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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oxid Labs Jun 09. 2021

치매 시리즈 5편: 치매와 디지털바이오마커

written by Hyungsin Jeon

hyungsin.jeon@looxidlabs.com


룩시드랩스는 뇌파와 시선추적 정보를 활용하여 인지기능 상태를 측정하고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일상 속에서 치매를 예방하고 조기 진단을 가능케하는 서비스인 LUCY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본 아티클 시리즈에서는 치매에 대한 주요 개념과 디지털 장비들을 활용한 치매 진단 방법들, 그리고 룩시드랩스의 기술력으로 개발한 치매 조기 진단 서비스, LUCY를 소개합니다.


지난 아티클에서 일반적인 바이오마커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질병 관리 차원에서 바이오마커 규명의 중요성, 치매에 관련된 다양한 바이오마커, 그리고 그 작용기작에 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여기서 소개되었던 바이오마커들은 치매 발생 및 진행과 밀접하게 연관된 지표들이지만 병원에 가서 큰 비용을 들여 검사들을 받아야만 치매를 파악할 수 있는한계가 있습니다. 내방자에게서 치매 의심 증상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검사들을 일반적으로 시행하지 않기에 이전 아티클에서 소개되었던 바이오마커들에만 의존해서는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한계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검진 비용을 줄이면서도 좀 더 간편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마커들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치매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였습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디지털 기술이나 도구를 통해 측정되는 데이터로서 특정 질병에 대한 병리적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표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치매의 사례처럼 많은 질병의 바이오마커들은 병원에 방문해서 복잡한 검사를 받아야 파악할 수 있다는 접근성 문제가 있습니다. 발병 초기부터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질병의 경우에는 꾸준한 검사를 통한 질병의 발견이 중요한데, 기존 진단 방법들로는 초기에 치매를 진단해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죠. 21세기 정보 기술 (IT)이 발달하게 되면서 많은 연구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장비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통해서 특정 질병을 진단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장비에 기반한 진단 시스템이 질병 초기 진단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연구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에서는 기존의 신체 내에서 발생하는 생물학적인 반응을 직접 관찰하는 형태와는 다르게,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신체 밖에서 확인되는 생리학적이나 행동적 현상에서 임상적인 의의가 있는 지표들을 확인하기 때문에 바이오마커라는 단어 앞에 ‘디지털’ 단어가 붙여졌습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 연구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쉽게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나 비침습적 센서, 또는 기존 생리학적 정보들의 임상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고도의 분석 기술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과 도구를 활용해 생리학적, 행동적 정보를 정확히 측정하여 치매와 관련한 정보들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치매 발병 위험이나 예후 판단에 활용하는 것이 치매 디지털 바이오마커 연구의 핵심 목표입니다. 이러한 연구들에서는 디지털 장비 데이터를 통해 초기의 인지기능 저하 상태를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검증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최근 치매 연구 중 주목할 만한 디지털 바이오마커들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1. 비정상적인 안구운동 


뇌세포가 파괴되면 기억력과 집중력과 같은 인지기능뿐 아니라, 여러 신체 기능에 관여하는 신경계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안구 움직임의 제어 능력 역시 뇌세포 퇴화의 영향을 받는 신체 기능 중 하나입니다. 우리 육안으로는 시선의 초점이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도, 눈은 끊임없이 미세하고 빠르게 진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뇌 기능이 저하되면 이 움직임의 패턴이 변합니다. 이러한 안구 운동 패턴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면, 카메라를 이용해서도 비교적 간단하고 비침습적으로 치매 진단을 수행할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구운동의 패턴과 인지 기능이 저하된 정도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발표되면서, 안구운동의 각종 지표들은 치매 관련 디지털 바이오마커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안구운동의 대표적인 지표로는 시선을 한 지점에 고정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미묘한 움직임(microsaccades, 미세안구운동)이나 순간적으로 시선이 튀는 듯 벗어나는 현상 (square wave jerks; SWJ), 그리고 일정 속도로 움직이는 점을 따라서 볼 때의 반응 속도나 방향 오차 등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환자, 경도인지장애 환자, 그리고 연령을 맞춘 인지기능이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안구운동 연구에서는 인지 저하가 심할수록 수평적 안구의 움직임에서 더 많은 미세안구운동이 나타나며 각도의 오차도 두드러진다고 보고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차이를, 한 곳을 집중하여 바라보는 능력, 즉 주의집중력과 관련하여 안구의 움직임을 때에 맞게 제어하는 전전두피질 (prefrontal cortex)과 전두엽눈영역 (frontal eye fields; FEF)의 기능이 퇴화되어 정상군과는 다른 패턴을 보이는 것이라 해석했습니다. 



