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간 사용한 식탁을 떠나보내며 아들이 한 말
똑똑똑, 초보 엄마입니다.
결혼하면서 신혼집에 처음으로 들인 식탁은 내가 자취할 때 사용하던 2인용 식탁이었다. 그동안 혼자서 의자 1개만 사용하다 남편이 맞은편에 앉음과 동시에 이 식탁이 효용을 다하고 있다는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매일 복닥거리며 요리해 고작 두 세 접시를 식탁에 올렸지만 이 식탁은 우리 부부의 건강과 화합을 위한 주된 공간이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식탁에 아기의자를 들여놓았다. 한쪽에 앉아 양 옆에 엄마아빠의 보조를 받으며 식사하는 아들을 보면서 우리는 더 확장된 대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성장을 경험했다. 그 시간도 충분히 누렸을 즈음, 우리에게 둘째 아이가 찾아왔다. 만삭이 가까워오면서 우리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계획했고 공간에 맞춰 2인용 식탁을 떠나보내기로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갔을 때, 당근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고 어떤 중년의 부부가 찾아왔다. 단돈 15,000원으로 올려놓았으나, 현장 네고로 갑자기 10,000원에 거래하게 되면서 나의 싱글시절부터 쌓여온 추억을 고스란히 헐값에 떠나보냈다. 시원섭섭함도 잠시, 우리는 우리 가족에게 꼭 맞는 4인용 식탁을 새로 들이게 되었다.
2인용을 쓰다가 4인용을 접하니 처음엔 넓어진 식탁에 낯설고 휑하게 느껴졌다. 아이 둘의 존재감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면서 이 식탁에서 별의별 에피소드가 펼쳐졌다. 아이들의 생일파티도, 새로운 분들과의 식탁교제 등. 다양한 음식의 종류를 식탁 위에 올리며 국내외 꽤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다. 나는 이 식탁 위에서 오고 가는 대화가 참 좋았다. 성장과 영감을 더하는 대화들이 쌓여갔다. 더불어 매일 아침, 조용한 식탁에 앉아 나 혼자 미라클 모닝을 하는 데도 평온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이 집에 머문 시간이 어느덧 4년이 훌쩍 넘었다. 지루하지 않게 조금씩 여기저기 변화를 추구하는 우리 부부의 터치에 따라 식탁의 위치도 여기 벽에 붙었다, 저기 벽에 붙였다, 이 방향으로 틀었다, 저 방향으로 틀었다를 반복하며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어나갔다. 아이들이 이제 한 자릿씩을 꽉 차지하게 되면서 우리는 서서히 식탁이 좁아짐을 느꼈다. 책이나 컴퓨터 작업까지 할라치면, 한쪽에 밀어놓고 식사를 하기에도 빠듯해진 것이다.
그렇게 남편과 나는 더 넓은 식탁을 들이기로 했다. 때마침 마음에 드는 6인용 식탁을 발견해 빠르게 새로운 식탁을 들이면서 우리는 기존의 식탁을 떠나보낼 시간을 맞이했다. 나는 예전처럼 당근에 식탁 사진을 찍어 올렸다. 4년간 두 아들의 흔적이 알게 모르게 새겨진 것을 감안해 10,000원이라는 약속을 지키는 디파짓 정도의 금액으로 올렸고, 어떤 자취를 시작하는 여성분이 금방 연락을 해왔다. 부모님이 받아가실 거라고 연락을 줬고 나는 오늘 저녁에 이 식탁을 가져간다는 약속 때만을 기다렸다.
그사이 집에 돌아온 아이들. 집에 들어서자 거실의 달라진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마 이게 뭐예요?”, “이 식탁은 이제 안 쓰는 거예요?”, “와 새로운 식탁 진짜 넓다!!!” 감탄사와 질문을 남발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답변을 해줘야 할지 몰라서 “응, 맞아!”정도만으로 호응했다. 이제 곧 어떤 아저씨가 이 식탁을 가지러 올 거라는 말에 첫째 아이는 울컥했나 보다.
“안돼! 나 이 식탁 좋단 말이야!”라며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완강한 고집은 아니었다. 나는 아이의 모습에 지난 시간 동안 우리 집에서 수고해 준 식탁의 역할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아이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래, 엄마도 참 이 식탁 덕분에 잘 먹고 잘 지냈던 거 같아! 고마웠다고 한 마디 해줄까?”
아이는 식탁에게 가더니 두 팔을 꽉 벌려 껴앉아줬다. “식탁아 고마웠어! 잘 가”
형아의 모습에 작은 아이도 뒤이어 식탁을 토닥였다. 아무 움직임 없는 사물에 불과하지만, 나는 식탁의 뒷모습에서 자기의 역할을 묵묵하게 해내고 새로운 곳에 쓰임을 더하러 갈 기개가 느껴졌다. '나보다 더 대단하다, 너! 나도 너처럼 내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울컥이는 작별인사를 나누자 조금 뒤, 초인종이 울렸다.
빠르게 식탁과 의자 4개를 엘리베이터에 싣고 떠나는 아저씨를 뒤로하고 문을 닫는데, 새로운 식탁이 우리의 새로운 챕터를 써 내려가기 위해 우직한 면모를 뽐냈다. 나는 아이들에게 식탁 위에서 어떤 삶이 펼쳐질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더 넓은 꿈이, 우리 가족의 알콩달콩함이, 나와 남편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베이스기지처럼 말이다.
짧은 소비기간으로 쓰고 버려지는 사물들이 참 많겠지만, 저마다의 스토리가 담겨있다. 그 스토리를 담고 물건에도 깊이감이 생기겠지. 우리의 식탁처럼 새로운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눈이 부신 시간들이 새겨지는 역할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들에게도 분명 좋은 배움의 시간이었으리라.
고마워, 마이 올드 테이블!
잘 부탁해, 마이 뉴 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