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다그치지 않고 느긋하게 육아하는 비결이 있을까
똑똑똑, 초보 엄마입니다.
일이 몰리는 날이나 마감일이 가까워오면 어김없이 나는 예민보스가 된다.
아이들이 서로 양보하지 않는 투닥거리는 모습만 봐도, 반찬 투정을 하면서 밥을 안 먹겠다고 떼쓰는 모습에 분이 터진다. 그럴 때면 아이의 억울함을 듣기도 전에 우선 성급하게 혼을 낸다. 아이건 남편이건 나를 화나게 하는 상황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실상은 나 스스로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화로 분출된 것이 대부분이다. 나는 침착하게 해야 할 일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고 싶은데, 매번 만만한 아이들에게 한바탕 쏟아내는 실수를 남발한다. 씁쓸하게도 부족한 인품의 바닥을 드러낸 셈이다.
어느 날 남편과 오래전 옮겨놓은 외장하드 속 아이들의 어린 시절 사진들을 살펴봤다.
"어쩜 이렇게 예쁠까?", "와 정말 사랑스럽다", "진짜 귀여워~~~"
온 세상의 모든 감탄사를 쏟아내도 부족할 만큼 찬란하게 아름다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때 그 미소를, 반짝이는 눈빛을, 조그만 손을 더 많이 잡아줄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와 함께 "지금도 그리울 때가 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육아가 버거워지고 힘들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의 시간은 잘 보내지 않으면 훗날 후회는 꼬리표처럼 따라올 거라 생각하니 정신이 버쩍 들었다.
그때 내면 깊은 곳에서 무언가 꿈틀 댔다. 이제까지 나는 일에 치여 아이들의 다시없을 아름다운 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더는 이대로 살 수 없다고 다짐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친 한 마디.
바로 '지금'에 집중하는 삶.
단순히 지금 이 시간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이 행복, 이 기쁨, 이 사랑스러움을 쟁취하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더는 나의 '지금'을 낭비할 수 없다. 다시 오지 않을 지금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더 이상 망치거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완전히 달라질 것을 결심했다. 남편을 대할 때도, 아이들을 대할 때도 내가 지금 이 순간 얻을 수 있는 가장 귀한 것, 행복조각, 사랑 조각들을 적극 수집하기로 했다. 이렇게 마인드를 바꾸고 나니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이따금씩 칭얼거리고 떼쓰는 아이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하는 눈빛으로 "우리 아들~ 뭐가 그렇게 속상해서 울었어?~" 하고 토닥이는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남편과 다른 의견에도 내 고집을 더 세우기보다는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라는 수긍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비단 내가 인품이 좋아서는 절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서 갈등과 화를 분출하는 것이 아닌, 가족의 화합과 기쁨, 사랑을 선택하기로 초점을 맞추니 응당 이런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나에게 찾아온 신기한 변화를 1~2주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남편과 아이도 느끼기 시작했다.
남편이 "자기 뭔가 달라진 것 같아!"라는 말을 꺼내자, 나는 "맞아! 나 더 이상 아이들에게 화가 안나!"라고 그동안 내 생각의 변화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금 가장 소중한 걸 놓치지 않을 거라는 내 결심에 감동한 그도 마음을 보탰다. 무엇보다 더 이상 잔소리나 혼을 내지 않는 엄마를 보고 아이의 행동도 달라졌다. 엄마에게 더 자주 애교를 부리고, 애정 어린 권고의 말 한마디에도 잘 따라주는 모습이 감동이다. 육아가 버겁고 힘들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날들이 많았는데, '내'가 달라지니 집안의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같은 공간이 이전과는 달리 정말 행복감으로 가득 찼다.
아이와의 달콤한 관계가 점점 쌓이면서 나는 이 마인드를 절대 까먹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래서 이렇게 글로 남긴다. 내 인생 끝자락에서 부디 나에게 주어진 수많은 찬란한 순간들을 온전히 잘 누리고 살았다고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