로 8시에 시작인데 7시 반에 도착했다.
아침에 서둘렀더니 오전 시간이 길었다. 앗싸! 여기 온 뒤로 글을 쓸 시간적 여유는커녕 잠깐 앉아서 쉴 시간도 없었는데 드디어 시간이 생겼다. 이 시간에 뭘 할까 망설이다 산책을 하고, 글도 썼다.
드디어 아이들 데리러 갈 시간이다. 이런 시간은 언제나 참 빨리 지나간다. 오늘은 뭐했는지 물어봤다.
"처음에 준비운동으로 체육관 6바퀴 뛰었어. 그리고 피구, 배구, 농구, 럭비, 줄다리기, 플라잉디스크도 하고, 게임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간식도 먹고 점심도 먹었어. 엄청 재밌는데 힘들어"
놀랍게도 하루 종일 논다ㅎㅎㅎ 할 수 있는 모든 놀이를 다 하는 건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늘 잠이 든다. 8시부터 4시까지 계속 뛰어놀았으니 힘들 만도 하겠다. 온몸에 알이 배겨서 한동안 주물러 달라고도 했다. 한국에서 이렇게 놀아본 적이 있었나? 유치원, 학교, 방학, 다 돌이켜봐도 이렇게 하루동일 뛰어 논적은 없었다. 그래 실컷 뛰어라 키도 키워가고, 체력도 길러가자. 하루 종일 놀려고 여기까지 왔다는 게 좀 아이러니한데ㅋㅋㅋㅋ 정말 좋아한다.
선생님들은 대학생들인 것 같다. 이건 내 생각인데 체육과 학생들이 진행하는 캠프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친구들과 놀다가 힘들면 앉아서 쉬다가 출출하면 간식도 꺼내 먹고, 다시 놀고 싶으면 놀이에 껴서 논다. 자유로운 분위기다. 참! 큰 체육관에서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으로 나눠서 놀이를 하니 또래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좋았다.
실컷 노는 건 알겠고, "그래서 현지 친구들 만나서 영어로 얘기하며 노나?"라고 궁금하실 텐데 여기는 앉아서 노는 곳이 아니라 아쉽게도? 영어를 그렇게 많이 쓰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들 몸으로 노느라 눈빛으로 말이 통한다고ㅎㅎㅎ 그리고 한국인 아이들이 전체의 10% 정도가 되는 듯해서 수다가 필요할 때는 기가 막히게 한국 아이들끼리 모인다고 한다. '아예 영어를 안 쓰는 것은 아닌데 많이 쓰지는 않는다! 근데 선생님들이 말하는 것은 얼추 알아듣겠더라.'가 캠프를 다녀온 뒤 아이들이 해준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캠프를 좋아했고, 내년에 또 오자고 벌써부터 졸랐다. 그리고 1주일간의 캠프를 마치는 날 시크한 첫째 딸이 날린 한 마디
"농구공 사줘"
운동과 거리가 먼 사춘기에 진입한듯한 딸을 움직이게 만들다니 대단하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