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시간의 KDT 강의, 강사는 어떻게 피드백 할까?
하루 8시간씩 이어지는 부트캠프 강의,
부트캠프는 이론과 실습이 동시에 진행되는 고강도 교육입니다.
특히 KDT(K-디지털 트레이닝)와 같은 국내 부트캠프형 교육에서는 장기간의 온라인 교육을 제공할 때 학습자 피로도 관리와 피드백의 즉시성이 교육 만족도와 품질에 영향을 줍니다.
본 글은 실제 부트캠프 교육 과정의 강사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시도해보았던 ‘피드백 구조 실험’을 기록하고, 그 효과와 한계를 공유하기 위한 글입니다.
본 글을 쓰는 저는 컴퓨터공학사를 졸업한 후 부트캠프 프로그램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커리큘럼 설계, 학생 평가/관리 체계 설계, 커뮤니티 프로그램 설계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이후 IT서비스 기획과 PM이 되었고 지금은 IT부트캠프의 강사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KDT라고 알려져있는 교육으로, K-디지털 트레이닝(국민내일배움카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는 ‘KT’·‘삼성’ 등 선도기업, ‘모두의 연구소’·‘멋쟁이사자처럼’과 같은 혁신훈련기관, ‘성균관대’·‘서울대’ 등 우수대학이 훈련기관으로 참여하여 기업의 실전 프로젝트 중심의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오늘 수업이 특히 이론이 길고 어려웠는데, 교육생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알고 싶다.
수업에 못 따라오는 분들을 더 발견하기가 어렵고, 피드백이 적어서 케어하기가 어렵다.
수업 강도와 과정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부정적인 태도의 교육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싶다.
장기간의 부트캠프는 높은 수준의 몰입이 필요합니다.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의 강도 높은 훈련 기간은 2개월 정도만 되어도 학생들의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지는 걸 강사가 경험하게 됩니다. 동시에 높은 인지 부하(cognitive load)가 유발됩니다. 특히 AI나 개발, 또는 설계 등 이론 중심 수업시기에는 하루에 제공되는 분량도 많고, 실무 지식의 난이도가 높아 학습자의 작업 기억이 빠르게 포화 상태에 도달한다. 이로 인해 학습자는 ‘이해하지 못하는 불안감’을 감정 피로로 인식하고, 이는 수업 태도의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강사는 단순히 ‘집중하라’는 메시지로는 효과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면서, 학생들에게 정제된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피드백보다는 과제에 대한 채점, 답변, 사후 리뷰가 비동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1명의 강사가 피드백을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이 방과 후에 진행되는 경우가 있고, 1인 강사 체제에서는 부담이 막중하기 때문에 이러한 설계를 채택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교육생들의 만족도, 학습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특히나 학습자가 피드백을 구체적으로 받지 못하고, 모르는 것에 대한 부채감이 쌓이고, 다른 학습자와의 지식 수준의 차이가 커진다고 느껴지면 교육 분위기는 살벌해집니다.
1. I'm ready 훈련 (준비, 완료, 확인 완료)
2. 학습자 진도별 그룹 피드백
3. TIL(오늘의 회고)
강사 입장에서는 실시간 피드백 구조를 설계할 때는 ‘응답 속도’와 ‘심리적 안전감’ 두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I’m ready” 는 말 그대로 스스로 정해진 시간에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고 명시하는 행위입니다.
매 수업이 시작할 때 : '2교시 준비'라는 멘트를 강사가 하면, 학습자들은 따라서 채팅방에 작성한다.
매 실습 시작할 때/종료할 때 : '실습 시작', '실습 완료' 등의 멘트를 학습자들이 직접 작성한다.
이처럼 자기 상태를 명시적으로 공유하도록 유도하면, 강사는 피드백 숫자를 확인해서 총 인원의 몇 퍼센트가 참여하고 있는지 (또는 온라인일 경우 졸고 있는지도 확인 가능)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강사는 피드백을 할 대상자를 고르는 시간을 줄이고 피드백 우선순위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고, 학습자는 ‘나만 어려운 게 아니다’라는 공동 인식을 통해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I’m ready” 장치로 학습자들의 진도를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학습이나 진도를 따라오기 어려워하는 학습자들에게는 추가적인 피드백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이 경우 강사는 즉시 학습자를 파악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지만, 매번 1:1로 피드백을 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하다보면 피드백 자체가 없는 분들이 종종 온라인 수업에서 노출 자체가 안되고 가려지는 경우들이 발생해 강사가 놓치는 경우들이 생기는데, '진도체크'를 실시 한 후, '진도별 그룹 피드백'으로 연계하면 즉시 학습자들은 본인에게 필요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학습자들은 ‘완료’, ‘80% 이상’, ‘50% 이상’, ‘50% 이하’ 등의 단계를 구분해 강사에게 피드백을 합니다. 이 과정은 I'm ready 훈련과 유사합니다. 그리고 강사는 즉시 진도가 느린 학습자 그룹을 파악한 후, 진도별 그룹으로 피드백을 진행합니다.
진도가 빠른 그룹은 선택과제를 하거나 자율학습을 진행할 수 있고, 다른 학습자의 학습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비슷한 공감대가 있는 학습자들끼리 모여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같은 그룹 내 학습자들은 타인의 문제 해결 과정을 관찰하며 ‘집단 성장형 피드백 구조’도 경험할 수 있어서 이는 수업 참여도와 학습 유지율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마지막 방법은 하루를 마감하면서 학습자들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회고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회고란 ‘지나간 일이나 활동을 돌이켜 보고 생각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학습자나 팀, 조직이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경험을 되짚어보며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정리하고, 향후 더 나은 성장을 위한 방향을 찾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고는 '메타인지 능력'을 활성화 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학습자가 회고를 함으로써 '메타인지 능력'이 활성화되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기조절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 논문 : '성인학습자 대상 메타인지 학습능력 증진 그룹코칭 프로그램의 효과성 검증' 참고
회고라는 작업은 여러 회고 방법들이 있지만, 그 중에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들에게 잘 알려져있는 Today I learned (TIL) 회고를 선택해 실행해왔습니다.
TIL의 구성은 아래와 같이 3가지 질문으로 구성했습니다.
1.오늘 새롭게 배운 내용
2.오늘 어려웠던 내용/해결하지 못했던 것
3.앞으로 해야할 일/하루를 마무리하는 한마디
질문의 구성을 위와 같이 구성한 이유는 있습니다. 질문 구성의 핵심은 학습자들에게 '긍정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를 심어주기 위함이었고, 특히 '오늘 내가 어려웠던 점이나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을 스스로 확인하고, 다음에 이어서할 활동을 선언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매 수업 끝나기 15분 전에 반복적되었고, 하나의 문화이자 루틴이 되어 전체 학습 공동체에게 '안정감'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점도 있습니다.
강사와 학습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피드백은 단순한 오타, 오류 교정이 아니라 ‘공감적 연결’로 확장될때 공동체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장치입니다. 학습자들은 나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실행해보게 됩니다. 또한 장기 교육에서 느끼는 학습자 서로의 어려움을 인식하며,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수업 몰입도뿐만 아니라, 학습 지속 의지(retention)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최근 KDT의 트렌드는 온라인 교육으로 넘어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장치들은 다양한 교육 과정에 적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에서 동일하게 진행해보았고 질문과 참여가 저조한 오프라인 교육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장치였습니다.
종종 주변 강사님들과 이야기하면 온라인 교육이 난이도가 높다는 점, 강사와 참여자들이 느끼는 피로감, 피드백의 어려움이 진입 장벽이 되곤 하는데, 저의 경험이 다른 강사님들께도 전파되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