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심어린 로레인 Jul 28. 2022

세대를 넘어 친구를 사귈 때, 가장 좋은 점은?

오늘은 정말 특별한 분과 식사를 했다. 친구라는 호칭을 쉽사리 꺼내지는 못하고 내 마음에서만 맴도는, 그러나 친구처럼 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분이다. 우리 엄마, 시어머니 또래의 30살 나이차가 있는 세대를 뛰어넘은 돈독한 관계다. 그분을 만난 건 어떤 모임이었다. 다양한 세대를 섞어둔 터라 나는 막내이자 새댁으로서 꽤 오랫동안 그 모임에서 사랑을 받았다.


최근 안부 연락 차 통화를 하다가 몸이 좀 안 좋다는 내 힘없는 목소리에, 맛있는 거 먹고 힘내자고 서둘러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는 약속 전날, 평소 강아지 산책하다가 새로 오픈한 곳을 눈여겨봤다며, 나도 모르는 핫플레이스 주소를 보내주셨다. 보스켓, 우리는 그곳에서 시그니처 3단 브런치 세트를 시켰다. 공간 자체가 정말 예뻤고, 오랜만에 맛있는 샐러드와 스파게티를 먹었다. 멋진 장소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우리의 대화. 나는 그동안의 근황을 구구절절 털어놓았다. 지긋이 들어주시며 호응해 주시는 그분의 얼굴을 보니, 순간 아주 친한 친구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사이가 진짜 친구 아닐까? 세대를 건너서 친구가 된다는 건 뭘까?


모임은 여전히 계속되고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는 것이 참 유익하다. 중간 40, 50대 분들이 저마다의 사정(이사, 이민 등)으로 잠시 모임을 떠나버린 바람에 여전히 나는 초막내를 유지하고 있다. 예전에 친구에게 이런 모임 이야기를 꺼내자, 눈이 동그래져서, “세대 차이 나잖아, 괜찮아? 그래도 어려울 거 같은데” 질색했다. 그때까지 나는 객관적으로 내가 모임에서 홀로 딸이나 며느리 뻘이란 생각을 크게 하지 못했던 터라, 그 질문에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구나, 나는 이 어울림이 왜 좋을까?


대부분 20~30년을 먼저 사신 분들이다. 육아로 어린 두 아들을 키우는 게 버겁고 힘든 나에 비해 이미 장성한 아들을 장가보내고 손주까지 보신… 분들. 나와 신랑이 맞벌이라서 바쁘고 체력이 바닥을 친다고 이야기해도 이미 은퇴를 앞둔 본인의 삶을 정리하고 싶은 수순을 밟고 계신 분들에게 참 까마득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의 땅이 꺼져가는 한숨과 지친 어깨를 토닥이는 그분들의 한마디가 좋았다.


“그땐 그냥 다 힘들어요.”, “조금만 힘내요”, “젊은 사람들이 고생이야.. 참”, "건강 잘 챙겨야 돼", "점점 더 좋아질 거예요."


어린 사람, 아랫사람에게 쉽게 던질 수 있는 다양한 해결책보다는, 그저 토닥이고 위로해 주는 그 한마디, 그리고 세대를 앞서 살고 계신 그분들의 혜안이 참 좋았다. 오히려 동년배들, 비슷한 시기를 살고 있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는 정답을 모르는 답안지를 찾느라 조급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건 아마도 아직 살아보지 않은 날들에 대한 막연함, 막막함이 더 그렇게 만드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나이 차이가 나는 어른들과의 관계가 참 필요하다고 느낀다. 어쩌면 발등에 떨어진 불도 그분들에게는 충분히 툭툭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단순히 위로를 넘어서 세대 공감을 하는 학습의 기회가 되기도 하다. 그분들이 나누는 삶의 고민들을 들으면서 ‘시집 장가 다 보낸 우리 엄마도 이런 생각을 하겠구나, 며느리와 관계가 쉽지 않을 시어머니도 이런 고민이 있겠군…’ 하면서 말이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니 오히려 고부간의 갈등이 심한 이 나라에서 내가 시어머니에게 더 친밀함을 느낀다면? ㅎ


소셜믹스, 유현준 교수님 책에서 종종 강조하는 계급 간, 세대 간에 섞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셨는데 이제야 이 개념이 내 삶에 들어왔다. 세대 간에 더 어울려서 그분들이 삶의 베테랑으로서 갖고 있는 지혜와 여유를 흘려보내 전반적으로 가진 개개인의 문제들이 답을 찾는 데 힌트가 되길 바라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