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파를 측정하는 방법 -
written by Seungju Lee
seungju.lee@looxidlabs.com
룩시드랩스는 VR과 모바일앱에 뇌전도 (EEG)를 접목해 멘탈헬스케어를 돕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사용자는 EEG 및 광혈류측정 (PPG) 센서가 달린 헤어밴드를 이용하여 뇌파를 측정함으로써 인지기능의 저하를 손쉽게 발견하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사용 가능한 서비스인 LUCY는 간단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하며 실시간으로 뇌파를 측정해 사용자가 자신의 인지기능 상태를 확인 및 관리하게 합니다. EEG는 비침습적인 방법을 통해 생체신호를 추출하며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들은 심리학, 언어학, 의학과 같이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상태, 뇌 질환의 진단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본 아티클 시리즈에서는 LUCY 서비스의 핵심인 뇌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앞선 1편에서는 뇌파의 정의와 유래, 그리고 종류를 살펴보았습니다. 뉴런이 활동하면서 발생시키는 전기적 신호의 패턴이 뇌파이므로, 뇌파를 측정함으로써 우리는 뇌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뇌파 측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뇌과학도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따라서 이번 편에서는 뇌파를 측정하는 다양한 장비를 소개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뇌전도 (Electroencephalogram; EEG)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인간의 뇌는 단단한 두개골 내부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아마 가장 먼저 두개골을 개방하여 직접 뇌 위에 측정 장비를 부착하거나 삽입하는 방법이 떠오를 텐데요, 이를 침습적인 (Invasive) 방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뇌전증 환자나 뇌가 손상된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가 아닌 단순 뇌파 측정을 위해 두개골을 개방한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뇌를 보호하는 두개골을 절개한다는 것은 곧 뇌를 외부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뜻이니까요. 이러한 이유에서 두개골을 개방하지 않고도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어 왔고, 이를 비침습적 (Non-invasive) 방법이라고 합니다. 뇌파를 측정하는 침습적, 비침습적 장비에는 각각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침습적인 방법
뇌를 침습적인 방법으로 측정하는 장비에는 대표적으로 뇌피질전도 (Electrocorticography; 이하 ECoG)와 피질내 전극 (탐침; Depth electrode; Intracortical electrode)이 있습니다. ECoG은 두개골을 개방한 뒤 대뇌피질 표면에 전극이나 마이크로칩을 ‘부착’하여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피질내 전극은 단어에서부터 그 의미를 유추할 수 있듯이 대뇌피질 내부에 전극 (탐침)을 ‘삽입’하는 방법입니다. 침습적인 방법은 모두 두개골을 거치지 않은 신호를 측정하기 때문에 신호의 품질 지표인 잡음 대 신호 비 (Signal-to-noise ratio; SNR)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침습적인 방법은 그 위험성 때문에 주로 의료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뇌파를 측정하는 장비로서 상용화되기는 어렵습니다.
비침습적인 방법
뇌파는 임상 현장에서부터 일상생활에서까지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여, 두개골을 개방하지 않은 상태로 안전하게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더욱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뇌파를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측정하는 장비로는 대표적으로 뇌전도 (Electroencephalogram; 이하 EEG), 뇌자도 (Magnetoencephalography; 이하 MEG)가 있습니다. EEG는 두개골을 개방하지 않고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여 전극을 통해 검출되는 전위차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MEG는 뇌의 전류로 인해 형성되는 자기장을 검출해내는 방법입니다. 뇌의 자기장은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이를 감지해낼 수 있는 초전도양자간섭소자 (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erence device; SQUID)를 사용하며, 감지한 결과로부터 신호가 나타난 뇌 영역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전기장보다 자기장이 두개골을 잘 투과하기 때문에 공간 해상도 측면에서는 MEG가 EEG보다 유리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뇌파를 측정하는 많은 방법들 중 EEG에 주목해보고자 합니다. EEG가 다른 뇌파 측정 장비들에 비해 제약이 적고 안전하면서도 측정의 정확도 또한 크게 뒤처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MEG는 비침습적이긴 하나 EEG에 비해 훨씬 비싸고 전문가를 꼭 필요로 하며 장비가 크고 휴대가 불가능합니다. EEG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휴대 가능한 형태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촬영 과정도 훨씬 간단하지요.
EEG는 전극을 두피에 부착하여 실시간으로 뇌의 활동을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EEG 장치는 뇌파 신호를 기록하는 전극 (Electrode)과 전극에서 기록된 미약한 신호를 증폭시키는 증폭기 (Amplifier), 그리고 기록된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주는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 (Analog to digital converter, 이하 ADC)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구성 요소들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뇌파를 기록합니다. 전극을 두피에 부착시킨 뒤에 전극을 통해 뇌파를 측정하고, 증폭기를 통해 뇌파 신호를 크게 증폭시킵니다. 이후 ADC를 통해 아날로그 신호인 인간의 생체 신호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디지털화합니다.
