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합력하여 선을 이뤄간다.
보통 아이들은 깁스를 오래 착용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그 기간을 2주 정도 권한다고 한다. 그 뒤엔 보조기를 착용하며 2주를 보내고, 이후에는 재활을 하면서 천천히 다시 일상으로 회복하는 시간을 거친다.
지난달, 축구를 하다 넘어지며 팔꿈치가 골절된 아이는 지금 이 과정을 지나고 있다. 그래서 깁스를 한 채 가족 여행도 다녀왔고, 다행히 지금은 깁스를 제거하고 보조기를 착용하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입학하기 전까지 회복하면 새 학교, 새 학기 적응이 조금이나마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보조기 착용을 계속해야 했다.
드디어 입학식 날.
아이는 목에 거치대를 한 채 재킷의 단추를 한쪽만 채우고 가방을 걸쳤다. 다행히 할머니가 선물해 준 새 가방에는 어깨끈 사이에 자석 패치가 있어서 가방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잘 잡아주었다.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기능이 지금 아이의 상황에서는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한 손만 겨우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음에도 실내화 주머니는 자기 손으로 들겠다며 호기롭게 엘리베이터 앞에 나섰다.
작은 체구의 아이에게 오늘이 얼마나 설렘 그 자체일까.
나 역시 아직까지 생생한 그 긴장과 떨림의 입학식이 오버랩되는 걸 보니, 아이에게 가장 행복한 날을 만들어 주고 싶어졌다.
이미 이전 글에도 썼지만, 이 학교에는 형이 다니지 않는다. 어린이집에서 함께 지내던 친구들과도 떨어져 혼자 시작하는 학교였다. 그래서인지 그 발걸음이 혹시 외롭지는 않을까, 내심 마음이 쓰였다.
아이는 엄마 아빠의 손을 가까이 붙잡으며 학교로 향했다.
아이의 학교는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행사 시간까지도 여유가 있어 천천히 교정을 거닐었다. 이제 이곳이 너의 그라운드라는 것을 하나씩 설명해주고 싶었는데, 이미 본인이 오늘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충분히 아는 아이는 주변을 하나하나 자세히 관찰하고 싶다며 엄마에게 시간을 요구했다.
식순은 첫째 아이 때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동화를 들려주시며 학교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용기를 심어주신 교장선생님, 그리고 이제껏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게 하는 순서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그렇게 아이의 교실까지 함께 가서 담임선생님을 만나 자리를 확인하고 나서야 입학식은 마무리되었다.
둘째 날이 되자 아이는 돌봄 교실에 바로 들어갔다. 학교에서 오래 머무는 것이 아직은 버거웠는지, 엄마 아빠에게 조금 더 일찍 집에 가고 싶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맞벌이 부부로서 아무리 서둘러도 아이를 데리러 갈 때면 해가 이미 뉘엿뉘엿 기울어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그러던 며칠 뒤, 아빠 손을 잡고 하교하는 길.
아이는 귓속말로 아빠에게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기분 좋은 순간을 하나씩 공유했다.
“아빠 오늘은 규민이라는 친구가 저에게 말을 걸었어요.
너는 팔이 아파서 불편하겠구나~!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아빠 오늘은 한 친구가 제 가방을 들어줬어요.
근데 아직 이름은 모르겠어요.”
“오늘은 선생님이 옷을 입혀주셨어요.
빨리 나으라고 말해주시면서요.”
아이의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받은 호의가 다섯 손가락을 넘어갔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시기에 팔을 다친 덕분에 아이의 입학이라는 온보딩 과정이 조금 더 따뜻하게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이제 입학 2주 차가 되어간다.
그 사이 아이는 팔 보조기까지 제거했고, 이제는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아직 팔이 완전히 펴지지는 않아 재활을 해야 하고, 그동안 약해진 팔에 다시 근육이 붙고 힘이 생기도록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래도 아이의 마음은 이미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받은 애정 어린 손길과 눈길 덕분에.
학교 가는 아이의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렇게 매일매일 더 큰 무대로 나아가렴.
사랑해.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28 KR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