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화면 속 세상이 아닌 더 큰 세상을 보도록
우리 집은 아이들에게 미디어 시간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정해진 규칙은 단순하다. 주중에는 영어 유튜브 15분씩, 주말에는 30분 정도 한글 유튜브를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러 의미에서 아이들은 주말을 엄청 기다린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나면 착실하게 아이패드를 끼고 원하는 유튜브를 보기 시작한다. 고작 30분씩 보는 것임에도 나와 남편은 아이들이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가 매번 신경 쓰인다. 분명 아이들의 감정이나 생각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건건이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음에도 아이들에게 어쩔 수 없이 디지털기기를 쥐어주는 건, 그 짧은 유튜브타임이 잠시나마 육아에서 해방감을 만끽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화창한 봄날의 주말이었다.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유난히 깨끗하고 맑았다. 일 년에 이런 날씨를 얼마나 누릴 수 있는가? 미세먼지, 황사를 빼고 나면 고작 며칠뿐이지 않나?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지 않도록 뭔가 조치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무엇보다 빠르게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어딘가로 다닐 수 있는 시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사춘기 전에 서로 더 가까워질 계기를 만들기로 다짐했다. 찬찬히 고민한 끝에 나는 입을 뗐다.
"얘들아, 지금부터 우리는 주말에 산을 오를 거야! 우리가 어느 산까지 정복할 수 있는지 한 번 도전해 볼래?"
아이들이 빠르게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도전과 정복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사용해 분위기를 띄웠다. 첨엔 시큰둥하다가도 귀에 단어가 꽂혔는지, 어느 산부터 가야 되냐고 되물었다. 나는 지도를 켜고 산을 검색했다. 가까운 서울 안에서도 높고 낮은 산이 참 많았다. 그중에서 아이들의 체력과 나의 체력을 감안해 가장 적당한 200m 높이의 안산으로 골랐다.
산에 오르려면 준비물이 뭐가 필요할까? 초보 중에 초보인 우리는 그저 물 한 병씩과 땀을 닦을 손수건, 그리고 간단한 간식을 챙겼다. 바나나와 사탕 정도. 최대한 가볍게 출발하자고 외치며, 모자 하나씩 쓰고 집을 나섰다. 가는 데까지도 지하철을 한참 타야 했지만, 우리는 벌써부터 들떠 있었다.
산을 한참 오르다가 중간중간 쉬어갔다. 아이는 당을 충전한다며 캐러멜을 까먹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흔들리던 아이의 이가 빠졌다. “엄마 이거 이빨 어떡해요~?” 우리는 마냥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아이는 가장 높은 곳에서 자기의 유치를 보내주었다. 그렇게 첫 등산지인 안산에 대해 독특한 추억을 새겼다. 안산에는 흥미롭게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아이스께끼 아저씨가 있었다. 큰 아이스박스에 다양한 맛의 하드를 팔고 계셨다. 산 중턱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맛있던지, 우리 가족은 이렇게 행복한 첫 번째 산행을 마무리했다.
그 뒤로, 용마산, 인왕산, 청계산, 아차산 등을 올랐다. 매주 오르고 싶었지만, 여러 일정이 있어서 한 달에 고작 한 두 개의 산만 오른 것 같다. 산을 올라보니 우리의 1년이 다이내믹하게 기억된 것 같다. 산 덕분에 우리는 올해 사계절을 생생히 기억한다. 봄은 살랑이는 봄바람을 맞으며, 여름은 몸 깊은 곳까지 찐 더위를 맛보며, 가을은 알록달록 물들인 단풍을 감상하며, 겨울은 미끌미끌 거림과 밤새 내린 눈에 차가운 손잡이를 잡아보았다. 그렇게 2025년이 저물어 가는 시기에 산에 올랐던 사진을 살펴볼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렇게 우리는 전우애를 더한 가족애를 아주 진하게 새길 수 있었다.
"엄마, 다음 산은 어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