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라는 기업을 경영하는 마음으로
남편은 회계사를 준비하던 실력을 가지고, 파이낸셜 매니저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외식업을 하던 첫 직장에서 사업을 총괄하기도 하고, 초창기 조직에 들아가 중소형 기업으로 일구며 기업의 주머니를 관리하는 일을 해왔다. 그가 가진 꼼꼼함과 성실함 그리고 특유의 알뜰함이 더해져 기업의 의사결정을 돕는데 톡톡히 기여할 수 있었다. 남편의 재능을 집으로 가져온다면, 비슷하게 우리 집의 수익과 지출을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결혼 초기 맞벌이로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다가, 큰 아이가 태어나고는 내가 육아를 전담하겠다는 생각으로 퇴사를 했다. 그 뒤 프리랜서 겸 1인 창업가로 변신해 수입의 변동이 생겼다. 남편이 외벌이 생계형 가장으로 10년을 꾸준히 일해왔고, 그 사이 내가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다 다시 창업을 뛰어든 남편을 대신해 내가 1~2년 생계형 가장 노릇을 맡았다. 다행히 남편도 빠르게 초기 투자를 받아 안정적인 수입을 마련해 주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꽤 오래 외벌이 수입에 의존했다가 다시 풀타임 맞벌이가 된 것이 몇 년 만이었다.
엑셀 시트에 정리된 우리의 지난날들의 가계 상황을 돌아보니, 없는 살림을 쪼개어 알뜰히 경영해 왔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부족하지는 않아서 참 감사했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더 행복을 찾고 여유를 찾아왔구나, 우리가 그런 시선을 가진 부부라서 더 좋았다.
부부의 가계를 돌아보는 시트는 크게 2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연초 세팅, 그리고 연말 결산이다.
1) 연초 세팅에는 수입과 지출을 크게 구분하여 정리한다.
- [수입] 항목 : 급여 / 아동수당 / 퇴직금 / + 비정기 수입
- [고정지출] : 십일조(헌금) / 가족모임(양가부모, 형제 등) / 생활비 / 관리비 / 통신비 / 대출이자 / 보험비 / 자녀 교육비 / 용돈 / 나눔 비
- [비정기] 경조사비 / 자동차세보험 / 여행비 / 생신명절
- [투자&자산] 전세금 / 전세대출 / 적금 / 주택청약 / 투자종목 / 퇴직연금 / 기타 현금(계좌)
2) 연말 결산에는 투자 자산의 현황만 정리하면 된다.
그리고 작년과 비교해서 증감을 확인한다.
재무데이를 할 때는 돈에 대한 부부의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는 시간이다. 자칫 예민하거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충분히 여유로운 시간을 확보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는 매번 재무데이를 하루 정하고 평소보다 더 퀄리티 있는 점심을 맛있게 먹고 티타임 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해마다 감사하게 조금씩 잉여가 쌓여 자산이 늘어왔다. 그 과정에서 두 번의 이사를 하여 지금의 세 번째 집을 보금자리로 맞이했다. 지금 부동산 상황에 진작 투자했더라면 자가마련에 자산을 꽤 올렸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후회도 있지만, 그건 이미 지난 일이기에 앞으로 우리가 지금 가진 것들을 어떻게 쌓아나갈 것인지 고민해 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앞으로 우리 가정이 힘 있게 손을 펴고 더 큰 세상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