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다른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옆 블록 이사 후 예상치 못한 변수

by 진심어린 로레인



이상적인 형제의 나이 터울이 있을까? 너무 나이 차이가 안 나면 형제간에 싸움이 잦고, 반면에 적당한 터울이 있으면 형이 동생을 잘 챙기는 편이라고 들어본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세 살 터울이라서 그런지 대체로 형이 동생을 아껴주고 동생이 형을 되게 멋지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우애 깊은 모습을 포착할 때마다 아이들의 나이차이가 이 정도면 적당하다 싶었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기질과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부딪치며 다투는 상황은 무시로 발생했고, 형제간 나이차이에 황금 비율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국내 교육과정은 초 6년 - 중 3년 - 고 3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세 살 차이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외에는 같은 학교를 다니기 힘든 구조이다. 어린이집도 영아반이 없는 관계로 다른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겨우 1년 같이 다녔었는데, 아이들의 성장 시간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배움을 하는 것은 거의 어렵다.


그나마 초등학교 몇 년은 걸치겠거니 생각했는데, 우리의 안일한 생각은 보기 좋게 바람맞았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몇 년 후, 사정상 옆 블록의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다행히 전학까지 하지 않고 계속 차로 통학하기로 했다. 그렇게 둘째 아이에게도 같은 초등학교로 입학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과 현실은 달랐다. 입학 통지서를 받으니 다른 초등학교로 정해져 있었다. 학교에 문의해 보니, 정석대로라면 큰 아이도 그 초등학교로 전학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둘째에게 어떻게 전한담? 현재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 친구들은 이미 형아의 초등학교로 진학하기 때문에 실망이 클 텐데. 역시나 아이는 왜 자기가 다니고 싶은 초등학교를 못 가게 하는 거냐며 따지듯 물었다. 이 아이의 상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초등학생의 안전을 위해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로 입학을 도와주는 거라고... 우리 쪼꼼씨가 가까운 초등학교에 다니면 아침 일찍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집에 올 때도 2분 만에 집에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라고 말해주었다. 아이는 그 뒤로도 몇 차례 속상함에 글썽이더니, 어느 순간 자기의 긍정적인 기질대로 장점을 찾기 시작하며 숙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집에 사는 누나 형아를 만날 때마다 자기가 진학할 학교에 대해 묻기 시작하며, 궁금증을 해결해 나갔다. 예를 들면, 급식이 맛있는지, 학교 분위기는 어떤지 등등을 말이다.


아이가 담담해져 갈 즈음, 나와 남편의 심난함을 달래야 했다. 학교의 주요 일정인 부모 참관 수업이나 학부모 총회, 운동회 등 아이들의 각각 다른 일정을 소화해야 했으니, 맞벌이 부부의 바쁜 일상을 담아낸 구글 캘린더가 내년엔 더 빡빡해지게 생겼다. 지금도 어린이집과 학교 일정 두 곳을 챙기는 것이 매번 구멍이 있어서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함께 초등학교에 유일하게 겹칠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우리 형아, 내 동생이 같은 학교에 있다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니까.


연말을 보내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안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음에 참 감사했다. 가장 감사한 것을 꼽아보자면...


1. 아이들이 각자의 기관에서 좋은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만나 충분한 존중과 사랑,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2. 아이들이 하루하루 일상을 보내는 모든 순간 안전하게 이동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다.

3.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큐브, 코딩, 한자, 체스, 드론, 영어, 펜싱, 악기, 축구, 농구, 수영 등)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었던 환경임에 감사하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많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늘봄학교나 지역 커뮤니티센터를 잘 활용해 왔다.

4. 아이들이 맞벌이 부모의 공백에도 자기 주도로 학습하며 꾸준히 성실하게 학업을 챙겨나가는 것에 감사하다.

5.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해서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지혜를 모으게 하시고, 좋은 기회와 만남이 때때로 주어짐에 감사하다. 무엇보다 서로 함께 애정을 잘 표현하는 한 해가 되게 하심에 감사하다.

6. 마지막으로 모난 점이 많은 엄마 아빠를 좋아하고 항상 먼저 안아주고 토닥여주는 아이들에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내년에도 우리는 새로운 스테이지로 나간다. 아이의 생애주기에 맞춰, 부모의 생애주기도 달라진다. 부디 학령기를 보내는 두 명의 자녀를 둔 엄마로서 그에 맞는 지혜와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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