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존재감이 주는 일상의 위로 모먼트
결혼과 육아라는 경험은 전혀 가보지 못한 나라를 여행하는 것처럼 복합적인 차원의 경험이다. 그리고 나날이 그 과정은 진화하여 자칫 기고만장하여질 때쯤, 다시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를 여실히 깨닫게 하게 한다.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겸손의 명언을 육아의 과정에 빗대어도 부족함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항상 엄마의 가장 좋은 선생님이다. 아이를 더 잘 가르치고 싶다고 아등바등하며 고민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오히려 엄마인 나를 더 좋은 엄마가 되도록 다독이며 키워나간다. 그래서 매번 자아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허락해 준 아이들을 생각하며, 오늘의 글을 써보게 되었다.
둘째는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그 아이는 나를 똑 닮아 뽀얀 피부와 여린 심성을 갖고 있다. 극 F의 심성은 조금이라도 마음이 아픈 일을 보거나 들을 때면 순식간에 맑은 눈망울에 가득 눈물이 차오르게 하는 아이였다. 그 아이를 보고 있자면, 조금은 단단해져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걱정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비슷한 성향의 엄마라 같이 울고 있는 나를 보면 웃음이 난다.
아이는 아주 어린 두어 살부터 되게 독특한 습관을 갖고 있었다. 바로 토닥이는 손, 누군가 안아주면 항상 등을 토닥여줬다. 나도 그렇고 할머니도 그렇고 어떤 이모삼촌을 만나도 항상 등을 토닥여주더라. 어쩌면 어른들이 항상 자신을 토닥이며 안아주던 것을 따라 하는 걸까 싶으면서도 아이의 작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등에 퍼질 때면 세상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하루는 외할머니가 "아이가 등을 토닥여주는데 눈물이 날 거 같다"라고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매일 매 순간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나는 그 제스처가 정말 좋았다. 초보 엄마를 위로해 주는 손길처럼, 항상 응원받는 것 같아 행복했다.
아이는 자라면서 말을 하기 시작하는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더불어 새로운 차원의 위로를 선물해주고 있다. 타이밍의 센스를 발휘하여 엄마의 굽은 등과 처진 어깨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응원을 더해준다. 아이들이 나의 빅팬이라는 사실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포옹하고 뽀뽀해 주는 건 항상 하는 애교이고, 매일밤 안뽀기(안고 뽀뽀하고 기도하는)해주는 엄마를 따라 요즘은 자기도 엄마를 위해 안뽀기한다.
아이가 하는 기도가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어젯밤은 뭉클하게도 진심을 담아 이런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엄마가 행복한 꿈을 꾸게 해 주세요. 좋은 잠잘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이 덕분에 밤새 단잠을 자고 일어났나 보다. 고마워 아가.
요즘 아이들의 어릴 적 사진을 포토셔플 기능을 이용해 핸드폰 잠금화면서 확인하고 있다. 저맘때가 벌써 3년 전이라니, 그때는 통통했네, 정말 재밌었는데... 아이들과의 사진은 잠시 덮어둔 나의 찬란한 영유아 육아기를 떠오르게 한다. 눈물 날 만큼 값진 추억을 쌓아온 우리가 앞으로는 어떤 추억을 쌓아나갈까 궁금하다. 12월이 그렇게 하루하루 저물어 가고 있다. Seize the 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