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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Mar 16. 2023

구급차를 보고 아이가 외친 한 마디




아이들과 전쟁 같은 등교, 등원을 마치고 나면,  하루 에너지 80% 이상을 소진한 듯 축 처진다. 그나마 느긋하게 하기 위해 경치 좋은 카페로 향하는 길, 앰뷸런스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집 근처 지하철역 도보에 세워진 구급차 한 대와 부지런히 시트를 펼쳐 엘리베이터로 내려갈 준비를 하는 구급대원들. 그리고 급박한 와중에 열린 구급차 사이로 정갈하게 정리된,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줄 비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저 일상의 한 걸음을 떼며 그들을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누군가에겐 생사의 기로에 놓인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우리의 인생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나약함을 깨닫는다. 남편이 매일 출퇴근하며 이용하는 지하철이라 순간 '남편은 잘 출근했겠지?' 하는 걱정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누군지 모르는 '그 사람'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그의 생명에 지장이 없기를, 부디 그의 일상이 다시 원래대로 이어질 수 있기를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대비해 언제나 출동 준비를 하고 있는 구급대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국가가 직장인 월급 받는 직원이라기엔, 그들이 하는 일은 감히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얼마나 숭고하고 고마운 일인지... 출동하는 매 순간마다 안전하고 건강하길 바라본다.


아이들에게 경찰과 소방대원은 언제나 1등 아이돌. 격하게 열광하는 존재다. 나 역시 평소에는 크게 감흥을 못 느꼈지만, 위기의 순간 히어로와 같이 출동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로 인해 든든함을 느낀다.


하루는 아이가 차 안에서 앰뷸런스 소리를 듣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엄마, 지금 앰뷸런스 지나가요!!"


아이들은 앰뷸런스를 보고 서로 먼저 봤다며 아웅다웅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나는 숙연해졌다. 그들의 출동이 누군가에게 위급한 상황임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애들아, 지금 구급차는 너무 아픈 누군가를 서둘러 병원으로 데려다주려고 출동하는 중이야. 우리 아픈 사람이 빨리 나을 수 있도록 우리 기도하는 게 어떨까?"


엄마의 진심이 닿았는지 아이들은 의젓하게도 조그만 두 손을 꼬옥 모았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짧지만 간절한 마음을 담아 누군지 모르는 그분이 부디 무탈하기를 기도했다. 아이들의 심각해진 표정을 보자, 나는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우리의 연약한 일상을 지켜주는 그분들의 수고를 더 깊이 감사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 또 아직 어린아이들이지만, 아픈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긍휼이 있다는 게 감격스러워서 말이다.


아이들은 그 뒤로도 종종 소방차가 출동하는 것을 보면, 빠르게 몇 대가 출동하고 있는지 스캔하고는 서둘러 "얼른 기도하자."라고 했다. 고사리 같은 손을 깍지 끼고 눈앞에 소방차가 사라질 때까지, 출동벨이 들리지 않을 때까지, 부디 불이 빠르게 꺼지고 다친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오늘 하루 무탈한 일상이 더욱 감사하게 다가왔다. 당연하지 않은 오늘 이 순간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마인드를 가진다면, 우리 가족 안에서 그리고 주변까지 여유로이 배려와 사랑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바람이 더 피부로 와닿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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