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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Jul 07. 2022

어린이집 가기 싫은 아이에게 더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

똑똑똑, 초보 엄마입니다.




둘째가 어린이집 다니기 시작한 지 2년, 부득이하게 다른 어린이집으로 등반을 시켰다. 큰 고민보다는 일곱 살 난 형아와 초등 입학 전 마지막 어린이집 동반 등원을 시킬 수 있으니까. 여러모로 맞벌이 일을 하다 보면 아이를 5시 넘겨서 하원 시킬 수밖에 없는 데, 먼저 다니던 어린이집은 영아 위주의 어린이집이라 매번 우리 아이만 꼴찌 하원을 하는 통에 눈치가 보이긴 했고, 지금 옮긴 어린이집에선 형아와 함께 픽업할 수 있으니 늦게 있어도 안심이 되는 데 선택 기준을 두었다. 결국 엄마 편하기 위한 거다.


그렇게 아이가 바뀐 어린이집을 다닌 지 어언 4개월 차, 처음엔 신나는 발걸음이었지만 점점 “오늘도 형아 어린이집 가요?”라고 묻는 아이를 보면서 생각보다 적응을 많이 어려워한다고 느꼈다.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서프라이즈처럼 1대 1 데이트를 하면서 꽤 친밀한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아이의 입에서 점점 더 부정적인 소리만 흘러나왔다.


“엄마, 어린이집 가기 싫어요”


매일 아침 울며 칭얼대는 아이를 겨우 달래서 어린이집에 떼어놓다시피 하고 부랴부랴 출근하지만, 뒤통수가 서럽고 아리다. 이런 생활이 맞나 싶다가도 하루 끝자락에서 하원 시키러 가면, 웃으며 달려와 안기는 둘째를 보면서 다행히 오늘은 좋았나 보다 안심하길 반복.


그런데 이제는 일상처럼 내일 어린이집 가기 싫다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왜일까? 선생님이 살갑지 않나? 원 자체 규모도 2배 이상 크고, 많은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에 케어가 세밀하지 않은 것도 있겠지… 여러 추측을 하면서 아이에게 물으면 그저 가기 싫어요 두리뭉실한 대답뿐…


일곱 살 예민남 첫째가 감정 기복 롤러코스터를 타는 통에 내 감정이 털리고 나면 솔직히 둘째에게 세세하게 물어볼 맘에 여유가 없기도 하다. 그래서 중요한 그 대화를 너무 늦게 한 것도 있다. 일요일 저녁, 아이를 재우려고 옆에서 토닥거리는데 아이가 조심스레 또 어린이집 이야기를 꺼낸다. 도대체 왜 그런지 이유나 들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아이에게 꼬치꼬치 물었다.


“엄마 내일 어린이집 가기 싫어요.”

“그렇구나! 그렇게 가기 싫은 거야?”

“네, 정말 가기 싫어요.”

“엄마 아빠도 일을 가야 해서 너 혼자 집에 있어야 해. 형도 어린이집 가겠지”

“그럼 셋이 다 가고 집에 혼자 있을게요. 초인종 눌러도 문 안 열어줄게요”


와... 고작 네 살 쪼꼼이 가 혼자 남겠다고 완강한 결단을 보인다는 게 나는 뭔가 심상치 않은 사건이 있었나? 불안해졌다. 그래서 아이에게 우리가 해결해야 할, 극복해야 할 원인을 찾기 위해 유도 질문해보았다.


“네가 집에 혼자 있으면, 엄마 아빠가 경찰서에 가게 돼”

“경찰서요?”

“응, 어린아이를 혼자 두었다고... 그건 위험한 일이니까. 그래서 어린이집 가기 싫은 이유가 뭔지 엄마한테 말해줘, 선생님이 잘 안 도와줘?”

“음….”

“누가 괴롭혔어? 놀기 싫은 친구가 있어?”

“음… 엄마 OO이가 자꾸 때려요”

“뭐?! 왜? 장난인 거야? 아니면 네가 싫은데 자꾸 밀치는 거야?”

“이렇게 손으로 때렸어요”


순간 목에서 뜨거운 분이 차올랐다. 뜨거운 눈물이 순식간에 그렁그렁 고인 채로, 아이에게 너는 어떻게 말했냐고 물었다.


“그래서,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해줬어?”

“아뇨, 못했어요”

“그럴 땐, 하지 마!, 나는 그거 싫어! 정확히 말해야 해, 손으로 X를 그리면서”

“부끄러웠어요”


안돼, 아가… 옆에서 형아가 더욱 힘줘서 이렇게 말하는 거라고 시범을 보이고, 나도 아이의 손을 직접 엑스자로 만들며 몇 번을 연습시켰다. 아이는 두어 번 따라 하더니, 그만하고 싶다며 더는 거부했다.


