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육소봉을 추천...
나는 움베르트 에코 소설의 팬이다.
이번에 그의 새로운 소설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이 출간되었다. 당연히(!) 도전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열린책들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는거다.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을 제대로 읽기 위해 세 권의 책을 더 읽으라는 것이다. 그 첫째가 <산도칸>, 두번째는 <시라노> 그리고 세 번째는 <웃는 남자>이다. 단순한 판촉전략이긴 한데 나한테는 이 전략이 먹혀들었고, 결국 이 모든 책들을 구매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긴 해도 멀쩡한 책을 상, 하로 나누어서 두 권으로 팔아먹는 전략만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의 경우에는 영어 번역본 paperback을 샀다. (Paperback 한 권에 $15는 별로 부담스럽지 않은데, 게다가 아마존에서 사면 단 $9에 살 수 있는데, 이걸 만 몇천원짜리 하드커버 두 권으로 나눠놓은건 부담도 되고 마음에 전혀 들지 않았다.)
이 시리즈 중 첫번째 책인 <산도칸>을 읽었다.
소설의 재미로만 본다면 고룡의 무협 소설 <육소봉>이 훨씬 재미있다. (육소봉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육소봉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차피 등장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이 정해진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육소봉>에는 추리하는 재미라도 있으니까. <산도칸>의 등장 인물들은 상상 속의 전형적인 인물들일 뿐, 현실 세계의 사람은 아니며 (이런 모험 소설에서 이 사실이 흠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들이 겪는 사건이 이들을 변화시키거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산도칸이 마리안느와 사랑에 빠지는 이유도 잘 모르겠지만, 한 번 소문을 듣기만 한 것으로 사람의 마음이 본능적인 끌림을 느끼고 두근거리고 한다는 것은 좀 짜증이 나는 설정이기도 하다.
물론, 이 소설의 미덕은 그런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펼치는 활극이 끊임없이 펼쳐지면서 빠르게 호흡을 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그 활극의 내용이 그렇게 재미있거나 흥미진진하지는 않지만. 자고로 모험 소설이라면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흥분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차라리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더 흥미진진했다.
내가 궁금한건 움베르트 에코가 왜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을까 하는 점, 그리고 그의 신작에서 이 책의 내용이 어떻게 반영이 되고 있길래 미리 읽어봐야 한다고 광고를 해댔을까 하는 점이다.
2007년 7월 25일 https://lordmiss.com/journal/archives/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