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도 문 앞에 그냥 두고 가는 요즘, 거의 잠자는 초인종이 한 번씩 울릴 때면 긴장하게 된다. 특히, 아이들과 놀고 있을 때면 '아랫집이나 옆집에 피해가 된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지난 주말 저녁, 초인종이 울렸다. 빼꼼히 문을 열자, 옆집 아저씨가 환한 얼굴로 쇼핑백을 하나 건네주셨다.
"지난 연말에 주신 유자차 정말 잘 먹고 있어요. 이거 별거 아니지만, 제가 많이 사서 나눠 먹고 싶어서요."
제법 묵직한 쇼핑백에는 잘생긴 대봉감이 여러 개 담겨있었다. 홍시 러버인 큰아이는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맛있겠다며 신이 났고, 그 모습에 더 감사히 잘 먹겠다는 인사와 함께 현관문을 닫았다.
이웃집, 아랫집과의 교류는 우연한 계기로 이어졌다. 몇 년 전, 둘째가 태어나고 기쁜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과일을 담아 현관문에 걸어놓았더니, 생각지도 못한 이웃분들의 축하와 격려를 되받았다. 그 뒤로 자연스럽게 명절마다 소소한 선물을 주고받게 되었다. 지난 어린이날에는 아이들 선물로 장난감을 받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현관문을 걸어 잠그게 하는 사건 사고 뉴스를 접할 때면 걱정이 많이 된다. 그런데도 용기 내어 현관문을 매개체로 이웃과 소통하기 시작하니, 서로 오며 가며 인사를 나누게 되고 더 나아가 안전하게 느낄만한 일상의 울타리가 더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2023년, 경기 한파로 주머니 사정이 더 어려워진다는 전망이 쏟아지지만, 이웃 간의 소통으로 마음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