네 살,  쪼꼬만 체구 안에 천근만근 무거운 심란한 주제를 안고 있었을 걸 생각하면 엄마로서 한 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아이들이 원 생활을 규칙적으로 한지 수해가 지나면서 하루 중에 내가 모르는, 나와 함께 하지 않는 아이만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 시간 아이가 누구와 대화를 나누고, 어떤 말에 기뻤고 슬펐고 아팠고 화가 났고를 일일이 알 수 없으니, 이 아이의 감정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는 모든 기억들이 다 좋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아픈 마음이라니, 차마 용납할 수 없는 큰 이슈를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그 아이가 누군지도 알고, 그 부모가 누군지도 아는데, 구체적인 상황을 아이 입을 통해 들은 거라 당장 정확히 어떤 해결책을 낼 수가 없다. 이번엔 어린이집이고 초보맘들을 이해하는 선생님의 중재로 넘어갈 수 있겠다 싶지만, 이 아이에게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마라톤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 아이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길 바라는 마음의 소원이 더 간절해졌다.


내가 낳은 자식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속상한 모습을 보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 아이가 아프고 기력이 없을 때보다도 더 뜨거운 눈물과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무기력한 부모인 것 같아서 … 마지막으로 아이는 서러운 눈물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엄마, 착한 말만 해야 되잖아요”


뭐가 착한 말일까? 착한 태도의 틀 안에서 곪아가는 상처를 끌어안아야만 할까?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아이는 주저리주저리 던지고는 흐느낌에 지쳐 잠이 들었다. 불이 꺼져 엄마 얼굴이 잘 안 보이는 걸 틈타 나는 눈물 콧물이 뒤엉쳐지는 못난이 표정으로 꺼이꺼이 한참을 울다가… 지금의 복잡한 심경을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게 지혜로운 해결책을 들을 수도 있고, 엄마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을까 해서.


어쩜, 나는 생각보다 강한 엄마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위기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더 강하게 아이에게 임기응변의 대사를 주입하고, 너를 더 지켜야 해! 그런 친구들이랑은 놀기 싫으면 놀지 않아도 돼, 모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낼 필요는 없어! 네가 제일 소중하니까! 네 마음이 편한 친구들하고만 놀면 돼! 를 한 없이 읊어주었다. 아이가 아주 미미하게나마 다리에 힘을 딛고 이 문제를 잘 이겨낼 수 있길 바라며! 우리 가족은 모두 네 편이니까.    



****

다음 날 아침,

우리 가족은 밤새 슬픔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하루를 시작했다. 아빠가 아이를 붙잡고 오늘 어린이집 가자고 달래는데, 아이는 여전히 가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너를 괴롭히는 친구가 있다면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것을 가르쳤다. 갑자기 아이는 자기가 그 말을 잘 해낼 자신이 없는지 아빠에게 편지를 써달라고 했다. 신나게 방으로 달려가 큰 A3 종이와 검정 색연필을 들고 나온 아이. 아빠는 아이의 적극성에 놀라며 물었다.


"어떻게 써주면 돼?"

"OOO, 나 때리지 마! OOO 형아, 나 때리지 마!"


아빠가 자기가 원하는 내용을 잘 적은 걸 확인하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쁜 표정으로는 서둘러 어린이집 가방에 담았다. 그리고 가장 앞장서서 신발을 신고 발을 동동 거리며 어서 가자고  가족들을 재촉했다.


방금 가기 싫다고 칭얼거리던 아이 맞아?

아이는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을 표현할 자신이 없어서 등원을 거부했던 걸까?


아이를 등원시키고 잠시 선생님과 밤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눴다. 막상 아이가 말한 그 형제들은 순둥이에 속하는 아이들이었고, 선생님도 놀라시며 서로 잘 놀지도 않을뿐더러 부딪힐 일이 없었다고 하셨다. 어쩌면 선생님이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하시지만 전반적인 아이가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나 노는 분위기를 들어보니 좀 더 객관적으로 이 상황을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이는 친구들과 소소한 부딪힘에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 때문에 자신의 상황을 곱씹으며 소심해졌던 건 아닐까? 이번 일을 계기로 내 아이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함께 어울리고 자라는 과정이 더 아름답고 의미 있어지길 바라는 소원이 생겼다.  앞으로 아이가 만날 새로운 친구들, 환경에서 아이가 잘 적응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기를 바라며.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평안과 기쁨이 솟아나서

지혜롭고 용기 있게 말하며

친절로 바꾸는 사랑을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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