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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자비한 햄스터 Sep 27. 2022

독서, 글쓰기 모임 운영을 시작하다

<느슨한 연대, 깊은 몰입>

독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은 이유


주변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독서에 필요를 느끼거나, 독서를 향한 소소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필요를 느끼는 예시) "성공한 사람들은 다들 독서를 하는 것 같더라... 나도 읽어야 하는데..."
(소소한 욕구 예시) "가끔 소설이나 에세이 읽으면 재밌고 감동도 있지만..."


문제는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실천이 뒤따라오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일(혹은 공부)에 치이고 관계에 치이고 나면 저녁엔 조금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 그 시간에 앉아서 활자에 집중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SNS, 웹툰 등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도 저녁 시간은 짧기 때문! 그래서 결국 '내일 읽자'가 반복되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심리적 장벽이 생성되는 듯하다.


1. 책 리뷰 영상을 보거나 서점에 방문할 때면 '꼭 책을 읽어야지!'하고 다짐하게 된다

2.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책, 서문만 읽고 덮은 책이 눈에 띌 때마다 '시간 날 때 읽어야지~'하고 생각한다

3. 그러다가 어느 순간엔 '아 맞다. 저거 읽어야 하는데...'라고 생각이 바뀌면서 독서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커지게 된다

4. '몰라. 이미 읽었던 부분도 다 까먹었어'라고 생각하며 책을 다시 책꽂이에 넣는 순간, 독서에 대한 마음의 문은 굳게 닫힌다




독서 모임으로 심리적 장벽 극복하기


나 역시 독서를 '좋아했지만' 그리 열심히 하지는 않는 사람이었다. 독서를 하던 때를 살펴보면 주로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 공부하기 싫어서', '대학교 공강 시간에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될 때', '놀 게 다 떨어져서 게임까지 질렸을 때'였다. 독서를 좋아했지만 언제나 우선순위는 마지막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친구와 함께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첫 모임 때 굉장히 신났던 걸로 기억한다. 어쨌든 좋아하는 활동을 친구와 함께 한다는 점, 친구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 친구와 나눌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진다는 점, 마지막으로 모임이 끝나고 피시방으로 직행한다는 점까지. 기대하지도 못했던 큰 기쁨을 얻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꾸준히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중요한 것은 독서 모임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독서' 외에 아주 많다는 것이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들을 수 있고, 내가 준비한 이상한 궤변까지도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들어준다. 종종 모인 사람들의 전문 지식이나 경험도 들을 수 있는데, 그 간접체험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어쨌든 나는 독서 모임을 통해 지난 10년 가까이 꾸준히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모임을 운영하게 된 명목상 계기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의 참가자로 여러 해를 보냈었다. 어느 독서 모임을 가도 위에 제시한 이점을 누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꼭 있었다. 참여자들은 대부분 책을 겨우 읽고 별생각 없이 모임에 참석했다. 모임에 막상 와서 얘기를 하려니 당연히 할 말이 정리가 안 된 상태였고, 앞뒤가 안 맞는 즉흥적인 멘트가 쏟아졌다. 듣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모임의 분위기는 '무슨 말이 나오든지 일단 공감해주기'가 되어버리기 일쑤였다.


비즈니스를 배워가는 입장에서 '일단 공감해주기'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독서 모임에 대한 편안함, 우호적인 감정을 유지하려면 꼭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한편으로 '조금 더 좋은 콘텐츠가 있었으면...'하고 생각하게 됐다.




모임을 운영하게 된 실질적 계기


솔직히 어떤 집단이든 운영하는 것은 굉장히 귀찮다. 대학생 때 30명 정도 규모의 학술 동아리를 이끌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고생깨나 했었다. 그때부터 앞장서는 것을 꺼려하게 됐었다. 독서, 글쓰기 모임도 참여하다가 아쉬운 점이 있어도 '괜히 앞장서서 고생하는 것보단 이게 낫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랬던 내가 모임 운영을 맘먹게 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커뮤니티의 힘

일을 하다가 '노코드'라는 존재를 알게 됐고, 국내 노코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장병준 님을 만나 뵙게 됐다. 그때 장병준 님이 해주신 말씀 중 하나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면 여러 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 돈이 될 수 도 있다!'였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참가자 1,000명이 넘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람과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커뮤니티의 힘'을 확실히 깨닫게 됐었다.