안구운동 연구에 사용되는 다른 검사 형태로는 점의 이동 방향이 아닌 그 반대방향을 바라봐야 하는 검사가 있습니다. 관련된 연구들에서는 검사에서 의도했던 안구 움직임과는 반대로 단순하게 시각 자극이 주어진 점의 방향을 따라가는 오류를 범하는 정도가 정상군보다 인지장애군에서 많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들은 검사 규칙에 대한 작업기억능력과 점의 이동 방향과 반대되는 방향을 바라보기 위해 필요한 인지적 억제능력이 저하되어 발생한 차이라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2. 언어 능력의 저하와 음성학적 패턴 이상


언어기능의 이상은 뇌신경 손상에 의한 기능 장애 중 하나로 치매가 의심될 때 시행되는 검사 항목 중 하나입니다. 다른 인지기능의 두드러진 저하가 없어도 언어를 담당하는 좌뇌 피질이 손상되어 발음의 왜곡이나 단어 선택, 문법적 오류를 보이다가, 이후에 전반적인 뇌손상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인지기능의 감퇴로 이어지는 치매 유형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검사에서는 검사자와 일대일 대면으로 진행되며, 표준화된 검사 도구를 사용하여 피험자의 언어적 기능 상태를 확인합니다. 주로 주어진 지문을 읽고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잘 따라 읽고 쓸 수 있는지에 대해 평가합니다. 과학 기술 발전에 따라 녹음 기술과 미묘한 소리의 언어 패턴을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반적으로 사람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단어 끝음의 길이, 발음이 강조되는 정도, 말 사이의 쉼, 말의 리듬 등 언어적 패턴을 이용하는 치매 관련 연구들이 새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총 96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2018년의 한 연구(48명의 정상군, 16명의 기억장애만 있는 MCI군, 16명의 여러 인지장애가 있는 MCI군, 16명의 초기 치매군)에서는 음성인식 및 분석 기술로도 피험자 그룹을 구별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사진을 설명하세요", “일반적으로 당신의 하루는 어떠합니까?”, “당신의 마지막 꿈에 대해 설명하세요" 등의 간단한 질문에 피험자가 즉흥적으로 답변하는 형태로 검사가 진행되었으며 검사 동안 녹음된 피험자의 대화를 활용하여 4가지 요소(말의 흐름을 구성하는 단어 유창성 lexical feature, 말할 때의 리듬 rhythmic feature, 말의 높낮이와 강약 acoustic feature, 언어 구조의 복잡도 syntactic feature)들을 분석했습니다. 각 요소의 세부항목마다 대체적으로 그룹 간의 차이가 발견되었으며 특히 리듬과 복잡도에 대한 분석 결과에서 치매군 뿐만 아니라 기억장애만 있는 경도의 MCI군도 정상군으로부터 구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형태의 음성 녹음과 분석 기술을 활용해 언어 구사력을 연구한 다른 논문에서는 피험자 그룹들을 최대 87%의 정확도로 구별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정상군 vs. MCI군: 79%, 정상군 vs. 치매군: 87%, MCI군 vs. 치매군: 80%). 이를 통해 음성 분석 기술을 통해서도 언어기능의 장애와 관련된 인지기능 저하 정도를 확인해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3. 저조한 게임 작업 수행능력


치매나 인지기능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향상시키는 기능성 게임들의 개발 또한 치매 연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중에서도 2016년에 출시된 바다 영웅 퀘스트 (Sea Hero Quest)는 독일의 통신업계 대기업인 T-mobile의 지원을 받아 게임회사와 여러 신경과학자들이 함께 개발한 모바일 기능성 게임입니다. 사용자에게는 바다 항해사가 되어 지도를 잘 기억하여 지도에 나온 목표지점까지 항해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이 임무를 통해서 사용자들의 공간탐색능력을 평가합니다. 특정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자극하면서 재미있는 게임 스토리와 시각적으로 즐거운 형태로 사용자들이 잘 집중하여 게임에 임할 수 있게 개발된 점이 이 게임의 강점입니다. 출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200여 개국의 350만 명이 이 게임을 했고 사용자들의 게임 플레이 패턴에 대한 막대한 정보가 수집됐습니다. 신경과학자들은 이 정보를 중에서도 연령에 따른 게임 플레이 정확도, 게임 수행 완료까지 걸린 시간, 시각운동능력 등을 통해서 인지기능 저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인지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여러 게임들이 치매 조기 진단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2019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 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치매 증상이 없는 치매 위험인자 (APOE4) 보유자와 보유하지 않은 자의 게임 플레이 중 항해한 최종 거리만으로도 위험인자 보유 여부를 71.3%의 높은 정확도로 구별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복잡한 검사가 아닌 간단한 게임 결과만으로도 치매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위험인자 보유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결과였습니다. 


