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에어컨으로 일주일간 열대야 버티기
에너지 절약, 이제 캠페인을 넘어 일상의 습관으로
*이 글은 강남구청에서 발행하는 <강남라이프> 9월호에 실렸습니다.
엄마, 제발 에어컨 켜지 마!
25℃가 넘는 열대야가 이제 막 시작인데, 에어컨에서 덜덜거리는 소리가 났다. 귀를 막고 도망가는 아이들을 달래며, 서둘러 방문 수리 예약을 걸었다. 기다림의 일주일 동안 우리 가족은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틀고, 찬물 샤워를 하고, 얼려둔 물병을 껴안는 등 온갖 방법으로 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에어컨 없이 보내는 첫날, 밤하늘의 별 하나가 유독 크고 밝게 빛났다. 보기 힘든 도시의 별을 마주하며 문득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인데, 기후 위기라는 현실에 마음이 쓰라렸다. 어쩌면 에어컨 고장이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이 기후 위기를 늦추는 에너지 절약에 조금은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절약할 기회가 생긴 것이 한편으론 감사했다.
8월 22일은 에너지의 날이다. 2003년 8월 22일은 우리나라에서 역대 최고 전력 소비를 기록한 날이다. 전력 과소비를 막고 에너지의 절약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 매년 8월 22일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불을 끄고 별을 켜다’라는 주제로 서울시 전역을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실시했다. 필자 역시 당일 오후 2~3시에는 낮 1시간 동안 에어컨 설정 온도를 2℃ 올리고, 밤 9시부터 5분간 간판 등 경관 조명 및 실내 전등을 동시에 끄는 것으로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었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강남 곳곳이 침수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일상 속 에너지 절약을 습관화해야 한다.
1. 에어컨 실내 적정 온도 26~28℃ 유지하기
2.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이용하기
3. 대중교통 이용하기
4. 미사용 코드 콘센트에서 뽑기
드디어 기사님이 방문한 날, 에어컨이 다시 시원하게 작동한다. 에어컨을 켜자마자 온도를 25℃에서 27℃로 2℃ 올렸다. 강남에서 아름다운 별이 가득한 하늘을 더 자주 볼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