EEG 장치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전극은 뇌파 측정에 있어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극 자체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한데요, 이번에는 그 종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능동 전극 vs. 수동 전극
능동 전극 (Active electrode)과 수동 전극 (Passive electrode)는 전치 증폭기 (Pre-amplifier)의 유무로 구분됩니다. 전치 증폭기는 증폭기까지 신호가 전달되기 전에 전극 자체에서 신호를 증폭해주는 장치입니다. 뇌파를 측정할 때 전극에서부터 신호를 처리하는 시스템으로까지 신호가 전달되면서 잡음이 만들어지는데, 전치 증폭기가 있는 능동 전극은 이러한 잡음이 추가되기 전에 뇌파 신호를 증폭시키는 것이므로 더 정확하게 뇌파 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능동 전극이 수동 전극보다 비싸고 무겁다는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습식 전극 vs. 건식 전극
습식 전극 (Wet electrode)은 두피와 전극 사이에 전도가 잘 이뤄지도록 전해질 젤을 바른 전극을 의미합니다. 두피와 전극 사이에는 머리카락과 같이 전류를 막는 물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로 인해 전기 신호의 흐름이 방해되지 않게, 즉 정확한 뇌파 신호가 측정될 수 있게 전해질 젤을 바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측정 이후에도 두피에 젤이 남아있어 머리를 감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반면, 건식 전극 (Dry electrode)은 측정 시 젤을 바르지 않는 전극입니다. 그래서 간편하면서도 빠르게 측정이 가능하고, 이 덕분에 위급한 상황이나 일상생활에서까지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건식 전극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신호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단점은 극복한 건식능동전극도 많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전극 종류 중 하나의 전극을 선택했다면, 이 전극을 두피 어디에, 얼마만큼 붙여야 할까요? 이와 관련해 가장 표준적으로 쓰이는 구성은 국제임상신경생리연맹 (International Federation of Clinical Neurophysiology; IFCN)이 정한 국제적 10-20 시스템 (International 10-20 system)입니다.
위 그림들이 국제적 10-20 시스템의 전극 배치도입니다. 10-20은 전극 간의 거리를 머리 앞뒤와 좌우 둘레 각각의 10%, 20%, 20%, 20%, 20%, 10%가 되도록 배치한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Figure 4(오)). 재미있는 건 전극의 명칭에 전극의 위치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는 점인데요, 먼저 알파벳부터 살펴보면, Fp는 FrontoPolar (전전두엽 (Pre-frontal)), F는 Frontal lobe (전두엽), C는 Central (뇌의 중앙선), T는 Temporal lobe (측두엽), P는 Parietal lobe (두정엽), O는 Occipital lobe (후두엽)에 위치한 전극이라는 뜻입니다. A, 또는 M으로 표시된 전극은 각각 귓볼 (Earlobes)과 귀의 유양돌기 (Mastoid)에 위치해있으며, 다른 측정 전극들과의 전위차를 계산하기 위해 고정된 전위를 유지하는 기준 전극 (Reference electrode)으로서 기능합니다. 알파벳 뒤에 붙은 홀수는 좌뇌를, 짝수는 우뇌를, z (zero를 의미)은 뇌의 중앙을 의미합니다. 더불어, 뇌의 중앙에서 멀어질수록, 뒤통수에 위치한 전극일수록 숫자가 큽니다.
한편, 국제적 10-20 시스템의 전극 수를 늘려 조금 더 촘촘한 10% 간격으로 뇌파를 측정하는 배치도도 개발되었습니다. 이를 확장된 10-20 시스템 (Extended 10-20 system) 또는 10-10 시스템 (10-10 system)이라고 합니다 (Figure 5).
이상으로 다양한 뇌파 측정 장비를 알아보고, 그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EEG에 대해 원리부터 전극의 종류와 배치도까지 깊이 있게 다뤄보았습니다. 뇌파를 측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비가 EEG이기 때문에 뇌파와 EEG를 구분 없이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EEG로 측정한 뇌파는 병원에서부터 기계가 인간의 뇌파를 해석하여 인간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Brain-Computer Interface (BCI), Brain-Machine Interface (BMI) 분야까지 정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많이 연구된 주제는 의료, 즉 질병 진단 지표로서의 뇌파입니다. 따라서 다음 아티클에서는 정신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병의 바이오마커로 밝혀진 뇌파 특징을 여러 EEG 연구들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1] Buzsáki, G., Anastassiou, C. A., & Koch, C. (2012). The origin of extracellular fields and currents—EEG, ECoG, LFP and spikes.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3(6), 407-420.
[2] Rojas, G. M., Alvarez, C., Montoya, C. E., De la Iglesia-Vaya, M., Cisternas, J. E., & Gálvez, M. (2018). Study of resting-state functional connectivity networks using EEG electrodes position as seed. Frontiers in neuroscience, 12, 235.
[3] Seeck, M., Koessler, L., Bast, T., Leijten, F., Michel, C., Baumgartner, C., ... & Beniczky, S. (2017). The standardized EEG electrode array of the IFCN. Clinical neurophysiology, 128(10), 2070-2077.
[4] https://sapienlabs.org/lab-talk/wet-and-dry-electrodes-for-eeg/
[5] https://zeto-inc.com/blog/active-and-passive-electrodes-what-are-they-pros-cons/
[6] Kam, J. W., Griffin, S., Shen, A., Patel, S., Hinrichs, H., Heinze, H. J., ... & Knight, R. T. (2019). Systematic comparison between a wireless EEG system with dry electrodes and a wired EEG system with wet electrodes. NeuroImage, 184, 119-129.
[7] Lotte, F., Bougrain, L., & Clerc, M. (2015). Electroencephalography (EEG)-based brain-computer interfaces.
[8] 김도영, 이재호, 박문호, 최윤호, & 박윤옥. (2017). 뇌파신호 및 응용 기술 동향. [ETRI] 전자통신동향분석, 32(2), 0-0.
[9] 고덕원, 이관택, 김성민, 이찬희, 정영진, 임창환, & 정기영. (2011). 임피던스 변환 회로를 이용한 건식능동뇌파전극 개발.
[10] 은헌정. (2019).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위한 뇌파의 기초. Journal of Korean Neuropsychiatric Association, 58(2), 76-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