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동하는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5가지 이유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출산과 육아로 나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몸의 변화를 거쳤다. 두 개의 심장을 2번이나 품어봤고, 남편 몸무게를 2번이나 따라잡아봤다. 웃프게도 아직 다 빼지 못한 임신 기간 넘치는 식욕으로 얻은 튼살 자국이 밴 살들은 아이들이 나를 거쳐간 흔적으로 남아있다. 좀 더 눕자, 좀 더 자자, 좀 더 먹자, 육아의 피로를 푸는 방식이 그저 단순했기 때문에 웨딩드레스를 입던 매끈한 몸매를 되찾는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그래도 틈나는대로 필라테스, 요가, 달리기, 홈트 등을 시도해봤다. 여름이 다가 오기 때문에, 앞자리가 바뀌는 건 너무너무 싫어서 등의 이유가 존재했지만, 막상 이러한 이유들은 나를 꾸준히 운동시키는 동기로 역부족했다. 한두 달 하고 나면 다시 슬슬 귀찮아서 마음을 내려놓게 되고 오히려 운동이 더 스트레스이자 부담으로 다가와 빠르게 손절하고 말았다.
그렇게 운동의 동기를 찾을 때까지 미루고 미루다 최근 다시 나는 헬스를 시작했다. 땀을 흘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땀도 잘 안나는 터라 운동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했었는데, 헬스는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 바디프로필을 찍을 건 아니니까 가볍게 러닝머신을 뛰고, 몇 가지 기구 운동을 코스로 돌다 보면 땀이 쭉 나면서 나름 운동한 자로서 희열을 맛볼 수 있다. 해비 운동러에게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지만 나에게 이런 변화는 꽤 큰 사건이다. 그래서 이 운동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 이유가 뭘까?
1. 아이들의 체력을 따라잡고 싶어서.
두 아들의 체력은 점점 더 나를 추월해 성장하고 있다. 남산을 걸어도, 등산을 해도 아이들이 저만치 달려가기 바쁜데, 나는 벤치를 찾기 바쁘다. 고작 8살 난, 5살 난 아이들에게 체력이 뒤진다는 건 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아이와 해보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 데 체력 탓에 주저앉는 다면 슬플 것 같았다. 이런 체력으로 아이들과 더 많은 추억을 남기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니, 당장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2. 자꾸 올라오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싶어서.
일을 좋아하고 어떤 식으로든 도전하려던 내 성향이 어느 순간부터 자꾸만 과거형처럼 느껴졌다. 한 번 지독한 번아웃을 겪고 난 후부터는 번아웃 조심증이라는 이유로 몸을 아끼게 되었고, 점점 내 한계를 좁혀가는 선택만 하는 것 같았다. 흥미로운 기회에도 나름의 변명거리를 찾아서 도전을 주저하는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니, 순간 그 원인이 저질 체력에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몸에 깃든다”라는 정석처럼 우선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했다.
3. 남편과 할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싶어서.
우린 어떤 공통 취미도 갖고 있지 않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의 스타일에 관여하지 않고 나름 잘 지내왔다. 육아만으로도 큰 공통 관심사이니까 크게 벗어날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이다. 남편의 체력까지 따라갈 수 없기에 남편이 제안하는 운동을 따라 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에게 육아휴직이라는 시간적 교집합이 많아진 지금의 상황에서 좀 더 윈윈 할 수 있는 명목이 필요했다. 헬스를 통해 기초 체력을 좀 만들어놓고 본격적으로 함께 할 운동을 찾아보려고 한다.
4. 매일 작지만 확실한 성공경험을 갖고 싶어서.
앞서 두려움을 떨쳐내고 싶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다른 베너핏으로 구분해 봤다. 모델 한혜진씨는 살면서 내가 마주하는 수많은 상황적 변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몸이라고 했다. 건강하고 제 기능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가는 아주 단단한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거창한 목표치 없이 소소하게 꾸준하게 나만의 운동코스를 반복한다. 그 누구에게 박수받을 일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아는 뿌듯한 경험을 위해. 그래서 매일 운동 마지막 코스인 통돌이에서 자축 인증샷을 남긴다.
5. 아이들에게 부담되지 않고 싶어서.
아이들의 체력을 따라잡고 더 좋은 추억을 남기는 것도 소소하게 얻고 싶은 행복이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엄마로 아이들에게 부담되지 않고 싶기도 하다. 최근 동상이몽에서 오연수 씨가 철저하게 건강 식단과 운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 아이들에게 부담되지 않고 싶다는 강한 동기가 있다고 밝혔다. 어떤 엄마로 남을 것이냐?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인상을 줄 것인가도 내 육아 인생의 화두이다. 나름 내 안에도 모성애가 쌓여가나 보다.
어제는 운동을 하는데 나이 지긋한 할머니께서 내 옆에 있는 남편을 보고 “남자친구예요?”라고 물어보셨다. 순간 풉! 웃음이 나면서 “남편이에요.”라고 답해드렸다. 할머니는 놀란 표정으로 “벌써 결혼했어요? 대학생인 줄 알았는데~”라고 폭탄 발언을 해주셨고, 나는 “애가 8살이에요”라며 멋쩍게 사실을 알려드렸다. 나름 나에게도 나이 든 흔적을 찾아보자면, 흰머리도 희끗하게 보이고, 점점 짙어지는 주름과 피부의 변화들이 있건만, “대학생처럼 보였다는” 할머니의 덕담에 괜스레 마음이 설렜다. 그래 마음만큼은 젊으니까! 다음 운동날도 할머니를 보면 반갑게 인사드려야지!
덕분에 헬스장을 향하는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