커리어에 대한 불안함

취업하고 1년 동안은 경영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대표님께서 '우리가 직접 사업을 하자'라고 하셔서 스타트업 모드로 전환하게 됐다. 기존에 있던 인력을 그대로 가져다가 신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니, 삐걱거리는 점이 많았다. 기획, 전략, 재무, 프로세스 개선 등 기존 사업체를 개선하는 방법은 알았지만, 새롭게 무언갈 만들어내는 데에는 역량이 크게 부족했기 때문. 그러다 보니 사수 없이 더듬거리며 일을 익히면서 느리게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시작은 빠이팅이 넘쳤다. 잘 모르는 분야여도 공부를 하면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웹사이트 개발도 위에서 언급한 '노코드'를 활용하면 빠르게 배워서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초심자의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깊게 파고들수록 전문분야의 지식과 실무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다. 배우는 것은 더뎠고, 하나 배울 때마다 깨닫는 것은 '전문가가 말 한마디 해주면 쉽게 끝날 문제'였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1~2년 더 보내다가는 소위 '물경력'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불안해졌다.



일하는 재미 감소

위와 같은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일하는 재미가 감소했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일하는 게 너무 재밌어!'라고 말하던 나였다. 내 마음에 '재미'를 담는 그릇이 있다면, 그 그릇이 텅텅 비어버리게 됐던 것. 마치 이별하고 난 뒤처럼. (애인도 없었으니 그야말로 텅텅!)



그래서 결국 나를 위한 미지의 활로를 개척하면서 동시에 재미까지 얻어보겠다는 취지로 모임 운영을 결심하게 됐었다.




내가 만든 독서, 글쓰기 모임은 뭐가 다를까?

그럼 이제 내가 운영하고 있는 모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 실질적인 계기로 모임 운영을 결정하게 됐지만, 명목상의 계기를 바탕으로 모임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

지정 도서로 독서 모임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모임 이틀 전에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 나눌 주제, 질문을 미리 공유한다. 반드시 질문에 대한 답을 내고 올 필요는 없다. 다만 이렇게 해놓으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10분이라도 할애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질문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10분 고민'은 굉장히 효율이 좋다. 시험 보기 10분 전에 시험문제가 유출됐다고 상상해보자.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글쓰기 모임에서는 함께 모여 시간을 정해두고 글을 쓴다. 글쓰기 연습을 위해 5문장 챌린지를 먼저 진행하고, 미리 공유한 주제에 대해 30분 정도 글을 쓴다. '시간제한''함께 한다는 느낌' 때문에 참여자들은 그 시간 동안 굉장히 몰입하게 된다. 생각을 정제된 글로 표현할 기회는 일상에서 거의 없다. 이럴 때 맛보기로 해보면 의외로 좋은 반응이다. 반복되는 주요 피드백은 다음과 같다.


'생각을 5 문장으로 정리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네요.'
'30분이 이렇게 짧을 줄 몰랐어요'
'못할 줄 알았는데 같이 하니까 어떻게든 글을 쓰게 되네요. 신기해요.'



모임 내용을 돌아보기

독서든 글쓰기든 모임을 하고 나면 만족스럽다. 모임 중 이야기를 나눴던 내용도 좋은 것이 많다. 하지만 모임이 끝나면 그 좋은 콘텐츠가 휘발된다. 기억에 남는 것도 거의 없다.


나는 모임용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었다. 초기 버전은 Notion으로 구현을 했다. 모임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참여 링크, 참여자들의 글을 모아두었다.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면서 참여자가 Google Form으로 자신의 글을 제출하면, Notion 페이지에 차곡차곡 쌓이고 그 글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이로써 참여자들은 언제든 모임에서 나온 콘텐츠를 재확인할 수 있다.



참여자들에게 메일로 콘텐츠 전송

모임은 토요일에 진행된다. 그리고 이틀 뒤인 월요일에, 모임 중 나왔던 내용을 종합해서 참여자들에게 전송해준다. 이렇게 참여자들에게 모임의 내용을 상기하도록 유도한다. 참여자들이 한번 더 콘텐츠를 읽게 된다면, 그때 나왔던 좋은 아이디어들을 기억하고 활용할 확률이 높아지게 될 거라고 믿는다.



새로운, 가치 있는 경험을 선물하기

전통적인(?) 독서 모임이라면 지정된 장소에 모여 이야기를 하고 끝난다. 나는 무언가 더 새롭고 가치 있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은 욕구가 든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메일로 콘텐츠를 정리하여 보내주는 것은, 초기 단계에서 구현한 극히 일부 서비스일 뿐이다. 아이디어는 많다. 온라인 모임, 도서 집필, 작가 섭외... 지금부터 하나씩 도전하고 검증해나갈 생각이다.




모임 소개

여기까지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매우 매우 감사합니다!". 혹시 제 모임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여, 모임 소개를 간략하게 하고자 합니다...


오프라인 모임은 어플 '소모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소모임 링크)

(온라인 모임은 준비 중입니다!)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은 격주로 진행됩니다.


모임 장소 : 주로 홍대, 합정 부근 스터디카페

모임 일시 :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진행 시간 : (독서) 90분 소통

             (글쓰기) 45분 글쓰기, 45분 소통


초기 Notion 웹사이트 (링크, 조만간 바뀔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느슨한 연대, 깊은 몰입> 모임장 무자비한 햄스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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