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4박 5일 가족 여행
첫 아이 입학 전에는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계획하다가 추운 날씨를 피해 덥고 습한 싱가포르 3박 4일 여행을 다녀왔다. 당시에는 첫째가 형아라서 그런지 입학 전인데도 의젓한 모습이 많이 보였다. 더운 나라임에도 여행을 꽤 즐기던 첫째와 달리 3살 더 어렸던 둘째는 습한 기후에 힘겨워하며 에어컨 영역 밖으로 나가길 거부하며 가장 어려웠던 여행으로 남았다.
그런 둘째 아이가 어느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입학 전에 선물처럼 추억 한가득 쌓을 가족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마침 어린이집에서 가고 싶은 나라와 이유를 적는 활동을 하면서 아이만의 여행 위시리스트가 생겼다.
가고 싶은 나라는 중국이고 그 이유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싶어서라고 적은 아이의 활동지를 보고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설 명절 연휴를 더해 4박 5일 중국 여행을 계획했다. 목적지는 칭다오. 대학시절 잠깐 들러본 배를 타고 가기 좋은 대련으로 가고 싶었으나 좀 더 관광할 곳이 많다는 걸 고려해 칭다오로 결정했다. 휴가를 내기에는 연휴를 이용하는 게 좋은데, 그러려면 춘절 현지 이동인구가 많은 것과 비행기표도 평소대비 1.5~2배 가까이 비싼 것도 감안해야 했다.
여행은 떠나기 거의 한 달 전부터 시작된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여행을 더 즐겨보자는 맥락으로 말을 이어가면 아이들의 기대감을 한 껏 끌어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리미리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며 일찍 잠드는 습관이나 골고루 먹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또 협동심을 기르는 데도 좋은 장치이다. 서로 투닥거릴 때면, 싸우지 않고 도와주는 마음이 여행에서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며 화해를 유도한다. 여행에서나 평소에도 우리 가족이 서로서로 돕는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라고.
어느덧 여행 떠나기 전날이 되었다. 아이들은 자기의 여벌옷을 직접 챙기는 적극성을 보였다. 여행파우치에 속옷과 양말을 구분해 호텔에서도 찾기 쉽게 정리해 담았다. 호텔에서 즐길 수영용품, 지루한 비행시간을 대비한 게임기까지 챙겼다. 캐리어를
잠그고 나서야 여행이 비로소 실감되었다. 우리 가족의 비행 편이 이른 아침이라 밤 8시에 취침하여 새벽 공항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칭다오에 도착-
우리의 4박 5일은 참 빠르게 흘렀다. 매일 2만 보 이상 걷는 일정을 무던히 소화해 낸 아이들을 보니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다. 유모차나 이유식이 없는 여행에서 좋은 컨디션과 기동성을 더해 더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우리 삶의 모습이 점점 더 성숙하고 발전해 나가는구나 느끼는 순간이었다.
1일 차
공항 도착 - 호텔 (얼리) 체크인 - 믹스몰 시가훠궈 - 헤이티 한 잔 - 5.4 광장 - 호텔 수영 - 타이동 야시장 (양꼬치, 굴찜, 오징어, 만두, 칭다오 맥주, 족발 등)
2일 차
하이티 조시장(우즈베키스탄 고기빵, 딸기, 천혜향) - 잔교 - 중산로(두리안치즈케이크, 마그넷 구입) - 메이다얼(가지튀김, 바지락찜, 계란밥, 오이탕탕이 등) - 해피투어 젤라토 - 리프커피 - 판화 전시(엽서 구입) - 천혜궁 - 호텔 휴식 - 루위(농어찜) - 헤이티 - 리안씽 에그타르트 - 54 광장 야경 - 편의점 쇼핑 - 발 마사지
3일 차
이온센터 푸드코트(짜계란, 샌드위치, 탕수육 - 루이씽커피 - 멜론 - 중산파크(소어산) - 카레이싱, 케이블카(원웨이) - 칭다오 tv타워 - 칭다오대학로 짠짠 국수 & 양꼬치 - 편의점 초코 충전 - 올림픽파크 요트 탑승 - 인조센터 허두 시푸드 뷔페
4일 차
이온센터 마켓 (육포, 망고, 요구르트, 에그롤, 킨더 선물세트 구입) - 호텔 체크아웃 - 칭다오 맥주박물관(독일식 식사, 맥주 시음, 아이스크림, 땅콩 및 크래커 구입) - 새로운 호텔 체크인 및 휴식 - 불야성 관람(인어쇼, 사격체험, 만두 및 완탕, 마라탕 시식) - 쇼핑(딸기, 오레오, 라면)
5일 차
호텔 조식 - 체크아웃 및 공항행
어느새 서울행 비행기가 천천히 이륙한다. 분명 서울에서 비행기가 이륙할 때가 엊그제인 것 같은데 눈 깜짝할 새 여행을 마쳤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다짐한 것이 있다면 아이들을 더 많이 눈에 담아두자는 것이었다. 예민모드를 내려놓고 다정모드를 탑재하면서 칭다오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피곤한 일정임에도 덜 부딪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것. 아이들은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더 많이 자랐다.
여행의 말미에 나는 세 가지를 새로 다짐했다.
더 건강한 엄마가 되자.
다정함이 체력에서 나온다고 하던가? 여행에서 그동안 달리기로 다져온 지구력을 십분 발휘했고 아이들 체력 이상으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었다. 앞으로 달리기와 홈트는 귀찮더라도 꾸준히 계속하기로.
더 일잘러가 되자.
아이들에게 이렇게 넓은 세상을 경험하도록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 새삼 감사했다. 일에서 탁월함을 가지고 생산성을 높이고 잘 벌어서 또 새로운 여행지로 나가야지.
더 오감을 여유로이 누리자
일상의 모든 순간은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고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은 축복인 것을 잊지 말자. 아이들, 남편과 웃으며 마주할 수 있는 지금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임을 감사로 누리기로.
우리의 2026년 감사한 여행이 이렇게 마무리, 아니 다시 시작되었다. 사랑해 러블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