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인간의 잠재력이란 것은 대체 무엇일까?
그런 잠재력이 나에게 과연 있기는 할까?
이런 고민이 들기 시작한 건 30대에 접어들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오래 다니지 못하고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고민이 깊어지던 시절에 시작되었다. 사실 지금도 고민이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상당 부분 사라지기는 했는데 그 시점은 집착을 내려놓으면서부터다. 아주 의식적으로 내가 갖고자 하는 것들과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과 나를 자극하는 것들을 전부 다 마음에서 내려놓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 말처럼 쉽지 않다. 생각에 생각을 이어 붙이면서 생각하는 타입이었던 사람이다 보니 본질에 집중하게 되고 본질에 집중할수록 되려 함정에 빠진 것처럼 답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에 급격한 회의감이 찾아왔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혹은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라는 본질적인 질문은 나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유튜브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마음 수양에 관한 영상들을 알고리즘으로 내보여주었고, 그곳에서 알게 된 책들을 몇 권 구매하여 읽다 보니 내가 고민했던 것들을 굳이 쥐고 살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음의 평화가 행복 그 자체임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일이 나에게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마음속으로 외치는 주문이 마음의 평화이다. 감정을 개입시키면 어느 한쪽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그렇다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무조건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고 나름 자부하기에 남들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타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적인 환경은 지속적으로 내 모래성을 내가 허물어트리기를 바라는 듯이 끊임없이 속삭였다. 마음에 쌓아둔 모래성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고, 그 누구도 범할 수 없는 절대적인 공간이다. 성을 쌓아 올리는 것도, 부수는 것도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외부적인 요인이 모래성으로 파고들었을 때 외부의 공격 요인이 치명적으로 작용해 모래성에 충격을 가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직장 상사가 내가 나름대로 열심히 잠도 안자며 고민하고 일해서 만든 프로젝트를 보고 한 순간에 바로 대체 뭘 한 거냐며 비난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존재가치를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굉장히 노력한 결과가 인정받지는 못할망정,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타인의 그 말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날아와 꽂히고 그 비수는 포탄이 되어 모래성을 함락시킬 준비를 한다.
모래성이 무너지는 순간 이 세상에 온전한 나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마음을 관찰하면서 여기서 아주 강력한 모순점을 하나 발견했다.
포탄을 만드는 것은 타인이지만, 그 포탄을 발사하는 것은 나였다는 사실이다. 타인은 절대 자신의 모래성에 물리적인 위력을 가할 자격도, 능력도, 권한도 없다. 행동 통제권을 가진 나에게 간언 할 뿐이다. 나의 모래성이 무너지길 바라면서 무지막지한 포탄을 만들어 내고 발사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다 보니 몇몇의 사람들은 압도당한 분위기에 휩쓸려 포탄 발사 버튼을 누르고 모래성을 무너트린다.
모래성을 재건하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기 검열에 빠져버린 사람은 어떤 말, 행동 하나하나 다 조심하게 되고 심해지면 사람과의 관계성을 갖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피한다. 그리고 포탄을 발사한 것이 내가 아니라 타인이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절대 아니다. 타인은 그럴 능력이 없다. 내가 그 의견에 동조해 나의 마음을 무너트린 것이다. 그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모래성 깊은 곳에 숨어있는 잠재력이라는 보석을 발견하기 어려워진다. 흩어진 모래더미에서 보석을 발견하기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잠들어 있는 보석을 평생 찾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쩌면 그런 원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포탄을 내 모래성으로 발사하고, 재건이 될 만하면 다시 무너트리다 보니 보석을 발견할 물리적인 시간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인생이라는 한정적인 시간이 끝나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잠재력은 무엇일까? 사실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나 찾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굉장히 모순적인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잠재력이라는 것이 한 발짝 떨어져서 본다면 남들이 인정을 해주어야만 잠재력으로 인정이 된다. 나 혼자서는 이것이 잠재력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자면 보기만 해도 숫자를 외우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능력을 활용해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인들이 확인시켜 주지 않으면, 모두가 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절대 그럴 수 없음에도 말이다. 말하자면 비교군이 있어야만 잠재력을 발휘했다와 아니다로 구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잠재력을 찾는 방법은 주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진심으로 마음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일을 찾는 일이야 말로 인생의 행복의 지름길로 접어드는 순간이고 잠들어 있던 지하실의 보석을 발견하면 그것으로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모래로 지어진 마음의 성이 마침내 돌로 굳어지는 순간이다.
이 견고한 돌로 지어지는 성은 어떠한 포탄으로도 피해받지 않고, 부서지지도, 부술 수도 없는 난공불락이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성은 만리장성도, 천리장성도 아니고 마음에 지어둔 성이다.
절대 타인이 만든 포탄을 발사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인생이라는 게임의 방해 요소 즉, 몬스터일 뿐이다. 그들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도움을 주고 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고, 힘을 북돋아줄 좋은 NPC들에게 시선을 돌려 그 누구도 무너트릴 수 없는 성을 짓고 가장 밝고 환하게 빛나는 보석을 성의 꼭대기에 화룡점정시킬 날을 소망한다.
인간의 의지로 만들어 낸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
단 하나이다.
고요한 물이 세상을 적신다
정수윤세(靜水潤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