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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Apr 03. 2023

여행의 시작은 구청 여권발급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코로나 끝자락이 보이자, 여행이 다시 활기차기 시작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인천공항은 붐비고 SNS에는 지인들의 여행 사진들이 자주 올라온다. 여행은 언제부터가 시작일까? 각자의 정의가 다르겠지만, 누군가는 여행을 결심한 순간, 누군가는 공항으로 출발하는 순간, 누군가는 여행지에 도착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일 것이다.


나에게 여행의 시작은 여권 만드는 것이었다. 사진관에서 아이들 여권 사진을 찍고 구청에서 여권을 신청하는 과정은 제법 여행에 준하는 고된 일정이었다. 어디를 가도 대기 번호를 받고 1시간이 넘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지루하다는 아이들의 투정을 다독이며 겨우 차례가 돌아왔는데, 잘못된 서류로 반려되었다. 순간, 이 과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득했다. 그때, 담당 선생님께서 뜻밖의 말을 건넸다.


"어머님, 내일 오실 때는 서류 들고, 이쪽으로 바로 오시면 제가 해드릴게요. 아이들 데리고 오래 기다리시면 너무 힘드시죠?"


기다림은 당연하지만, 따뜻한 그녀의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다음날, 나는 기다림 없이 정상적으로 여권을 신청할 수 있었다. 바쁜 일정에 서둘러 여권을 처리하고 싶었을 다른 분들에게도 참 감사했다. 그 뒤, 아이들은 2주 만에 발급된 여권을 수령하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


어린아이들과 여행을 떠나봤자 아이들이 '기억'조차 못할 거라는 의견도 많지만,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한 작가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은 '감정'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어린 시절 좋은 감정이 드는 경험은 커서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이다. 구청 공무원 선생님의 호의가 아이들에게 좋은 감정을 더해준 것 같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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