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마음을 철렁하게 하는 여러 사건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가슴 철렁한 순간을 마주하는 일들이 생긴다. 원하지 않지만 그런 상황이 생길 때면 내가 보호자로서 더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그런 상황이 두배로 생기는 건가 싶어 심장이 더 쪼그라든 것 같다. 멋모르고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로서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는 일들도 많았고, 그럼에도 허당인 성격 탓에 놓친 일들도 있었다.
흔히 일상에서는 계단에서 구르거나, 엘리베이터에 손이 끼인 사건들이 생겼었고, 미국 여행 중에는 갑자기 고열로 호흡이 멈추는 사고도 생겼다. 아무리 천하무적 슈퍼맨, 원더우먼처럼 연기하더라도 눈앞이 아찔한 상황에서는 한 없이 나약한 눈물만 흘리게 된다. 감사하게도 다시 떠올리기 힘든 그런 당혹스러운 상황을 모두 무사히 헤쳐왔다.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이고 축복인지, 이제는 너무 잘 알기에 그저 겸손해진다.
터프한 일주일을 보내는 어느 목요일, 퇴근길에 큰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영하의 추위에 전화를 받아 들었다. 아이의 목소리는 다운되어 있었다.
"엄마, 아빠가 지금 병원에 갔어요. 동생이랑 -"
축구교실에 가있던 동생이 수업 마지막 즈음 시합 경기를 하다가 제대로 넘어져서 팔꿈치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급히 남편에게 전화를 해보니, 사고는 1시간 전 일어났고 지금은 급히 근처 정형외과에서 처치 중이라고 했다. 엑스레이 상 성장판을 걸쳐 골절된 상태라 아이의 성장 과정에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핀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하는 것을 추천했다. 전신마취를 요하는 수술은 동네 병원에서 할 수 없어서 2차 병원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 남편은 곧 부목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추위도 잊고 정신업이 집을 향해 내달렸다. 집에 가니 큰 아이는 걱정이 되는지 곧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달려와 안겼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막막함에 그냥 눈물이 흘렀다. 나는 서둘러 가족을 위한 저녁을 준비했다. 골절이 된 상태에서 먹기 편하도록 참치오이 김밥과 참치 피망 김밥, 콩나물 비빔밥, 그리고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애호박 팽이버섯 전을 부쳤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성이 들어간 저녁 식사가 완성되고 있었다. 형도 팔을 걷고 동생을 위한 요리에 참여했다.
남편과 작은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나와 큰 아이는 부엌에서 달려 나갔다. 아이를 보자 눈물이 더 쏟아질 것 같았는데, 이미 잔뜩 긴장하고 겁을 먹은 아이의 표정을 보고 농담을 던졌다. "무적의 팔이 되어 왔군!" 엄마의 농담에 아이는 신발장 거울에 본인을 비춰보더니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으며 사고가 난 상황과 아빠랑 병원에 가서 처치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남편이 재택 중이었다는 것, 바로 처치받을 병원이 가까이 있었다는 것, 주위에 소식을 듣고 걱정과 방법(수술받을 병원 추천)을 찾아주던 지인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남편은 오늘 아이와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나눈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 저는 오늘 축구 교실 끝나고 나면 집에서 밥 먹고 재밌게 놀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이렇게 다쳐서 속상해요 -"
"예상치 못한 일은 언제나 생길 수 있어, 그래서 우리는 방법을 잘 찾아서 치료받으면 되는 거야"
"그러게요. 예상치 못한 안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좋은 일도 있잖아요. 예전에 엄마가 일찍 데리러 와서 파티했을 때 너무 행복했거든요"
워킹맘으로 아이에게 시간을 많이 내어주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렸는데, 틈틈이 시간연차를 내어 아이에게 서프라이즈 하원을 해준 것이 행복감으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감사들을 떠올릴 수 있는 아이를 통해 나는 또 배워간다.
우리는 다음날, 추천받은 병원으로 가서 다시 진료를 받고 수술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보통 성장판이 2mm 이상 찢어졌을 경우 수술을 추천하는데, 그보다는 작은 0.8mm라서 며칠 경과를 보고 수술을 다시 결정하자는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주말을 보내고 다시 내일 병원에 갈 예정인데, 부디 마취 수술 없이 깁스만 하고 회복할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