바다 영웅 퀘스트 (Sea Hero Quest): 치매 위험인자 (APOE4) 보유자와 보유하지 않은 자의 항해 패턴 차이

다른 예시로는 펜과 종이를 사용한 기존 신경인지검사를 일부 게임화시켜서, 사용자의 수행 속도나 오답률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처리하여 인지 기능 평가에 활용하는 게임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N-back 테스트, Stroop 검사, 산수문제 등 기존 신경인지검사에서 사용되는 검사 항목을 좀 더 재미있는 형태인 게임으로 풀어내어 피험자가 잘 집중하고 덜 피로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에 임상적으로 검증된 검사 항목들을 게임화시켜 정보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인지 검사 방법들도 꾸준히 제시되고 있습니다.


자료: Lumosity 두뇌 트레이닝 게임


마치며


지난 아티클에 이어, 본 아티클에서는 조금 다른 형태의 바이오마커인 디지털 바이오마커에 대해서 소개드렸습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의 개념부터 등장 배경과 목적, 그리고 대표적인 활용 예시들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기존 바이오마커는 몸 안에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변화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지표인 반면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디지털 기술과 도구를 활용하여 신체 밖에서 측정 가능한 정보를 활용하여 특정 질환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합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일상생활에서 활용되는 기술과 도구로도 충분히 측정 가능하기 때문에, 용이한 접근성을 부각시켜 언제 어디서든, 쉽게 치매 검사가 가능한 기술로도 발전될 수 있다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기반하여 대대적이고 효과적인 치매 관리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디지털 바이오마커에 기반한 진단 방법은 비교적 쉽고 저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 검진 시스템에서 확인되지 않는 치매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선진적으로 가려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 신경인지검사들에서 잘 구별되지 않는 경미한 인지장애를 가려내거나 치매 발현 전의 위험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잘 충족된다면 효과적인 조기 진단과 관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아직 정확한 치매 발병 기전과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았고 디지털 바이오마커의 역사 또한 오래되지 않아, 앞으로도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임상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도구들의 활용으로 언제 어디서든 쉽게 검사가 가능하면서도 데이터의 퀄리티와 임상적인 가치가 보장된다면, 대대적 치매 관리와 예방 시스템이 더욱 발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자료: 룩시드랩스 멘탈 헬스케어 솔루션 LUCY


룩시드랩스는 가상현실 기기와 뇌파, 안구 운동 정보를 활용해 인지기능 상태를 측정하여 인지 저하가 의심되었을 때 조속한 관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서비스 LUCY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LUCY를 통해 재미있는 VR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인지기능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뇌 건강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룩시드랩스의 우수한 생체신호 분석력으로 기억력이나 주의력 등 특정 인지기능을 사용하는 게임을 했을 때 보이는 뇌파나 안구 운동의 패턴들을 분석하여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치매 발병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다음 아티클에서는 룩시드랩스의 뇌파, 안구 운동 정보의 분석 기술이 어떻게 치매 조기 진단 도구로서 활용 가능할지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참고문헌

[1] Levy, N. K., Lavidor, M., & Vakil, E. (2018). Prosaccade and antisaccade paradigms in persons with Alzheimer’s disease: a meta-analytic review. Neuropsychology review, 28(1), 16-31.

[2] Kapoula, Z., Yang, Q., Otero-Millan, J., Xiao, S., Macknik, S. L., Lang, A., ... & Martinez-Conde, S. (2014). Distinctive features of microsaccades in Alzheimer’s disease and in mild cognitive impairment. Age, 36(2), 535-543.

[3] Beltrami, D., Gagliardi, G., Rossini Favretti, R., Ghidoni, E., Tamburini, F., & Calzà, L. (2018). Speech analysis by natural language processing techniques: a possible tool for very early detection of cognitive decline?. 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10, 369.
[4] König, A., Satt, A., Sorin, A., Hoory, R., Toledo-Ronen, O., Derreumaux, A., ... & David, R. (2015). Automatic speech analysis for the assessment of patients with predementia and Alzheimer's disease. Alzheimer's & Dementia: Diagnosis, Assessment & Disease Monitoring, 1(1), 112-124.
[5] Coughlan, G., Coutrot, A., Khondoker, M., Minihane, A. M., Spiers, H., & Hornberger, M. (2019). Toward personalized cognitive diagnostics of at-genetic-risk Alzheimer’s diseas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6(19), 9285-9292.

[6] Lumo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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