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날 사랑해요?
똑똑똑, 초보엄마입니다.
제법 엄마와 주고받는 대화가 가능해진 35개월 둘째. 요즘 들어 아이에게 해주는 엄마의 말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느끼고 있다. 이 말이 우리 아이의 뇌 어딘가, 마음 어딘가에 심길 것 같아서 말 한마디 섣불리 던지지 않고 꾹꾹 엄마의 진심을 눌러 담아 전하려고 애써본다.
아이에게 "많이 사랑한다. 너는 사랑이야."라는 말을 해준다. 아기 티를 벗어내고 어린이가 될 때도 아쉽지만, 하루가 다르게 어린이 티를 벗어내는 아이의 모습에 더 큰 아쉬움을 느낀다. 어쩜 이리 예쁜지. "귀욤아! 쪼꼼씨!"와 같은 나름의 엄마의 텐션을 애칭으로 녹여내 그 마음을 전하고 나면, 조금은 뿌듯해진다.
#1. 엄마, 날 왜 사랑해요?
아이에게 스스로 팬티와 바지를 입으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는 "아빠는 해주는데, 왜 엄마는 안 해줘요" 라며, 아쉬운 소리를 한다. 둘째라서 그런지 아이의 투정도 마냥 귀엽게 느껴진다. "그럼 엄마가 둘 중 어떤 거 입혀줄까?" 되물으니, 바지를 입혀달란다. 그래서 팬티를 스스로 입을 때까지 아이를 기다려주고, 마저 바지를 입혀줬다.
엄마의 어깨에 손을 짚는 아이와 얼굴을 마주하니 어린아이 특유의 단내가 코끝을 스쳤다. 아, 너무 좋다.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사랑고백을 했다.
“아구, 어쩜 이리 이쁘닝, 사랑해 우리 아가! 엄마가 얼마큼 사랑하는지 알아?”
“음 많이?”
“엄청 많이 사랑 하그든?”
“엄마, 날 왜 사랑해요?”
아이가 갑자기 사랑의 이유를 물었다. 왜냐고? 순간 머리를 굴렸지만, 정답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수많은 정답이 머릿속에 있었다. 너의 뭉개진 발음이 좋아서, 똘망한 눈빛이 좋아서, 아장아장 달려가는 뒤태가 귀여워서, 까르르 웃는 모습에 행복해져서…
“왜냐고? 너는 존재 자체가 사랑이거든.”
엄마의 진심을 담은 한 마디를 전해 본다. 말의 무게감에도 장난감으로 향하는 아이의 가벼운 발걸음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는 어쩌다 이렇게 사랑을 쏟아내는 엄마가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마음을 다 줘도 아깝지 않은 존재에게 말이다.
#2. 엄마도 사랑받아야지요~
아이와 사랑고백 배틀을 해본다. 엄마가 더 사랑하거든? 내가 더 사랑하거든요! 서로 더 많이 사랑한다고 힘주어 말하다 보면, 우리의 입가엔 더 짙은 행복이 고인다. 이제껏 부모에게 받은 사랑도, 연애하고 결혼한 사람에게 받은 사랑도, 친구 간에 받은 사랑(우정)까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이 여기 있다. 아이에게 받는 사랑.
무뚝뚝한 엄마임에도 아이가 ‘어디서 저런 애교를 배웠을까?’ 싶은 동작과 표정으로 사랑을 전할 때면 감격스럽기 짝이 없다.
“아들 사랑해.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한다.”
“나도 엄마를 사랑해요~ 많이!”
“엄마가 더 많이 사랑하는 거 같은데?”
“엄마도 사랑받아야지요~”
뭐라고? 아이의 표현에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아이는 아이돌에 빠진 팬처럼, 엄마에게 열광한다. 엄마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모든 것을 엄마에게 맡긴 채 엄마를 기다린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로 내게 찾아온 아기 때부터. 엄마의 품에서 마냥 행복한 미소를 날려주던 아기 시절부터 아기는 말이 아닌 온몸으로 그 사랑을 전해준다.
“고마워, 엄마 사랑해줘서!~”
방전된 핸드폰에 꽂는 충전기처럼, 아이의 사랑을 힘입어 육아의 하루를 버텨내는 걸까? 오늘은 엄마가 된 지 2,059일째, 매일의 하루가 아이에게 받은 사랑의 자국으로 선명하게 빚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