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마음의 장마
마음엔 시시때때로 비가 내린다. 그것도 하염없이 끝을 모르고 내린다.
명확한 이유라도 있다면 시원하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화창한 상태의 마음은 대체 언제 돌아올까? 마음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몸도 젖어 건강을 해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는 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정신 차리고 보면 병원 신세를 지고 있거나 꼴이 말이 아닌 상황에 놓여진다. 우리는 왜 그렇게 자신의 마음에 내리는 비를 다스리지 못할까?
분명 자신의 생각과 몸과 마음은 자신의 통제안에 있어야 하고, 통제를 받는 대상인 생각과 몸과 마음은 나 자신을 신처럼 여기고 섬겨야 하는 것이 맞는데 몰아치는 빗줄기를 전지전능한 신임에도 불구하고 어찌할 도리를 모른다. 그저 비가 그치기만을 바라며 기도한다. 그러나 마음의 날씨를 다스리는 나라는 존재는 통제하지 못하는 현실에 부딪히고, 슬퍼하고, 다시 다짐하기를 반복한다. 사람에게서, 주어진 환경 속에서, 그냥 혼자만의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현실들이 모두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나’를 잃는다. 분명히 숨 쉬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영혼은 없어 보이고 내리는 비와 한 몸이 된 듯 바닥에 내려 떨어져 물길의 흐름에 따라 흘러간다. 마음과 ‘나’를 동일시한다는 말이다. 틀린 말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있고 마음이 있는 것이지 마음이 있고 내가 있지 않다. 통제력을 잃으면 사람은 생기를 잃는다. 분명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놓아버리려는 생각까지 가지게 된다.
그토록 힘들다면 한 가지만 분명히 기억했으면 좋겠다. 너무너무 무겁겠지만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다.
지금은 어깨에 짊어진 그 돌의 무게가, 마음의 하늘에서 내리는 그 빗줄기가 우박처럼 떨어져 온몸에 생채기가 생기고 멍이 생기고 피를 흘릴지언정 언젠가는 비는 그치고 돌을 땅에 내려두고 몸에 생겼던 상처는 모두 아문다. 그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다. 그렇지만 더 확실한 건 아팠던 시간만큼 회복할 시간을 나에게 주어야 한다. 남들은 이미 달려가고 있는데, 나는 아파서 뛰지도 못한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좌절할 필요 자체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사는 것이고, 나는 나의 인생을 살뿐이다. 절대적으로 그 누구도 단 한 명의 사람도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지금 나의 인생이 가장 소중하다.
당연히 좋은 일만 가득하고, 돈도 많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인생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테지만 모두가 생각하는 모든 점을 완벽하게 갖춘 그런 인생을 사는 사람이 과연 세상에 몇이나 될까? 단적으로 예를 들어서 돈이 많다는 기준으로 본다면 대기업 회장이라면 과연 행복한 인생일까? 매일 해가 뜨기도 전에 눈을 떠서 바로 업무는 시작될 것이고 잠이 드는 그 순간 아니 어쩌면 잠이 들어서도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이기에 엄청난 부담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행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 죽는다면 후회 없는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과연 자부할 수 있을까? 주관적인 시선에서 아니라고 본다. 직업적인 측면에서는 너무 완벽한 인생을 살았기에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의 분야에서 과연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까? 평범한 사람들처럼 친구들 혹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이 마음 편하게 여행 한 번 못 가고, 어쩌다 한 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으로 술에 진탕 취해서 마음 편히 하소연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지금 비를 맞고 있더라도 몸에 생채기가 생기고 있더라도 슬퍼하고만 있을 필요도 없다. 언젠가 먹구름이 걷히고 하얀 구름이 보이고,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미소 지을 것이다. 고난을 버텨낸 나에게 찾아오는 선물 같은 순간들을 만끽하는 소중한 마음이 이미 안에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을 것이다. 모순되지만 고난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렇게 기뻐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소름 돋고 도파민이 샘솟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고난이 없었다면 늘 기쁜 일만 있었다면, 기쁨과 행복이라는 감정을 알기나 할까?
내가 나를 가두었더라도, 남이 나를 괴롭혔더라도 절대 쓰러지지는 말자. 아니 쓰러져서 시냇물이 되어 흐르더라도 흐르고 흘러 휘돌아 언젠가 흐를 길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무엇도 당신을 막을 수는 없다. 아무리 큰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버티면 기어코 솟아날 구멍은 생긴다. 희망이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갇혀있을 때 주변이 암전이 된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한 줄기의 빛이 보인다.
비 내리는 아픈 마음을 다스리는 길은 그저 맞아주는 것이다. 왜 그렇게 슬픈지, 힘든지 들어줄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신이란 모름지기 전지전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나에게 신 같은 존재는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왜 아픈지 알기 위해서 빗소리에 가려진 마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조차도 들어주지 않으면 장마는 끝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위로하지 못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데 저마다 자기 인생을 살기 바쁜 사람들이 이해해 주길 바라고 이해해주지 못하면 상처받는다고 여기는 것 자체부터 모순이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자고 배워왔으면서 왜 마음이 다치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려 하는가? 내가 느끼는 고통을 100% 알고 느끼고 어디가 아픈지 제대로 느끼는 사람은 바로 나다. 그래서 치료도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마음의 해가 쨍쨍한 사람도 또 언젠가 먹구름이 몰려올 것을 안다. 하지만 한 번 해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 상황에 직면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은 평범하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특별해 보이는가?
그들도 심장도 하나고 몸도, 목숨도 단 하나다.
주어진 환경은 마음을 다스리는 힘에 따라 어떻게든 변화할 수 있다.
믿지 못하겠다면 과거를 돌아보길 바란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바로 어제까지가 증거다.
내가 그렇게 결정했고, 그렇게 마음먹었고, 그렇게 살기로 결심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도 마찬가지 아닐까?
더 나아가고자 한다면 지금 마음의 비를 멈추고, 상처를 치유하고, 날아오르면 된다.
우리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마음속에 모든 정답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게 지금의 내가 비를 맞아도 웃을 수 있는 이유고, 행복함을 느끼는 이유다.
고요한 물이 세상을 적신다.
정수윤세(靜水潤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